주택대출 갈아탔더니 …"여보, 이달 이자 20만원 줄었어"
금리가 더 오를까? 내린다면 언제쯤일까? 금융환경이 워낙 복잡하다 보니 금리 향방에 대한 전망도 엇갈린다. 인플레이션이 좀처럼 꺾이지 않고 끈적끈적하다는 점을 근거로 '고금리 장기화(higher for longer)'를 전망하는 쪽이 있는가 하면, 금융사 건전성 악화와 경기 침체 우려로 금리가 연내 인하될 수밖에 없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특히 당장 대출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금리 추이는 초미의 관심사다. 금리가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이자 수십만, 수백만 원이 왔다 갔다 하기 때문이다. 매일경제신문이 금융 전문가들에게 금리 혼란기에 현명한 대출 전략을 들어봤다. 가계대출의 70%를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을 살펴보면 올 들어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인터넷뱅크) 대출이 유리한 편이다.
24일 기준 카카오뱅크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변동형 연 3.675~6.56%, 혼합형 연 3.578~6.207%다. 케이뱅크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변동형 연 3.95~5.72%, 혼합형 연 3.79~4.83%로 은행권 최저 수준이다. 같은 날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변동형 연 3.97~6.082%, 혼합형 3.71~5.59%였다. 은행별로 비교하면 하단이 많게는 1.8%포인트까지도 차이가 난다. 3억원을 대출받았을 때 카카오뱅크에서 받으면 다른 은행에서 받았을 때보다 첫해 이자만 최대 500만원 이상 낮출 수 있는 것이다.
인터넷뱅크는 점포가 없기 때문에 임차료, 인건비 등 비용이 시중은행보다 작아 절감한 금액을 금리 인하에 쓸 수 있다. 특히 주택대출은 마이너스 가산금리까지 붙여가며 공격적으로 상품 판매에 나서고 있는 영향도 있다. 은행은 은행채 수익률, 코픽스(자금조달비용지수) 등을 기준으로 삼고 여기에 가산금리를 더해 실제 대출금리를 정한다. 마이너스 가산금리는 준거금리보다도 대출금리가 낮다는 뜻으로 은행 입장에서는 제로마진 혹은 역마진까지 감수해야 한다. 카카오뱅크는 주택담보대출 혼합형 상품에 최저 -0.3%포인트대 마이너스 가산금리를 적용해 판매하고 있다. 또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전세대출 상품에 -0.1%포인트대 마이너스 가산금리를 붙이고 있다.
고시 금리 외에 실제 취급 금리가 낮은지도 봐야 한다. 극소수만 고시 금리 하단을 적용받고 대출 과정에선 이런저런 이유로 대다수 사람들에게 높은 금리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뱅크는 고시 금리가 낮을 뿐 아니라 실제 취급 금리도 낮다. 은행연합회 금리·수수료 비교공시에 따르면 4월 신규 취급 기준 카카오뱅크에서 나간 분할상환 방식 주택담보대출에서 금리가 연 3.5% 이상 4% 미만인 취급액 비중은 82.7%에 달했다. 케이뱅크도 연 3.5% 이상 4% 미만 구간 비중이 75.8%였다. 차주 수 기준이 아니라 취급액 기준이라 다소 오차가 있을 수는 있지만 대출받은 금액들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카카오뱅크, 케이뱅크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사람 10명 중 7~8명은 금리가 연 3.5% 이상 4% 미만이었다는 뜻이다.
반면 시중은행들은 연 3%대 대출금리를 제시한 곳도 있었지만 실제로 창구에서 적용되는 금리는 4%대가 많았다. 4월 분할상환 방식 주택담보대출 취급 기준 대출금리가 연 3.5% 이상 4% 미만인 비중은 우리은행이 0.2%,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은 각각 0.4%에 불과했다.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도 각각 0.5%, 0.6%에 그쳤다. 우리은행은 금리가 5% 이상 5.5% 미만인 사람들 비중도 28.3%에 달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의 수익, 비용 구조에 따라 금리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시중은행은 조달 비용과 리스크 프리미엄을 고려할 때 연 4%대가 적정한 대출금리"라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시중은행에서 인터넷뱅크로 넘어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시중은행에 연 4.45%, 1억8000만원의 주택담보대출을 갖고 있던 68세 남성 A씨는 최근 연 3.621%짜리 카카오뱅크 주택담보대출로 대환했다. A씨는 "금리가 저렴하고 은행 방문 없이 절차가 간편해 선택했다"고 말했다. 4월 말 기준 카카오뱅크의 주택담보대출 대환 약정 금액은 약 5600억원으로 지난해 말 2500억원 대비 2배 이상 뛰었다. 전체 주담대 신규 고객에서 대환 고객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말엔 25%에 불과했는데, 4월 말에는 59%를 기록하며 절반을 넘어섰다. 카카오뱅크는 대환 고객에게 우대금리 0.3%포인트까지 제공하며 고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케이뱅크도 신규 고객 중 대환 고객 비중이 지난해 말 30% 수준에서 4월 말 45%로 증가하며 절반에 육박했다.
물론 은행별 영업 전략과 경제 상황에 따라 금리는 바뀔 수 있다. 더 금리가 낮은 상품이 생기면 옮겨가야 하는데 이때 중도상환수수료가 있는지가 중요해진다. 중도상환수수료는 정한 날짜보다 대출을 빨리 상환했을 때 내는 비용이다. 만기에 상환될 것이라고 예상했던 대출금이 중도 상환될 경우 은행 입장에서는 향후 이자수입을 잃게 되거나 상환받은 자금을 더 낮은 이율로 운용해야 할 수 있기 때문에 대출계약 시 중도상환 수수료에 대한 규정을 두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통상 대출 시작 후 3년까지 중도상환수수료를 부과하고, 수수료는 1.4% 안팎이다. 은행권에서는 카카오뱅크와 토스뱅크가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 은행들에서 대출을 받으면 일찍 갚아도 수수료 없이 더 금리가 저렴한 은행으로 대환할 수 있다.
금리 변동에 구애받지 않고 장기간 현금흐름을 안정적으로 가져가고 싶은 사람에게는 한국주택금융공사에서 판매하는 정책모기지 상품 '특례보금자리론'도 유용하다. 이미 올해 공급 한도 80%가 찼을 만큼 인기다. 최대 50년까지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통상 고정금리 대출이라 불리는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은 5년짜리다. 5년간 금리가 고정되지만 그 이후부터는 변동금리로 운용되기 때문에 시장금리 변동에 노출된다.
김경원 NH농협은행 NH All100자문센터 WM전문위원은 "높은 금리가 생각보다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며 "고정금리로 10년 이상 가져갈 수 있다면 연 3%대 중후반 장기 대출도 나쁘지 않은 전략"이라고 했다.
금리가 웬만큼 정점에 다다랐다고 판단한다면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신규 코픽스)를 준거금리로 삼는 변동형 주택담보대출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신규 코픽스는 지난해 11월 4.34%로 정점을 찍은 뒤 하락 추세다. 지난 15일 공시된 4월 신규 코픽스는 3.44%로 고점 대비 1%포인트 가까이 낮아졌고, 이를 준거로 삼는 대출 상품도 하락폭을 반영했다. 반면 신잔액 기준 코픽스를 준거로 삼는 주택담보대출은 입지가 애매한 상품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금리 인상기 초기에는 금리가 느리게 오르지만, 금리가 내려갈 때도 느리게 내려가기 때문이다. 정성진 KB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 부센터장은 "향후에 금리가 더 올라갈 가능성보다는 내려갈 가능성이 더 높다"며 "혼합형 주택담보대출보다는 변동형이, 신잔액 기준 주택담보대출보다는 신규 코픽스가 유리할 것"이라고 했다.
신용대출 보유자는 오는 31일 출시되는 '온라인·원스톱 대환대출 인프라'를 이용해 이자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여러 금융사 대출을 비교해 터치 몇 번으로 더 싼 금리의 신용대출로 갈아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서비스다. 은행권 19개사, 저축은행 18개사, 카드 7개사, 캐피털 9개사 등 전체 신용대출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53개 금융사가 참여한다. 토스, 카카오페이, 네이버파이낸셜 등 대환대출 플랫폼에 참여하는 핀테크 서비스에서 금융사 대출을 비교해 대출을 갈아탈 수 있다. 금융당국은 주담대 대환대출도 가능하도록 연말까지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서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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