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W 새 수장의 1호 방문국은... “독재 극복한 한국, 인권 소중함 잘 안다”

유재인 기자 2023. 5. 26.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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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라이츠워치 티라나 하산 상임이사 인터뷰
“우크라 전쟁 인권 탄압 증거 수집중”
“돈까지 벌려는 韓 디지털 성범죄, 개선 시급”
25일 오후 서울 중구 조선일보미술관 편집동에서 휴먼라이츠워치 티라나 하산 신임 사무총장이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고운호 기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현장에서 일어나는 인권 침해와 범죄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은 증거물 수집입니다. 수많은 삶을 산산조각이 나게 한 범죄에 대해 누군가 보상하게 하기 위해 우리는 치열하게 사실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를 이끄는 상임이사로 지난 3월 말 선출된 티라나 하산(48)씨는 25일 인터뷰에서 “정의는 노력 없이 실현되지 않는다”고 했다. 장기화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현장에서 벌어지는 인권 문제에 대해 그는 “러시아 군대가 민간 시설을 폭격하고 시민의 삶을 망가뜨린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라며 “HRW는 독립성·중립성을 지키면서 전쟁 현장에 연구원들을 파견해 목격자나 생존자를 인터뷰하고 증거물을 최대한 많이 수집해 후일 있을 책임 규명에 활용하려 한다”고 했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HRW는 최근 범죄 현장을 3D(3차원) 모델로 만들어 누가, 어떤 행위를 자행했는지를 더 정확히 확인·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HRW는 북한 주민과 탈북인들에 대한 인권 침해에 대해서도 강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왔다. 하산 이사는 “특히 지난 정부(문재인 정부)가 탈북자들을 강제로 북송한 것에 대해선 강력히 지탄한다”며 “북송된 탈북자들이 어떤 인권 침해를 겪고 있을지는 상상하기도 어렵다”고 했다. 2020년 국회를 통과한 대북 전단 살포 금지법에 대해서도 그는 날을 세워 비판했다. HRW는 당시 대북 전단 금지법처럼 특정 행위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법은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억압한다며 비판 성명을 냈다. 하산 이사는 “이 법은 북한 사람들이 자신이 누려야 할 인권에 대해 깨닫게 할 수 있는 정보를 차단한다”며 “법 자체의 폐기가 어렵다면 대북 전단에 대한 ‘전면 금지’를 완화해 제재 기준과 처벌 수준을 좁히는 대안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했다.

티라나 하산 HRW 상임이사. /고운호 기자

하산 이사는 상임이사 선임 이후 첫 공식 방문지로 한국을 선택했다. 그는 “세계 인권을 위해 이바지할 한국 정부의 역할에 대한 가능성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국은 과거 독재 정권을 겪으며 어떤 국가보다 인권의 소중함을 알고, 윤석열 정부가 꾸준히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를 강조하고 있다는 점도 한국을 ‘1호 국가 방문’으로 선택한 이유다. 그는 “과거 HRW는 미국·유럽과 같은 서방을 주요국으로 챙겼다. 하지만 이젠 어려움을 극복한 경험이 있는 한국 같은 국가의 역할이 더 커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이 개선해야 할 분야로는 디지털 성범죄를 지목했다. 그는 “디지털 성범죄는 특히 여성의 삶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친다”라며 “조사 결과 한국은 피해 신고를 접수하고, 사법부가 조사를 진행하는 과정에 피해자를 막는 장벽이 여전히 높았다”고 했다. ‘N번방’ 사건처럼, 디지털 성범죄물을 제작하고 유포하는 과정에 돈을 벌려고 시도하는 범죄가 “다른 나라에선 보기 드문 한국적인 범죄의 유형”이라고도 했다.

하산 이사의 아버지는 파키스탄인, 어머니는 말레이시아인이고 출생지는 싱가포르다. 종교적 박해를 피해 싱가포르로 이주한 그의 아버지는 싱가포르에서 정부 비판적이었던 책을 내서 다시 정치적 탄압을 받았다. 이후 가족은 뉴질랜드로 이주해야 했다. “어릴 때부터 인종차별주의 및 편견에 비판적일 수밖에 없었다”는 그는 어려움 속에서도 인권 문제가 개선돼 나갈 때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과거에 비해 난민의 인권 문제가 개선되고 있다는 점이 대표적”이라며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많은 난민이 발생했는데 유럽 국가들이 난민법을 준수하면서 이들을 대부분 수용하고 일자리와 복지 혜택을 주고 있다. 분명히 긍정적인 변화”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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