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美 전기차 공략 교두보 마련… 2025년부터 본격화

박진우 기자 2023. 5. 26.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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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 전기차 시장 공략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 지난달 SK온과 미국 내 합작공장 설립을 발표한 데 이어 LG에너지솔루션과도 미국 조지아에 배터리셀 합작공장을 세우기로 했다.

SK온과의 배터리셀 합작공장의 연산 능력은 35GWh(기가와트시), LG에너지솔루션 합작공장은 30GWh 규모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1GWh당 약 8500대~1만5000대의 전기차를 만들 수 있다고 보는데, 이를 고려하면 두 공장이 공급하는 배터리는 전기차 약 60만~100만대를 만들 수 있는 분량이다.

정의선 현대차 회장. /현대차 제공

SK온, LG에너지솔루션과의 합작공장 모두 2025년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 시기를 기점으로 북미에서 본격적인 전기차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전략이다. 단편적으로는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전기차 보조금을 받기 위한 조처로 풀이되지만, 이보다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전기차 비중 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미 환경보호청(EPA)에 따르면 미 정부는 지난해 5.8%였던 미국 내 전기 신차 판매 비중을 9년 뒤인 2032년에는 67%까지 늘릴 계획이다. 이는 2030년까지 전기 신차 비중을 50%로 하겠다는 기존의 방침을 상향 조정한 것이다. 통상 연간 1300만대인 미국 신차 시장 규모를 고려하면 약 870만대의 전기 신차 시장이 열리는 셈이다.

현대차그룹의 작년 미국 내 전기차 판매 비중은 전체 신차 판매(147만4224대)의 3.9% 수준이다. 현대차는 이를 2030년까지 58%, 기아는 47%까지 높일 계획이다. 그러나 미 행정부의 새 기준에 따라 목표를 조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전기차 확대는 배터리 공급이 필수인 만큼 SK온, LG에너지솔루션과의 협력이 이뤄졌다.

그래픽=정서희

현대차그룹과 SK온의 배터리 공장은 2025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미국 조지아주 바토우 카운티에 건립된다. 총투자 금액은 6조5000억원(50억달러)으로 투자금은 양측이 절반씩 부담하기로 했다.

이 공장은 기아 조지아 공장(189㎞),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304㎞), 2024년 하반기 완공 예정인 전기차 전용 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460㎞)와 멀지 않아 관리가 수월하다는 장점이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의 합작공장은 2025년 말 생산이 목표다. HMGMA 부지가 위치한 미국 조지아주 서배너브라이언 카운티에 만들어진다.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공장 건설에 착수한다. 총투자 금액은 5조7000억원(43억달러 이상)으로,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이 절반씩 부담한다.

이 공장에서 생산된 배터리셀은 현대모비스가 배터리팩으로 제작해 바로 붙어있는 HMGMA, 기아 조지아(355㎞),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462㎞)으로 보낸다.

현대차 인도네시아 공장 전경. /현대차 제공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 확보를 위해 미국뿐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합작 공장을 추진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는 지난해 8월 인도네시아에도 합작법인 HLI그린파워를 세웠다. 올 상반기에 공장을 완성하고, 내년 상반기에 배터리셀 생산에 들어간다. 이 공장의 전체 투자금은 약 1조5000억원(11억달러)이다.

중국 CATL과도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3월 초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쩡위친(曾毓群) CATL 최고경영자(CEO) 겸 회장을 만나 협력 강화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CATL로부터 수천억원 규모의 배터리를 공급받은 현대차그룹은 올해 코나 일렉트릭(EV), 기아 레이(2세대) EV 등에 CATL 배터리를 적용했다. 레이 EV에 들어가는 CATL 배터리는 리튬인산철배터리(LFP)로, 경차 특성을 고려해 배터리 부피를 줄이는 ‘셀투팩(cell to pack)’ 기술이 적용됐다.

현대차그룹은 CATL과 합작공장도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지난 3월 말 열린 서울모빌리티쇼에서 조선비즈와 만나 “지금 전기차 경쟁은 배터리 확보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 배터리라고 해서 기술력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중국 전기차 시장에도 도전하고 있어 CATL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국적을 가리지 않고 공급망 다변화에 나서는 이유는 향후 전기차 산업 환경이 ‘보호주의’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IRA가 대표적이고, 유럽 역시 리튬, 니켈 등 배터리 원료의 유럽 외 의존도를 낮추는 핵심원자재법(CRMA)을 도입하려고 한다. 현대차그룹으로서는 지속가능한 사업을 위해 배터리 공급망을 다양하게 갖출 필요가 있다.

수출용 전기 트럭 마이티 일렉트릭에 장착돼 있는 CATL 배터리. /현대차 뉴질랜드 제공

현대차그룹은 유럽의 경우 현지 공장과 가까운 LG에너지솔루션, 동아시아는 중국이 중심이 되는 CATL, 동남아시아는 LG에너지솔루션 합작사인 HLI그린파워를 활용할 계획이다. 국내와 북미는 SK온, LG에너지솔루션과 협력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미국과 유럽, 중국 시장에 각각 특화된 현지 전략형 전기차를 확대하고 보조금 규정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동아시아와 기타 지역별 거점에는 안전성과 생산원가 등을 따져 다양한 배터리를 얹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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