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식료품값 폭등… ECB 금리인상 지속 무게 실릴 듯

유병훈 기자 2023. 5. 26.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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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의 한 청과상 /EPA=연합뉴스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에너지 가격이 치솟아 고통받았던 유럽이 이번에는 식량 가격 급등에 직면하고 있다. 이에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 인상 행진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거론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24일(현지 시각) 보도에 따르면, 유럽 각국은 에너지 가격이 낮아져 전반적인 물가상승률이 하락했는데도 식품 가격이 오르면서 새로운 정책적 난제에 부딪히고 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이날 영국 통계청이 발표한 영국의 4월 물가 상승률은 8.7%로 13개월만 최저를 기록했으나 식품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9.3%까지 치솟았다. 식품 가격 급등은 ECB와 각국의 중앙은행·정부에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금리 인상 때문에 차입 비용이 상승한 가계도 식품 지출을 줄이고 있다. 프랑스의 가계 부문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에너지 소비가 4.8% 감소하는 동안 식품 구매는 10% 이상 줄었다. 독일도 지난 3월 식품 판매는 전월보다 1.1%, 전년 동월보다는 10.3% 줄었는데, 이는 지난 1994년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으로 기록됐다.

영국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이번 달 초 영국 소득 하위 20% 가구의 약 5분의 3이 식품 구매를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뿐 아니라 식품 소매업체들도 식품 가격 상승분을 모두 고객에게 전가할 수는 없어 이익이 감소했다. 독일의 대형 유통업체 에데카는 독일 언론에 식품 가격 급등으로 몇몇 대형 공급업체로부터의 주문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식품은 에너지보다 소비자의 지출에서 더 큰 비중을 차지하므로 가격이 조금만 올라도 소비자의 예산에는 더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영국의 싱크탱크 ‘레졸루션 파운데이션’(Resolution Foundation)은 지난 2020년 이후 올여름까지 영국의 식비 누적 상승분이 280억 파운드(약 45조7000억원)로 에너지 요금 누적 상승분(250억 파운드, 약 40조8000억원)을 앞지를 것으로 예상했다.

레졸루션 파운데이션의 최고경영자 토르스텐 벨은 “생활비 위기는 끝나지 않았고 다른 국면에 접어들고 있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물론 식품 가격 상승이 인플레이션의 유일한 요인은 아니지만, 앤드루 베일리 잉글랜드은행(BOE) 총재는 지난 23일 의원들에게 식품 가격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공급망 혼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상승 ▲구인난이 이어지는 노동시장에 더해 물가 상승에 있어 “네 번째 충격”이 됐다고 말했다.

세계 원자재 시장에서 식량 가격은 지난해 4월 이후 하락했기 때문에 유럽의 식품 가격이 왜 이렇게 빨리 상승했는지 이유는 명확하지 않다. 다만 식품의 최종 가격은 원자재 가격뿐 아니라 가공·포장·운송·유통 등에 의해서도 결정된다는 점에서, 베일리 BOE 총재는 식료품 생산자들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의 불확실한 시기에 비료·에너지 등 공급업체와 상대적으로 비싼 장기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일부 정책 담당자들은 소매업체들이 이익을 늘렸기 때문이라고 의심했지만, 베일리 총재는 이들 업체에 책임을 떠넘기는 것을 경계했다. 이탈리아·스페인·포르투갈 정부는 식품 가격 상승에 따른 소비자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식품에 대한 판매세를 삭감했고, 프랑스 등 다른 국가는 주요 소매업체와 가능하다면 식품 가격 인상을 자제하는 데 합의했다. 아일랜드 정부 등은 소매업체들을 대상으로, 영국 정부는 전체 식품 공급망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도이치뱅크의 산자이 라자 이코노미스트는 “이제 슈퍼마켓이 더 많은 정치적 집중을 받게 되면서 식료품 가격 상승세가 둔화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전했다.

식료품발(發) 인플레이션이 계속될 경우 ECB의 금리 정책에도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지난 21일 ECB의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면서 여전히 추가적인 행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금리 인상을 통한 인플레이션 진정을) 마무리하지 못했으며, 현재 가지고 있는 정보를 감안할 때 중단하지 않을 것”이라며 “인플레이션이 너무 높고, 오랫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통신이 이코노미스트들을 상대로 실시해 지난 15일 보도한 설문조사에서도, ECB는 올해 여름 3.75%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수신금리를 내년 2분기는 돼야 처음으로 인하하게 될 것으로 전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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