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췄던 투자 시계 돌아간다···SK·카카오 등 '5조' 실탄 확보 [시그널]

김선영 기자 2023. 5. 26.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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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안정에 투자 유치 작업 활발
SK·카카오, 조 단위 마련···사업 확장 잰걸음
컬리·태영건설, 유동성 타개 백기사 확보
[서울경제]

올해 주요 기업들의 외부 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한 투자 재원 마련에 나선 것이다. 지난해 급격한 금리 인상과 유동성 저하로 투자 유치 작업이 순탄치 않았으나, 올해는 금융시장이 비교적 안정세를 그리면서 기업의 투자 행보도 활기를 되찾을 전망이다.

1년여 기다림 끝에 성사된 SK(034730)온 투자유치

2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까지 주요 기업이 모집을 완료하거나 협상을 진행 중인 1000억 원 이상의 투자는 8건으로 규모로는 총 5조 2857억 원에 달한다.

SK온은 해를 넘긴 투자자와의 협상 끝에 5월에 이르러 투자 유치 작업이 마무리됐다. 올해 3월 기존 투자자인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PE)·이스트브릿지파트너스(3757억 원)에 이어 지난 23일 사우디국립은행(SNB)의 자회사 SNB캐피탈(1900억 원) MBK파트너스와 글로벌 투자자 컨소시엄(1조 500억 원)이 투자를 확정하면서다.

이 중 신규 투자자로 참여한 KB국민은행과 농협중앙회, 사학연금 등의 국내 투자자들은 지난해부터 검토를 이어왔다. 올해 외부 여건이 호전되고 투자 여력이 커지자, 투자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유동성이 메마르고 시중 금리가 급상승하면서 자금 조달이 쉽지 않았던 탓에 투자 검토만 이어졌다"며 "올해 금리가 안정되고 시장 분위기가 풀리면서 투자 과정에 진척이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SK온은 최대 2조 4400억 원의 자금을 외부에서 모을 전망이다. 이밖에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096770)은 지난해와 올해 두차례 걸쳐 SK온에 2조 원을 증자했다. SK온은 총 4조 원이 넘는 자금을 확보해 미국 배터리 공장 건설에 속도를 낸다.

SK그룹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계열사의 성장 자금 확보로 분주하다. 지난해 SK에코플랜트(8000억 원)와 SK온(8243억 원)은 각각 외부 투자 유치 작업에 나섰다.

SK그룹의 바이오 계열사 지주사격인 SK팜테코는 지난해 돌입한 상장 전 지분 투자(프리IPO) 작업이 올해 들어 투자자의 윤곽이 그려지고 있다. 지난해 모건스탠리와 크레디트스위스(CS)를 주관사로 선정한 뒤 마케팅 작업을 이어오다가 올해 시장 상황이 일부 개선되면서 본격적인 투자자 확보에 나선 것이다.

현재 IMM프라이빗에쿼티(PE)를 비롯한 스틱인베스트먼트, 스톤브릿지캐피탈, 베인캐피탈, 코스톤아시아 등 주요 재무적 투자자(FI)들이 SK팜테코의 성장성에 주목해 투자를 검토 중이다.

선장 공백에도 클라우드 투자유치 완료한 KT(030200)

KT클라우드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6000억 원의 투자 유치 작업이 이달 11일 IMM 크레딧솔루션을 투자자로 확정하면서 마무리됐다. 지난해 12월 IMM크레딧앤솔루션(IMM CS)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한때 KT 대표이사(CEO) 선임 지연에 따라 투자유치와 사업실행이 기약 없이 미뤄질 것이란 우려가 나왔으나, KT는 선장 없이 이사회를 열어 투자유치를 마무리했다.

카카오(035720)엔터테인먼트는 빠르게 변화하는 엔터 산업에서 경쟁력 확보를 위해 올해 초 해외 국부펀드와 손을 잡았따. 지난 1월 글로벌 국부펀드인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와 싱가포르투자청(GIC)으로부터 각 6000억 원씩 총 1조 2000억 원을 확보해 10조 5000억 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다.

이밖에 LS그룹의 미국 계열사인 전선 회사 슈페리어에식스(SPSX)는 나스닥 혹은 국내 증시 상장을 위해 2000억 원의 프리IPO를 추진한다. 이외 패션 유니콘 기업 무신사는 해외 진출을 위해 4000억 원을, 쌍용자동차는 회생 절차에서 졸업한 뒤 1500억 원의 외부자금을 유치한다.

유동성 가뭄 빠진 유니콘에 투자 단비

일부 기업은 급감한 유동성을 회복하기 위한 백기사 확보에 나섰다. 태영건설(009410)은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 이후 부동산 금융시장이 경색되면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유동화 증권 상환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에 태영그룹과 폐기물 처리기업 에코비트를 공동 투자한 바 있는 KKR로부터 사모사채형식으로 4000억 원을 대여하기로 결정했다.

컬리는 올해 초 코스피 상장을 철회한 뒤, 자금 조달에 나섰다. 5월 기존 투자자인 앵커에쿼티파트너스(앵커PE) 등으로부터 1200억 원을 긴급 수혈 받았다. 앵커PE는 2021년 컬리 프리IPO에 참여해 2500억 원을 투자한 바 있다. 컬리는 확보한 자금으로 물류센터 인프라 구축에 나서지만 여전히 실적 개선은 과제다. 지난해 2조 372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나, 2015년부터 영업손실을 이어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영업손실은 2334억 원으로 2021년(2177억 원)과 비교해 7.2%가량 불어났다.

IB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시장 상황 악화로 일부 상장이 무기한 연장되거나 투자 유치가 무산되는 사례가 속출했다"며 "올해 들어 시장이 회복하자 기업들이 상반기부터 분주히 운영 자금과 투자금 마련에 나서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김선영 기자 earthgir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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