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영화 속 우주비행사의 동면, 현실 되나… 초음파로 포유류 잠재웠다

최정석 기자 2023. 5. 26. 14:42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뇌의 특정 부분를 초음파로 자극하면 생명체가 '겨울잠'과 비슷한 상태에 빠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는 토포 상태와 무관한 다른 포유류들도 뇌에 초음파만 맞으면 토포 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는 것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마테오 세리 이탈리아 볼로냐대 생물의학·신경운동과학부 교수는 "초음파를 활용해 인간을 토포 상태로 만들어 체온과 신진대사를 극도로 낮출 수 있다면 이는 심우주 탐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홍 첸 워싱턴대 생명의학공학과 교수 연구팀
설치류 뇌에 초음파 발사하자 ‘가사상태’ 빠져
우주개발 적용하면 ‘심우주 탐사’ 가능할 수도
영화 '에일리언' 속 장면. 우주인들이 우주선에서 동면을 취하는 모습이다.

뇌의 특정 부분를 초음파로 자극하면 생명체가 ‘겨울잠’과 비슷한 상태에 빠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향후 화성처럼 지구에서 멀리 떨어진 행성에 인간을 보낼 때 이 원리를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홍 첸 워싱턴대 생명의학공학과 교수 연구팀은 25일(현지 시각)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타볼리즘(Nature Metabolism)’에 이러한 내용이 담긴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팀은 초음파를 이용해 실험용 생쥐를 비롯한 여러 설치류 동물을 ‘토포(Torpor)’ 상태로 만들 수 있다는 걸 확인했다. 토포 상태란 야생 동물이 생존을 위해 체온과 신진대사 활동을 극도로 낮추는 것을 뜻한다. 토포 상태에 들어간 동물은 모든 활동을 중단한 채 잠에 빠지기 때문에 먹이 없이도 오래 버틸 수 있다.

토포 상태가 겨울잠과 다른 점은 계절과 상관 없이 일상적으로 발생한다는 점이다. 일례로 박쥐나 몇몇 새들은 매일 밤마다 토포 상태에 들어가기도 한다. 반면 곰, 다람쥐, 개구리와 같은 동물들은 겨울에 먹이가 떨어지면 봄이 올 때까지 긴 시간 동안 겨울잠에 빠진다.

실험용 생쥐 뇌의 시상하부에 초음파를 발사하는 모습. 초음파를 쏜 뒤부터 생쥐 체온이 36도보다 낮은 수준을 계속 유지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Nature Metabolism

연구팀은 체온과 대사조절에 관여하는 뇌 부위인 시상하부에 초음파를 쏘는 식으로 ‘토포 상태’를 만들었다. 실험용 생쥐의 시상하부에 초음파를 쏘자 섭씨 36도 수준이었던 체온이 33도 안팎으로 내려가더니 생쥐가 천천히 잠들었다. 생쥐는 두 시간이 지나서야 평소 몸 상태를 회복했다. 생쥐 체온이 돌아오려 할 때마다 초음파를 쏜 결과 생쥐는 24시간 동안 토포 상태를 유지했다.

생쥐보다 몸집이 크고 꼬리가 긴 종인 시궁쥐로 같은 실험을 진행했는데 결과는 같았다. 연구팀은 생쥐와 달리 시궁쥐가 원래 토포 상태에 빠지지 않는 종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이는 토포 상태와 무관한 다른 포유류들도 뇌에 초음파만 맞으면 토포 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는 것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연구자들은 이번 발견이 심우주 탐사에 큰 도움을 줄 수도 있을 것을 보고 있다. 심우주 탐사란 지구 중력과 자기장이 미치지 않을 정도로 먼 곳까지 우주선을 보내는 탐사로, 지구 밖 소행성이나 태양계 내 행성 탐사가 여기에 해당한다.

과학자들은 오래 전부터 이런 심우주 탐사에 나선 우주인들이 장기간 비행을 버틸 수 있게 할 방법으로 우주인들을 동면 상태로 만드는 것을 고려해왔다. SF영화 ‘에일리언’이나 ‘인터스텔라’에서도 심우주 탐사를 하는 우주비행사가 동면 상태로 장시간 우주를 여행하는 설정이 나온다. 긴 이동 시간 동안 깨어있는 게 불필요한 일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마테오 세리 이탈리아 볼로냐대 생물의학·신경운동과학부 교수는 “초음파를 활용해 인간을 토포 상태로 만들어 체온과 신진대사를 극도로 낮출 수 있다면 이는 심우주 탐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리 교수는 지난해 10월 시궁쥐나 돼지같은 포유류의 뇌 활동을 화학 작용적으로 억제해 토포 상태로 만드는 실험을 수행한 일이 있다.

초음파가 시상하부를 자극했을 때 어떤 원리로 포유류가 토포 상태에 빠지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그 원리를 비롯해 초음파를 이용한 토포 상태 진입이 사람에게도 적용될지, 이것이 안전할지 여부 등에 대한 추가 실험을 진행할 계획이다.

참고자료

Nature Metabolism, DOI: https://doi.org/10.1038/s42255-023-00804-z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