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편일률 ‘서양철학사’ 대신 아프리카·젠더 아우르는 ‘세계철학사’[책과 책 사이]

김종목 기자 2023. 5. 26.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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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출판b에서 9권짜리(별권 포함) <세계철학사>(이신철 옮김)를 출간했다. 일본 인문 출판사 지쿠마쇼보가 창사 80주년을 기념해 낸 책이다. 일본 철학자 115명이 참여했다.

제목 때문에 고대 그리스철학부터 시작해 유럽 철학을 주로 다루고, 곁다리로 중국이나 인도 철학을 끼워 넣은 전형적인 ‘세계철학사’를 먼저 떠올릴지 모르겠다.

“명실공히 ‘세계’라고 부를 수 있는 시야를 구축하고 확보하려는 흔적”(이신철)이 분명하다. 이슬람, 인도, 중국 철학사는 고대에 한정하지 않고, 현대까지 좇아간다.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원주민 아메리카 철학도 아우른다.

‘근대 조선 사상과 일본’도 들어갔다. 일본 편향 서술일까? “고대부터 조선 반도가 문명적·문화적·사상적으로 일본 군도에 대해 강한 영향을 주었다는 것은 당연하며 상식이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에서 ‘한·일 연대론’이나 ‘아시아주의’에 방점을 둔 해석은 한국의 그것과는 결이 다르지만, 책은 일본의 ‘강권 지배와 폭력적 통치’ ‘가혹한 지배’를 명시한다. ‘3·1 독립선언서’를 ‘격조 높은 명문’이라며 소개한다.

지역적으로 세계를 폭넓게 진단하는 이 ‘세계철학사’는 시기적으로는 코로나19를 겪은 현대, 내용으로는 인공지능(AI)과 젠더까지 분석한다. “여성에게 특정한 한정된 존재 방식밖에 허용”하지 않는 일본 안팎의 ‘안티 젠더’ 문제를 비판적으로 들여다본다.

“천편일률적인 철학자와 학설들로 채워진 기존의 ‘서양철학사’가 새로운 사유의 가능성과 사유의 현실성을 옥죄고 있다는 느낌”(이신철)을 받는 이들이라면, 즉 새로운 사유의 가능성을 찾으려는 이들이라면 이 책이 제격일 듯하다.

김종목 기자 j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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