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의과학 불모지 방치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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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의료서비스'가 강하고, 미국은 '의학'이 강하다."
매년 미국 의대 졸업생 중 3%인 1700명이 의과학자로 육성된다.
미국 10대 제약사 최고기술책임자(CTO)의 70%는 의과학자다.
미국 의과학자들은 유례없는 규모로 연구에 뛰어들어 '원인 미상'이었던 코로나19의 정체를 낱낱이 파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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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의료서비스’가 강하고, 미국은 ‘의학’이 강하다.”
지난 3년간 코로나19에 맞섰던 두 나라를 두고 의사들은 이런 평가를 내리곤 했다. 각자 강점은 다른 결과를 낳았다. 한국은 초기 대응엔 빨랐다. 유행 규모도 잘 관리됐다. 유행이 길어지자 상황은 달라졌다. 정부 오판으로 백신 도입은 지연됐다. 접종 속도도 더뎠다. 전파력이 강한 코로나19 변이가 퍼지자 K-방역은 단숨에 무너졌다. 근본적인 해결책 없이 의료진과 국민의 희생에만 의존했던 결과다. 인명 피해로 고전했던 미국은 일상을 빠르게 되찾았다. 국가 주도로 개발비만 20조 원을 쏟아부어 ‘백신 패권’을 잡은 덕분이다. 백신과 치료제는 코로나19 비상선언을 풀 수 있는 과학적 근거가 됐다. 결국, 코로나19를 이겨낸 것은 과학이었다.
차이를 만든 것은 의과학자다. 이들은 의사 면허를 가졌지만, 환자를 진료하지 않고 연구·개발에 주력하는 의사다. 인류를 구한 백신과 신약을 내놓은 주역이기도 하다. 소아마비 백신을 만들었던 조너스 소크 박사, 미국 화이자와 코로나19 백신을 공동개발한 우구어 자힌 박사 등이 대표적이다. 인간 수명을 비약적으로 늘린 항생제를 개발한 알렉산더 플레밍도 의과학자다. 의사 한 명은 평생 환자 수만 명을 치료하지만, 의과학자 한 명은 수억 명을 살릴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미국은 1964년부터 의대 120곳에서 의과학자양성프로그램(MSTP)을 운영하고 있다. 매년 미국 의대 졸업생 중 3%인 1700명이 의과학자로 육성된다. MSTP를 통해 의과학자가 된 사람 중 15명은 노벨상을 받았다. 미국 10대 제약사 최고기술책임자(CTO)의 70%는 의과학자다. 이 같은 토양에서 코로나19 백신은 단시일 내 개발됐다. 미국 의과학자들은 유례없는 규모로 연구에 뛰어들어 ‘원인 미상’이었던 코로나19의 정체를 낱낱이 파헤쳤다. 수십 년간 연구됐던 메신저리보핵산(mRNA) 기술도 가세했다. 백신 개발은 10년 이상 걸린다는 원칙을 깨고 코로나19 백신이 11개월 만에 나왔던 비결이다.
한국은 불모지다. 국내 의과학자는 약 1300명으로 추산된다. 전체 의사의 1%다. 의대 1곳에서 1년에 약 0.8명 배출돼 매년 30명도 나오지 않아서다. 원인은 불투명한 미래다. 임상의사의 연봉은 수억 원이지만, 의과학자는 박봉에 그친다. 일자리도 드물어 병원으로 다시 돌아가는 경우가 대다수다. 연구 환경도 척박하고 정부 지원금은 미미하다. 한국이 백신 경쟁에서 매번 뒤처진 건 의과학이 약했기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은 또 다른 시작이다. 의료진을 갈아 넣는 의료서비스를 앞세워 ‘땜질방역’을 반복한 게 우리 현실이다. 다음에 닥칠 감염병 위기에서도 해답을 내놓을 수 있는 건 의과학자다. 이들을 기르지 않으면 신약도, 백신도, 의료장비도 외국에 손을 벌려야 한다. 의과학이 국가 안보와도 직결되는 이유다. 의학과 과학, 공학을 아우르는 의과학자는 이제 전략 자원이다. 국부도 창출된다. 윤석열 정부도 국정 과제로 의과학자 양성을 꼽았다. 더는 말잔치로 끝나서는 안 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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