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불가피한 ‘실업급여 하한선’ 낮추기

2023. 5. 26.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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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지난 24일 '소득 기반 고용보험제도 개선 태스크포스'의 참여를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실업급여 하한선을 낮추는 것을 골자로 하는 제도 개선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고용보험 제도개선 태스크포스의 전문가들이 제안한 수준인 최저임금의 80%에서 60%로 낮추는 안을 놓고 정부와 사용자 및 양대 노총은 적절한 타협안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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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주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지난 24일 ‘소득 기반 고용보험제도 개선 태스크포스’의 참여를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실업급여 하한선을 낮추는 것을 골자로 하는 제도 개선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정부와 여당은 아예 하한선 폐지를 주장하면서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3개월을 예정으로 지난달에 시작한 실무 논의기구가 쟁점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과 토론도 해 보지 못한 채 파국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고용노동부 자료를 보면, 지난해 실업급여를 수급한 사람 중 27.8%가 일하면서 받은 임금의 실수령액보다 실업급여로 받은 돈이 더 많았다. 임금보다 실업급여가 더 많은 역전 현상으로 인해 힘들게 일하기보다 편하게 쉬면서 실업급여를 받으려는 사람이 많이 생겨났다. 따라서 불합리한 고용보험 제도를 개선하는 일은 피할 수 없는 정책 과제다. ‘비자발적 실업’이란 조건이 있어도 실업급여 수령 조건을 채우면 반복적으로 실업급여를 받는 사람이 많다는 점 역시 꾸준히 지적된 문제다. 이러니 실업급여 수당이 불필요한 사람에게도 지급되는 누수 현상이 발생한다. 그러나 고용보험의 재정 건전성에 위험을 초래한 근본 요인은 다른 데 있다.

우선, 문재인 정부는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최저임금을 급격히 인상했다. 이와 동시에 실업급여 수급 기간을 3∼8개월에서 4∼9개월로 연장하고, 지급기준도 평균임금 50%에서 60%로 높이면서 실업급여 지출총액이 대폭 늘었다. 그 결과 실업급여의 소득 역전 현상이 발생했다.

그리고 지난 3년간 코로나 팬데믹과 경제위기로 인해 실업급여 지출이 대폭 증가했다. 그뿐 아니라 당시 정부는 2번에 걸쳐 긴급 고용안정지원금을 지급했다. 2020년 3월, 11만8000명에 이른 무급 휴직자 그리고 14만2000명의 특수고용직 노동자와 자유 계약자에 고용안정지원금을 지급했으며, 4월에 추가로 1조5000억 원을 배정해 총 93만 명에게 지원금을 나눠줬다. 불가피한 조치였지만 고용보험의 재정 건전성에 심각한 부담을 줄 수밖에 없었다. 이에 더해 청년고용을 유도한다는 명목으로 선심성이 짙은 ‘청년고용 추가장려금’을 중소기업에 지급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고용보험기금에 유입된 공공자금관리기금을 고려하면 2017년 10조2544억 원에 이르던 고용보험기금은 3조9670억 원의 부채를 떠안은 것이다. 불합리한 제도 개선과 더불어 실업급여의 소득 역전 상태로 인한 근로 의욕 감퇴 시정은 노동시장 건전화를 위해 화급하다. 고용보험 제도개선 태스크포스의 전문가들이 제안한 수준인 최저임금의 80%에서 60%로 낮추는 안을 놓고 정부와 사용자 및 양대 노총은 적절한 타협안을 찾아야 한다.

잊지 말아야 할 점은 고용보험에 존재하는 광범위한 사각지대다. 이번 논의 기구의 이름처럼 ‘소득에 기반한 고용보험 제도’로서 보편적 고용보험을 마련하는 게 가장 중요한 정책 과제라는 말이다. 비임금 근로자를 비롯해 취업자의 43.8%가 고용보험의 사각지대에 있다. 4차 산업혁명이 초래할 변화에 고용보험 제도가 따라가지 못한다면 사각지대는 더 넓어진다. 정부와 사용자, 양대 노총이 고용보험 제도 개선을 위한 타협책을 끌어내야만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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