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앙투카가 유혹하는 롤랑가로스

김홍주 2023. 5. 26.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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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두번째 그랜드슬램인 롤랑가로스(프랑스오픈)의 매력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중 하나가 붉은 앙투카다. 테니스 선수라면 누구나 한 번 우승하고 싶어하는 대회로 프랑스오픈과 윔블던을 꼽는데 프랑스오픈을 상징하는 붉은 앙투카코트는 보는 이로 하여금 묘한 매력에 빠져들게 한다.

신발은 말할 것도 없고, 양말까지 붉게 물들이는 앙투카는 잔디와 하드에 비해 표면의 마찰력이 높아 강서버들이 애를 먹는다. 클레이코트는 높은 바운드와 느린 속도로 인해 스트로크와 풋워크가 좋은 선수들에게 유리한 코트다. ​​​​​​ 바운드 후 공 스피드가 느려져 한 포인트가 결정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클레이 코트에서 풋워크는 다른 코트 표면과 달리 미끄러지면서 치는 경우도 많아서 수비 범위가 꽤 넓다. 한 포인트를 얻기 위해서 테니스에서 구사할 수 있는 모든 샷을 쳐야 할 정도로 체력이 요구된다. 

테니스 코트는 바닥의 재질에 따라 크게 하드, 클레이, 잔디, 카페트의 4가지로 나눌 수 있다. 4대 그랜드슬램 역시 하드코트(호주오픈, US오픈)와 클레이코트(프랑스오픈) 그리고 잔디코트(윔블던) 대회로 구분된다.

3월 미국에서 열리는 마스터스대회가 끝나면 붉은 흙먼지를 일으키는 유럽 클레이코트 시즌이 시작된다. 하지만 클레이코트라고 해서 다 똑 같은 것이 아니다. 클레이코트는 자연상태의 점토가 아닌 가늘게 분쇄된 퇴적암 또는 벽돌로 이루어져 있는데 붉은색을 띠는 레드클레이와 푸른색의 그린클레이 혹은 미국식 클레이인 하트루(Har-Tru)로 나눌 수 있다.

일반적으로 클레이코트는 다른 코트에 비해 만들기는 쉽지만 관리 비용이 하드코트에 비해 많이 소요된다는 단점이 있다. 클레이코트는 평평한 표면을 유지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롤러로 눌러주어야 하며 자주 물을 뿌려 수분을 일정하게 유지시켜 주어야 한다. 그린클레이 코트는 일반적으로 배수를 위해 약간 경사지게 만든다. 그린클레이는 레드클레이와 비슷하나 좀 더 딱딱하고 빠르다. 그린클레이 코트는 그린 클레이를 코트에 먼저 깐 다음 그 위에 다른 표면재를 도포하여 준설한다. 이런 종류의 클레이 코트는 미국 전역에서 쓰이며, 특히 동부 및 남부 지역에 많다.

롤랑가로스는 그랜드슬램 중 유일하게 ‘앙투카’라고 불리는 클레이코트에서 진행된다. 약간의 비에도 플레이가 가능하기 때문에, 프랑스어에서 맑은 날에도 사용할 수 있는 우산을 가르키는 앙투카(en-toutcas)가 일반 명사로 쓰이고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in any case)’라는 의미의 앙투카는 붉은 벽돌 가루와 흙을 섞어서 만들기 때문에 비가 내린 뒤에도 약 한 시간 정도 지나면 경기를 재개할 수 있을 정도로 배수 성능이 뛰어나다. 

매 세트가 끝나면 스태프가 코트로 나와 네트 그물로 만든 밀대를 끌며 경기장을 정비하고 이후 두 사람이 마주하며 빗자루로 라인 위의 흙을 털어내는 모습도 롤랑가로스에서만 볼 수 있다. 일사불란한 움직임으로 코트 정리 시간은 20초면 충분하다.

롤랑가로스의 코트 표면이 붉은 흙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흙이 아니다. 롤랑가로스의 앙투카는 프랑스 북부 랑스 근교에서 만들어진 벽돌 가루이다. 롤랑가로스의 코트 표면은 총 5단계로 구성되어 있다. 

제일 아래 돌을 넣어 배수시설을 설치하고 그 위에 최소 30cm 정도 높이로 부순 자갈을 쌓는다. 다음으로 클링커(석탄 잔류물, 석탄이 고열에 타고 남은 단단한 물질)를 7~8cm 정도로 덮고 그 위에 흰 석회석 조각을 6~7cm정도 얹는다. 마지막으로 얇게 빻은 빨간 벽돌 가루를 1~2mm 정도 뿌리면 클레이코트가 완성된다. 클레이코트 한 면을 만들기 위해 약 2톤의 벽돌이 사용된다. 5층까지의 깊이는 약 80㎝. 이 구조는 옛날부터 전혀 바뀌지 않고 있다.

글= 김홍주 기자(tennis@tenni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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