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탁 트인 바다보니 아이디어가 탁"…'천국'이라는 LGU+ 강릉 워케이션

기사내용 요약
안목해변 근처에 마련한 'U+토피아' 가보니
팀단위로 방문 가능…입소문 나 계열사들도 관심

[서울=뉴시스] LG유플러스가 강릉 안목해변 근처에 워케이션 사무실을 마련했다. 숙소는 바로 옆 호텔로 선정했다. 모든 방은 바다가 보이는 오션뷰로 제공한다. (사진=LGU+ 제공)

[강릉=뉴시스] 심지혜 기자 = 지난 24일 KTX를 타고 두시간을 달려 도착한 강릉. 차를 타고 10여분 이동하니 1층짜리 단출한 건물과 호텔이 있었다. 주변에는 번잡한 상가 없이 탁 트여있다. 몇 걸음만 걸어가면 소나무 너머 파란 바다가 보이기 시작한다. 도심 속에 갇혀 있다 바닷가로 오니 마음까지 탁 트이는 느낌이다. 게다가 날씨까지 좋아 금상첨화였다.

찾아간 곳은 LG유플러스가 워케이션 공간으로 마련한 ‘U+토피아(LG유플러스와 유토피아의 합성어). 명칭은 직원 공모를 통해 선정했다. 지난 2월 개소해 약 100일간 120명의 임직원이 다녀갔다고 한다.

이 공간에서는 플랫폼, 콘텐츠 등 신사업 관련 신규 아이디어 및 개선 방안이 12개가 도출되는 등 LG유플러스의 신사업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중 라이프스쿼드, 메타버스플랫폼, 스마트모빌리티플랫폼, 커머스플랫폼, 펫타매스스쿼드 등의 조직이 내놓은 아이디어가 실제 서비스에 적용되거나 반영될 예정이다.

대표적인 서비스는 최근 출시한 일상 기록 플랫폼 '베터'(Better)다. 라이프스쿼드 팀원들은 베터 서비스 론칭을 앞두고 테스트 데이터, 이용자 설문, 콘텐츠 데이터 등 모든 데이터를 들고 이 곳을 찾았다. 머물러 있는 3박 4일 동안 데이터를 분석하고 전략을 다듬었다.

김주영 LG유플러스 라이프스쿼드 PM은 “좁은 회의실에서 벗어나 탁 트인 공간에서 회의를 진행하고 퇴근 후에도 팀원들과 저녁을 먹으며 즐거운 분위기 속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며 “워케이션 프로그램이 플랫폼의 전략을 설정하고 성공적으로 론칭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자체 설문 결과에서도 베터 이용자 중 72%가 '꾸준한 일상 기록이 더 나은 내가 되는 것에 도움이 된다'고 응답할 만큼 호응이 높다.

[서울=뉴시스] LG유플러스가 강릉 안목해변 근처에 워케이션 사무실을 마련했다. 몇 걸음만 걸으면 바다가 보인다. (사진=심지혜 기자)

"천국 같은 워케이션"…몇 걸음만 걸으면 동해 바다가 한눈에

U+토피아의 가장 큰 장점은 위치다. 동해 바다가 바로 눈앞에 펼쳐진다. 워케이션을 담당하는 인치현 즐거운직장팀장은 “’우와‘라는 감탄사가 나올 수 있도록 하는 곳을 찾으려 했고, 휴양지 중심으로 찾다보니 제주도, 부산, 강원도 등을 다 돌아다녔다”며 “임직원들의 편의성을 고려해 최종 강릉으로 위치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강릉은 안목해변 등 동해안의 자연 경관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이 잘 구축돼 있을 뿐만 아니라 KTX 강릉선을 통해 서울에서 약 2시간 이내 이동이 가능하다는 강점이 있기 때문이다.

이 건물을 확보하는 데에도 한참 공을 들였다. 이 팀장은 “소유주가 본인 회사 직원들을 위한 공간으로 꾸미려고 했던 곳”이라며 “회사 본사까지 찾아가 삼고초려 끝에 성사됐다”고 덧붙였다.

LG유플러스는 당초 워케이션 업체를 통해 진행할 계획이었다. 구두 계약을 맺고 본격적으로 진행하려 했는데 결정적 문제가 생겼다. 일반 카페에 직원들이 다른 회사 직원들과 섞여 근무를 해야 하는 방식이라 보안 문제가 걸렸던 것이다.

인 팀장은 “통신 서비스 회사는 금융권과 유사하게 개인정보가 굉장히 민감하다”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판단, 단독 공간이 필요하다고 보고 그 때부터 직접 발품을 팔았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LG유플러스가 강릉 안목해변 근처에 워케이션 사무실을 마련했다. 단독 건물로 운영하는 워케이션은 LG그룹 중 처음이다. (사진=심지혜 기자)

사무실 위치도 임직원의 만족도를 고려했다. 숙소로 정한 호텔과 도보로 30초 거리에 조성해 임직원들이 출퇴근하며 느끼는 피로감을 최소화했다. 숙소는 호텔 7층에서 바다가 보이는 ’오션뷰‘로 빌렸다.

또한 사무실 바로 앞에는 동해 바다와 더불어 소나무 숲 산책로가 위치해 있어 임직원들이 스트레스를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했다. 일할 때뿐 만 아니라 휴식을 취할 때도 밤바다의 분위기를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한 선택이다.

60평 규모의 사무실 내부 인테리어도 직접 즐거운직장팀에서 디자인했다. 자연을 테마로 하고 조명등 하나까지도 직접 선택했다. 날개를 펼친 갈매기 모습의 디자인, 파도의 굴곡진 모양을 본뜬 디자인 등으로 단조롭지 않았다.

책상은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는 모션데스크로 골랐다. 위치는 모두 창가쪽으로 배치했다. 옷을 관리할 수 있는 스타일러, 커피머신, 냉장고, 고급 스피커 등도 구비해 놨다. 또 화장실에는 샤워시설을 함께 마련해 모래를 털거나 바닷물을 닦을 수 있도록 했다.

깔끔한 사무실 관리를 위해 별도 관리자도 뒀다. 관리자가 필요한 부분들을 체크하고 보완해 준다. 그리고 6시가 되면 문을 닫는다.

[서울=뉴시스] LG유플러스가 강릉 안목해변 근처에 워케이션 사무실을 마련했다. (사진=심지혜 기자)

LG 그룹사 중 처음…"고객 경험 혁신 앞서 구성원이 행복해야"

단독 건물을 임대해 운영하는 워케이션 프로그램은 LG 계열사 중 LG유플러스가 유일하다. 현재 곤지암 리조트 워케이션이 운영되고 있는데 이는 개인 단위(가족 함께 이용 가능)로 진행한다. 방문 가능 기간은 2박3일에 그친다.

인 팀장은 “고객에게 최고의 경험을 제공해 우리의 찐팬으로 만들자는 게 회사 비전인데, 이를 위해서는 먼저 직원들이 긍정적인 경험을 갖는데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휴양지에 창의적인 근무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구성원들의 긍정적인 마인드와 업무 몰입도를 높여 궁극적으로는 고객가치 혁신을 통한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만만치 않은 비용이 투입되지만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는 LG그룹사 처음으로 단독 건물을 활용한 워케이션 공간 마련이라는 결단을 내렸다.

이 곳은 그룹이 운영하는 워케이션과 달리 개인이 아닌 팀 단위로 방문해야 한다. 팀별로 보다 집중적인 회의가 필요할 때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최대 11명이 4박5일 동안 사용 가능하다. 팀 선정은 주로 신사업 담당을 중심으로 한다.

인 팀장은 “새롭게 시도하는 신사업을 비롯해 고객 중심으로 일하는 ’애자일 일방식‘을 확산하기 위해 최적의 근무형태를 제공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LG유플러스가 강릉 안목해변 근처에 워케이션 사무실을 마련했다. (사진=심지혜 기자)

U+토피아의 만족도가 입소문을 타면서 다른 계열사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최근 LG그룹 사내방송 조직 LGCC가 먼저 찾아와 이 곳을 취재하고, 계열사 사내 방송에서 소개하기도 했다.

LG유플러스 내부에서도 인기가 높다. 신사업 조직들을 중심으로 팀워크 향상과 업무 성과 창출에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가 퍼지면서 신청이 늘어나고 있다. 실제 워케이션 참여 경쟁률은 최근 6대 1에 달할 정도다.

팀별로 방문해야 하는 만큼, 젊은 직원들이 상사와 한 공간에 며칠씩 있는 것을 불편해 하지 않냐“는 질문에 인 팀장은 ”예상 외로 서로를 더 이해하는 계기가 됐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받았다“고 답했다.

신사업 중심으로 팀을 받다 보니 아쉬운 목소리도 나온다. 영업과 같이 팀별 방문이 어려운 조직이나, 기존의 일반 조직들은 순위에서 밀리기 때문이다.

인 팀장은 ”긍정적인 취지로 시작한 것이지만, 상대적으로 서운해 할 수 있다는 점도 인지하고 있다“며 ”당장은 아니더라도 향후에는 최대한 다양한 조직을 수용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LG유플러스가 강릉 안목해변 근처에 워케이션 사무실을 마련했다. 이 곳을 방문한 직원들은 방명록에 긍정적 반응을 남겼다. (사진=심지혜 기자)

팀별로 방문해 밀도 높게 업무…"사이가 더 좋아졌어요"

이 날 워케이션 사무실에 근무 중이던 기업간거래(B2B) 신사업 조직 ‘스마트안전사업스쿼드’가 이 곳을 이용하고 있었다. 이 조직은 중대재해 예방을 위해 산업 현장에서 근로자의 안전을 높이는 스마트안전 솔루션 개발을 담당하고 있다. 4박5일간 안전솔루션 기능 구현과 마케팅 방법과 계획을 세우기 위한 목표로 워케이션을 찾았다.

명노성 스마트안전사업스쿼드 PO는 “평소 상품기획, 영업·마케팅 등 다양한 업무를 병행하고 있어 팀원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했다”며 “자연과 가까운 단독 공간에서 일을 하다 보니 아이디어 발굴은 물론, 속도감 있게 업무를 진행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많은 시간을 팀원들끼리 함께 시간을 보내며 팀의 결집력이 강해지고 애사심도 커지는 기분”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방문한 광고사업단, 기업메타버스스쿼드, 펫타매스스쿼드 등 신사업 조직은 ▲신규 비즈니스 모델 구축 ▲플랫폼 개선안 도출 ▲플랫폼 중장기 운영 계획 구성 등 신규 아이디어 발굴과 집중도를 요하는 과제를 워케이션 프로그램 기간 동안 수행해 내기도 했다.

워케이션을 찾았던 직원이 적어놓은 방명록에는 다들 "좋은 경험이었다" "즐거운 경험이었다" 등 긍정적인 반응이 가득 담겨있었다.

한 직원은 "반복되는 일상에서 공간이 주는 효과를 많이 느낀 것 같다"며 "사무공간 앞에 있는 바다만으로도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샘솟는 것 같다"고 남겼다.

[서울=뉴시스] LG유플러스가 강릉 안목해변 근처에 워케이션 사무실을 마련했다. (사진=심지혜 기자)

☞공감언론 뉴시스 siming@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