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법원 “‘로미오와 줄리엣’ 아동 성 착취 아냐” 소송 기각
1968년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의 주연을 맡았던 올리비아 핫세와 레너드 위팅이 촬영 당시 ‘아동 성 착취’를 당했다며 영화 제작사를 상대로 제기한 수천억원대 소송이 법원에서 기각됐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카운티의 앨리슨 매켄지 판사는 당시 줄리엣 역의 올리비아 핫세(71)와 로미오 역의 레너드 위팅(72)이 영화사 파라마운트 픽처스를 상대로 낸 소송을 기각했다고 AP통신 등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매켄지 판사는 결정문에서 두 배우가 주장한 문제의 장면이 아동 성착취에 해당하지 않으며, 언론과 출판의 자유를 보장한 수정헌법 제1조에 따라 보호된다고 판단했다.
매켄지 판사는 이어 배우들이 “이 영화가 법에 저촉될 만큼 충분히 성적 선정성을 띤다는 어떤 근거도 제시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올해 2월 영화가 재개봉됐다고 해도 사정이 달라지진 않는다고 판단했다.
매켄지 판사는 이번 소송이 아동 성범죄에 대한 공소시효를 한시적으로 유예한 캘리포니아주의 개정 법 적용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캘리포니아주는 2020년 관련 법을 개정해 3년간 아동 성범죄 공소시효를 한시적으로 중단했다.
줄리엣 역을 맡았던 핫세와 로미오 역을 맡았던 위팅은 지난해 12월 말 성학대와 성희롱, 사기 등을 당했다며 파라마운트 픽처스를 상대로 5억달러(당시 한화 약 6400억원) 이상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영화 촬영 당시 각각 15세, 16세였던 두 사람은 소장에서 당시 감독이었던 프랑코 제피렐리(2019년 사망)가 애초 “피부색 속옷을 입고 촬영할 것”이라고 설명했으나, 실제 촬영장에선 나체 촬영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두 사람은 제피렐리가 사전에 “나체를 드러내지 않도록 카메라를 배치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실제로는 엉덩이와 가슴 등 신체 일부가 노출됐고, 나체 장면을 촬영하지 않으면 “영화가 망할 것”이라고 압박했다고도 주장했다.
제피렐리 감독의 아들 피포 제피렐리는 지난 1월 초 성명을 내 해당 장면은 음란물이 아니며, 촬영 이후에도 배우들과 감독이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고 반박했다.
두 배우의 변호인은 성명에서 법원의 기각 결정을 강력히 비난하며 조만간 연방 법원에 추가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변호인은 “영화 산업에서의 미성년자 착취와 성 상품화에 맞서 법적인 해결이 이뤄져야 취약한 개인을 보호하고 법적 권한을 보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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