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서 끌려나온 주인공들의 한바탕 대소동[어린이 책]

2023. 5. 26. 09:21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어린이에게 책방은 가까우면서도 먼 장소다.

요즘처럼 인터넷으로 책을 구매하는 가정이 많은 시대에는 어린이가 직접 책방에 갈 일이 많지 않다.

앞치마를 두른 고양이가 주인공인 이 책방의 책꽂이에는 우리가 잘 아는 옛이야기들이 꽂혀 있다.

어쩌면 고양이가 진짜 주인일지도 모르는 우리 곁의 책방들이 떠오른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어린이책
책방 고양이
이시카와 에리코 글·그림│신명호 옮김│여유당

어린이에게 책방은 가까우면서도 먼 장소다. 요즘처럼 인터넷으로 책을 구매하는 가정이 많은 시대에는 어린이가 직접 책방에 갈 일이 많지 않다. 종이책에 대한 관심도 예전과 많이 다르다. 하지만 갖가지 신기한 내용을 다루는 책이 나를 기다리는 곳에 가서 새로 나온 책의 따끈하고 빳빳한 느낌을 즐기며 마음에 드는 책을 골라보는 일은 어린이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경험이다. 정보는 다른 곳에서도 얻을 수 있으나 어린이가 누리는 입체적인 경험의 측면에서는 종이책을 구하고 읽고 간직하는 일만큼 생생하고 강렬하지 않다. 그런 즐거움을 지켜가는 다정한 동네 책방들이 지역마다 곳곳에 있다.

이 그림책은 동네의 작은 책방에서 시작된 환상적인 모험을 다룬다. 앞치마를 두른 고양이가 주인공인 이 책방의 책꽂이에는 우리가 잘 아는 옛이야기들이 꽂혀 있다. 날이 맑은 이른 저녁 책방 문을 닫고 산책을 나서던 책방 고양이는 창문 닫는 걸 깜박한다. 창문 틈으로 회오리바람이 들어오고 책 속의 주인공들은 손을 맞잡은 채 책에서 끌려 나와 하늘로 날아오른다. 이어지는 대소동은 결국 책방 고양이의 노력으로 마무리된다. 그동안 분리된 세계에 있던 여러 주인공은 책 밖에서 만나 서로 돕고 어려움을 해결한다.

인물이 추가되면서 이야기의 긴장이 높아진다는 점에서는 우크라이나 민화 ‘장갑’ 같은 적층식 구조다. 피노키오와 신데렐라와 라푼젤이 만나는 장면은 로베르토 인노첸티의 ‘마지막 휴양지’와 닮았다. 시공간을 넘나드는 이 모든 관계를 부드럽고 역동적인 선의 흐름으로 담아낸 이시카와 에리코의 그림이 인상적이다. 어쩌면 고양이가 진짜 주인일지도 모르는 우리 곁의 책방들이 떠오른다. 6월 4일까지 열리는 전주국제그림책도서전에서 이 책의 사랑스러운 원화를 만날 수 있다. 48쪽, 1만6000원.

김지은 서울예대 교수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