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으로 눈찢고 “원숭이” 외치는 인종차별, 함께 분노하고 함께 돌아볼 때 [핫이슈]

이은아 기자(lea@mk.co.kr) 2023. 5. 26.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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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알 마드리드 공격수 비니시우스가 경기중 인종차별을 당했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스페인 프로축구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은 25일 팀 동료인 비니시우스 주니오르의 이름과 등번호 20번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나섰다. 인종차별을 당한 브라질 출신 비니시우스의 편에 서겠다는 의미였다. 상대팀도 ‘축구에서 인종차별을 몰아내자’는 플래카드를 함께 들어 보였고, 관중석에도 ‘우리는 비니시우스와 하나다’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걸렸다. 전반 20분이 되자 관중들은 비니시우스를 향해 기립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지난 22일 발렌시아와의 원정 경기 도중 발렌시아 팬들은 비니시우스를 향해 “원숭이” “죽어라” 등을 외쳐댔고 참다못한 비니시우스는 관중과 충돌했다. 지난 1월에는 AT마드리드 응원단이 비니시우스 유니폼을 입힌 검은 인형의 목을 매단 일도 있었다.

비니시우스는 경기가 끝난 뒤 소셜미디어에 “이번이 처음도, 두 번째도, 세 번째도 아니다. 라리가에서는 인종 차별이 일상화됐다. 한때 호나우지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리오넬 메시가 뛰었던 리그는 오늘날 인종차별주의자들이 모여있다. 나는 끝까지 인종차별주의자들과 싸울 것이다”라고 썼다.

스페인 경찰은 당시 경기장에서 인종차별적 발언을 한 혐의로 3명을 체포했고, 스페인축구협회는 발렌시아에 일부 관중석에 대한 5경기 무관중 징계를 내리고 4만5000유로(약 6400만원)의 제재금도 부과했다.

비니시우스의 고국 브라질 여론도 들끓고 있다.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가난을 이겨내고, 세계 최고가 돼가는 선수가 경기장에서 모욕당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고, 플라비우 지누 브라질 법무부 장관은 용의자들에게 브라질 형법을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브라질은 23일 리우데자네이루 예수상 조명을 1시간 동안 끄며 비니시우스에 대한 연대를 표하기도 했다.

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는 손흥민 선수를 향한 관중의 인종차별도 반복되고 있다.

지난해 8월 첼시와 토트넘의 경기 도중 코너킥을 차기 위해 이동하는 손흥민을 향해 눈을 찢는 행동을 한 남성은 벌금 726파운드(약 113만원)와 3년간 축구 관람 금지 처분을 받았다.

뿌리 깊은 인종차별이 스포츠 경기장에서 표출된 것인데, 코로나19 팬데믹 때는 아시아인 혐오가 확산하기도 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스포츠 스타인 손흥민 선수가 인종차별의 대상이 된 것은 마땅히 분노할 일이다. 동시에 우리의 모습은 어떤지 돌아보는 계기로 삼을 필요도 있다.

우리 사회 역시 외국인이나 이민자, 다문화 가정에 대한 차별의 시선이 여전하다.

2009년 “아랍인은 더럽다” 등의 인종혐오 발언으로 모욕죄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이 있었을 정도로 인종혐오 표현을 습관적으로 내뱉는 사람들이 많다. 중국인·일본인을 향한 ‘짱깨’ ‘쪽바리’ 등 비하 표현도 여전하다. 최근 한 중국 여행객이 한국에서 인종차별을 당했다는 영상을 올려 논란이 되기도 했고, 동남아나 인도 출신 외국인이 음식점 출입을 거부당하는 일도 있었다. 다문화 가정 자녀라는 이유로 학교에서 놀림과 따돌림, 차별을 겪는 아이들도 많다.

한국에는 100만명이 넘는 다문화 인구가 살고 있고, 2021년 출생아의 5.5%는 다문화 가정 아이다. 기록적 저출산이 지속되면서 이민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인종, 민족, 종교의 다름을 받아들이고 더불어 살기 위한 노력이 더욱 절실해진 것이다.

지난해 인권 의식 실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이주민의 인권이 존중받고 있다’는 응답은 36.2%에 그쳤다. 아직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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