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오신 날, 맑은 차 한 잔" 대흥사 초의차 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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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차는 부드럽고, 맛도 좋은데 향이 좀 부족한 듯합니다. 유념에 정성을 다해 주세요."
봄비가 촉촉이 내리는 대흥사 선방에서 보선 조실스님과 녹차를 만드는 수행 스님들이 올해 햇 녹차를 음미하고 있다.
법상 주지 스님은 26일 "초의선사에서 시작된 대흥사의 차는 계행을 실천하는 불가의 제자들이 만들어 어떠한 삿된 욕심 없는 차의 성품을 간직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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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연합뉴스) 조근영 기자 = "올해 차는 부드럽고, 맛도 좋은데 향이 좀 부족한 듯합니다. 유념에 정성을 다해 주세요."
봄비가 촉촉이 내리는 대흥사 선방에서 보선 조실스님과 녹차를 만드는 수행 스님들이 올해 햇 녹차를 음미하고 있다.
올해의 '초의차'를 큰스님에게 선보이는 자리.
좀처럼 동요가 없는 스님들도 이때만큼은 조실스님의 품평 한마디, 한마디에 긴장의 빛이 역력하다.
'초의차'는 대흥사 일지암에서 40여년간 은거하며 선다일여(禪茶一如)의 사상으로 조선차의 중흥기를 이끌었던 초의선사에서 그 이름이 비롯됐다.
초의선사로부터 차의 성지가 된 대흥사에서는 아직도 매년 봄이면 초의선사가 빚었던 전통방식 그대로 녹차를 만든다.
두륜산 야생 녹차밭에서 따온 찻잎은 살청(殺靑), 유념(柔捻), 건조(乾燥)의 과정을 거친다.
살청은 찻잎을 덖는 과정으로 고열에서 덖은 과정을 반복한다.
살청이 끝나면 잎을 광목천 위에 재빨리 흩트려서 비비는 유념이 기다린다.
특히 대흥사에서는 유념의 과정을 가장 중요하게 여겨 온 힘을 집중해 거세게 잎을 비비는 것이 특징이다.
차 덖는 일을 하루하고 나면 손이 붓고 얼얼해 잠을 못 이룰 정도라고 한다.
유념의 과정이 남다른 만큼 차를 마시는 방법도 특별하다.
"보통 녹차를 냉한 성질이라고 해서 낮은 온도에서 찻물을 붓는데, 초의차는 뜨거운 물을 부어 먹는 것이 특징이에요. 그래도 부드럽고 떫은맛이 없어서 따뜻하게 마실 수 있지요."
두륜산 야생차밭에서 따온 차를 덖고, 말리고를 9번 반복하는 구증구포(九蒸九曝)의 과정은 힘든 일이기도 하지만 대흥사 스님들에게는 수행이기도 하다.
스님들이 봄철 만든 초의차는 부처님 오신 날 헌다례 등 주요 행사에 사용되고, 스님들의'차 수행'에도 요긴히 쓰인다.
법상 주지 스님은 26일 "초의선사에서 시작된 대흥사의 차는 계행을 실천하는 불가의 제자들이 만들어 어떠한 삿된 욕심 없는 차의 성품을 간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맑은 차 한잔으로도 법희선열(法喜禪悅)을 느낀다고 하셨던 초의선사의 마음을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대중과 널리 나누고 싶다"라고 강조했다.
chog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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