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신 전세보증 기준 강화는 내년인데"…'공시가 하락'에 은행대출 벌써 거절
(서울=뉴스1) 김도엽 기자 = 기존 임대차계약 갱신의 경우 내년부터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전세보증 가입 기준이 강화되지만, 일선 은행 지점을 중심으로 신규 계약과 동일한 기준을 요구하며 대출을 거절하고 있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공시가격 하락, HUG 전세보증 가입 기준 강황에 따라 수천만원의 보증금을 돌려줘야 하는 임대인들은 당장 현금을 확보하지 못해, 살고 있는 집을 팔아서라도 보증금 반환하겠다는 특약서를 써주고 있는 상황이다.
26일 HUG 등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집값의 90% 이하 주택만 전세보증에 가입할 수 있다. 올해부터 주택가격 산정시 공시가격 적용 비율도 기존 150%에서 140%로 낮춰졌는데, 이에 따라 126%(140%의 90%)까지만 보증보험 가입을 할 수 있다.
기준은 이달 1일부터 신규 보증에 적용되며, 기존 계약 갱신의 경우 내년 1월1일부터 적용된다.
다만 5대 시중은행 일선 지점들은 기존 계약 갱신의 경우에도 대출 연장을 거부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HUG 전세보증 가입 기준 강화 외에도 지난달 공동주택 공시가격 하락해, 담보가치가 내려간 만큼 은행에서 대출금을 회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갭투자, 역전세 이슈가 많다 보니 대출 연장 전 공시가격이 하락한 물건에 대한 대출을 그대로 가져가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묵시적 갱신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말했다.
임대인 입장에선 역전세, 전세사기 대란 등 새 임차인을 구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공시가격 하락만큼의 차액을 현금으로 마련해야 하는데, 현금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에 임차인들로부터 임차권등기명령, 민사소송 등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비아파트 다주택 임대사업자 A씨는 "일부 임차인이 다행히 나가지 않고 갱신해주겠다고 해도 공시가격이 하락해 은행에서 대출 갱신이 거부되고 있다"며 "그 차액만큼 반환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취지의 특약서도 함께 써주고 있는데, 2년 뒤에 가격이 회복되지 않으면 똑같은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라 사실상 폭탄 돌리기와 같다"고 말했다. A씨가 임차인에게 써준 특약서에는 A씨의 '집을 팔아서라도 보증금 회수에 노력한다'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비아파트 다주택 임대사업자 B씨의 경우도 상황은 비슷하다. B씨의 강서구 빌라의 공시가격이 지난달 2400만원 내렸는데, 임차인으로부터 "은행에서 대출 연장이 거절됐다"는 말을 들은 것이다. B씨가 당장 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는 상황을 아는 임차인이 묵시적 계약 갱신을 해주며 2년간 시간을 주려 했지만, 은행 대출 거절에 상황이 복잡해졌다.
B씨는 "공시가격 하락, 공시가격 적용 비율 강화, 전세보증 가입 기준 강화를 다 더하면 기존 150%에서 108%까지 떨어진다"며 "임차인 입장에선 엄청 큰 배려를 해준 건데, 은행 대출에서 막히니 답답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당분간 역전세난은 지속될 전망이다.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보증금들 돌려주지 못하는 사례도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서울 연립주택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은 69.8%다. 전달 70% 대비 0.2%p 하락했다. 연립주택 전세가율이 70%대가 붕괴된 건 지난 2017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임대사업자들은 보증금 반환 목적용 대출 규제라도 완화해달라고 요구 중이다. 정부가 지난 3월 임차보증금 반환목적으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음에도, DSR 규제가 여전히 살아 있어 추가 대출을 받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우회용 사업자대출 역시 RTI가 적용 사실상 보증금 반환목적으로 한 대출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 "전세가가 내려가 보증금을 못 돌려주고, 다른 대출을 끌어들일 수 없는 부분은 대출을 조금 터주자는데 금융당국과 공감대가 있다"며 "구체적으로 어떤 요건으로 할지 금융당국이 시뮬레이션을 제시하면 국토부도 의견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dyeop@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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