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시무시한 괴물에 맞서 싸운 용사”…초등학생 462명이 그린 ‘5 ·18 가치그림책’
거대한 몸집에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맹수가 한 남성을 노려보고 있다. 남성은 양손에 검을 쥐고 맹수에 맞서 싸우려 한다. 광주광역시 제석초등학교 4학년 4반 한 학생의 그림이다. 이 학생은 “무시무시한 괴물에 맞설 때 다짐하는 마음이 ‘용기’”라고 했다.
백발의 노인이 팔을 뻗어 아이에게 우산을 씌워주고 있다. 노인은 비를 흠뻑 맞으면서도 환하게 웃고 있다. 대촌중앙초 5학년 1반 학생은 이 그림에서 ‘희생’을 표현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5·18 때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하신 분들께 감사 드린다”고 했다.
학운초 6학년 2반 한 학생은 가로등을 그린 뒤 “어두운 밤을 밝게 비춰주는 것이 ‘희망’”이라고 적었다.
제43주년 5·18민주화운동을 기념한 <5·18 가치그림책>(가치그림책)이 최근 제작돼 공개됐다. 이 그림책에는 초등학생들이 생각하는 5·18의 ‘용기·평화·기억·자유·희망’ 등의 가치가 담겼다.
가치그림책은 초등학생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제작됐다. 기존 사실 전달 중심이었던 5 ·18교육 방식에서 벗어나 어린 학생들의 지적 관심과 정서적 감응을 고려한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자는 취지에서 지난해 처음 기획됐다.
5·18기념재단과 교원단체 광주실천교사는 참여 학급을 모집하고 제작을 돕는다. 초등학교 학급 학생들이 자신이 생각하는 5·18 가치를 그림과 글로 적으면 5·18기념재단은 그림책으로 제작해 참여학급에 전달하고 다른 학급 학생들 간의 교감을 위해 그림책도 교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올해는 가치그림책 제작에는 전국 초등학교 20학급(광주·전남 14학급, 서울·경기 5학급, 독일 1학급)의 교사와 학생 462명이 참여했다. 각 학급 학생들은 그림책 제작을 위해 지난 4월부터 머리를 맞대고 5·18의 가치에 대해 논의했다. 그 결과 용기와 평화, 기억, 자유, 희망 등 소주제를 정하고 그림과 글을 작성했다.
학급마다 주제는 달라도 5·18을 바라보는 따스한 시각은 같았다. 많은 학생들은 오월영령들을 민주주의를 이뤄낸 영웅, 혹은 빛으로 표현했다.
5·18기념재단은 가치그림책 제작을 기념해 지난 25일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온라인으로 진행된 출판기념회에는 학사 일정 등을 고려해 10개 학급 200여명이 참여했다. 가치그림책을 이날 처음 전달받은 학생들은 자신들의 그림과 글이 책으로 제작된 것에 대해 신기해하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5·18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고 입을 모았다.
빛고을초 최현정 학생은 “5·18에 대해 나처럼 생각하는 친구들이 많다는 것이 신기하고 너무 뿌듯하다”며 “내년에도 참여하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선창초 박선옥 교사는 “아이들이 5·18에 대한 가치를 배워가는 소중한 기회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5·18기념재단은 가치그림책으로 수업 진행을 돕는 한편 전시회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고귀한 기자 g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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