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 IMF보다 낮춘 한은…그래도 "금리 못 올린다 생각마"

김혜지 기자 2023. 5. 26.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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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성장률 전망 1.6→1.4% 하향 조정…IMF·KDI 아래
이창용 한은 총재 "금리 낮춰 성장? 망국의 지름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마치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호주도 금리를 동결해 놓고 지켜보자 했다가 지난달에 올렸다. 한국은 왜 그렇게 못할 것 같으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25일 시장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를 둘러싸고 수차례 직설을 날렸다. 그는 중앙은행 총재로서는 다소 이례적으로 시장을 향해 "금리 인상을 절대로 못할 거라고 생각하지 말아 달라"면서 뚜렷한 경고성 발언을 남기기도 했다.

26일 한은에 따르면 이 총재는 전날 기준금리를 연 3.50% 수준에서 3회 연속 동결한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정례회의 직후 통화정책방향 기자 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말했다.

먼저 이 총재는 한은의 연속 동결 기조로 인해 시장의 인하 기대감이 부푼 데 대해 여러 차례 경고장을 날렸다. 금리 인하 논의는 아직 이르며, 심지어는 향후 몇개월 동안은 금리를 다시 올릴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는 취지다.

이 총재는 "한은이 금리를 동결시켜 놓고 앞으로 절대 올리지 않을 텐데 일종의 거짓으로 겁만 주고 있다고 시장이 반응하고 있다는 소리도 많이 들었다"면서 "(하지만 금리 인상) 옵션을 열어 놓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호주 중앙은행도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지켜보겠다 해서 사람들이 다 안 올릴 거라 생각했지만 지난달에 올렸다"며 "그것을 보고 한국은 왜 그렇게 못할 것 같으냐, 절대로 못할 거라고 생각하지는 말아 달라는 게 저의 부탁이다"라고 강조했다.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물론 시장도 아무 이유 없이 금리 인하에 기대를 거는 것은 아니다.

시장은 올 경제 성장이 점차 둔화하면서 한은이 연말에 가서는 금리 인하 압박을 무겁게 받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로 한은이 이날 발표한 수정경제전망에 따르면 올 우리나라 성장률은 1.4%에 그친다. 지난 2월 전망치(1.6%)보다 0.2%포인트(p) 낮은 수치다.

한은의 성장률 전망은 정부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1.6%는 물론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개발은행(ADB)의 1.5%보다도 낮다.

그런데 이날 이 총재는 재정·통화 등 손쉬운 단기 정책으로 성장률을 높이려는 것에 깊은 반감을 드러냈다.

이 총재는 "지금의 고물가 시대가 지나면 소위 장기 저성장(secular stagnation) 구조로 갈 거라는 논의가 있는 것으로 아는데, 개인적으로는 이미 우리나라는 장기 저성장 구조로 와 있다고 생각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노동, 연금, 교육 등 구조개혁이 필요한데, 지금 한 발짝도 못 나가고 있다"고 안타까워 했다.

그러면서 "한은 총재가 왜 이런 얘기를 하냐고, 통화정책에 관심없이 이런 얘기만 한다고 할 것 같지만 이게 우리(통화 당국)와 관련된다"며 "이렇게 구조적으로 어려운 것을 해결 못 하니까 결국은 재정으로 돈 풀어서 해결해라, 금리 낮춰서 해결해라, 이렇게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으로 부담이 다 온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회적 타협이 안 돼 해결 못 하는 문제를 재정 당국과 통화 정책을 보고 단기 정책으로 해결하라고 하면, 나라가 망가지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금리 인하 논의에 엄격히 선을 그은 데 이어, 우리 경제의 저성장 탈피는 금리 인하가 아닌 구조개혁을 통해 근본적으로 해결할 일이라는 소신을 내비친 것이다.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시장은 이 총재의 발언에도 크게 영향을 받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은이 금리를 동결하고 성장률 눈높이를 낮춘 뒤 매파(통화 긴축 선호) 발언으로 시장의 인하 기대를 조절할 것이라는 예상은 이번 금통위 이전부터 깔려 있었기 때문이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금리 수준은 동결하지만 추가 인상 옵션 카드를 갖고 있다는 점과 향후 인하 가능성을 차단하는 발언을 통해 시장금리의 과도한 하락을 막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안 연구원은 "결국 연말 들어 미국과 한은 모두 금리 인하의 기대는 다시 확대될 수 있다"며 "주요 기관에서는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을 1% 내외로 평가하고 있고 이를 감안할 때 한은의 성장률 시선 또한 하향 조정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시장은 이 총재의 추가 매파 발언에도 준비된 모습이다.

우혜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은은 연내 인하에 대한 확신이 없다면 굳이 이른 시점에 정책 전환에 대한 기대감을 키워주진 않을 것"이라며 "더구나 연준의 동결 기조를 고려했을 때 한은이 먼저 인하 기대감을 심어주는 발언을 하기는 부담스럽다"고 분석했다.

icef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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