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광과 환멸의 반복…그럼에도 정치의 가능성 믿는다면 [책&생각]

이승준 2023. 5. 26. 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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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시민들이 '정치'를 입에 올릴 때 나오는 반응일 것이다.

5년마다 열리는 대선에서 시민들은 정치에 몰입해 지지 정당에 따라 갈라져 총력전을 벌이지만, 새 정부 출범 뒤 열광적 에너지는 사그라든다.

책은 한국 사회를 '열광과 환멸의 사이클'이라는 틀로 바라보며, 이러한 체제를 유지시키는 한국 정치에 렌즈를 깊숙이 들이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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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열린 전국집중촛불재행진에 참석한 시민들이 ‘윤석열 퇴진’ 구호를 외치고 있는 모습.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한국 정치 리부트
열광과 환멸의 시대를 이해하는 키워드 12
신진욱·이세영 지음 | 메디치미디어 | 1만7000원

‘그놈이 그놈이다’ ‘매일 싸우기만 한다’ ‘누가 이겨도 달라지는 게 없다’…

많은 시민들이 ‘정치’를 입에 올릴 때 나오는 반응일 것이다. 5년마다 열리는 대선에서 시민들은 정치에 몰입해 지지 정당에 따라 갈라져 총력전을 벌이지만, 새 정부 출범 뒤 열광적 에너지는 사그라든다. 그 공백을 메우는 것은 정치에 대한 냉소와 혐오다.

책은 한국 사회를 ‘열광과 환멸의 사이클’이라는 틀로 바라보며, 이러한 체제를 유지시키는 한국 정치에 렌즈를 깊숙이 들이민다. <한겨레>에서 정치 현장을 취재해온 기자(이세영)와 민주주의·불평등 문제 등을 연구해온 학자(신진욱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가 <한겨레21>에서 1년여간 질문을 주고받으며 정치·사회를 해부해온 연재를 다듬어 묶었다.

저자들은 1987년 6월항쟁·노동자 대투쟁 이후 “우리가 목도해온 것은 5년 안팎의 간격으로 반복되어 온 ‘열광과 환멸의 사이클’이다”라고 말한다. 아래로부터 솟구친 대중운동의 에너지가 민주화를 열어젖혔지만, 책은 “의회라는 제도 질서를 통해 흡수되지 못한 열정과 에너지가 (다시) 쌓이게 되었고, 임계점에 도달한 에너지가 특정한 사회정치적 모멘텀과 조우하면 의회라는 대의 시스템을 우회해 폭발적으로 분출되는 상황이 빚어졌다”고 설명한다. 2000년대 이후 거리정치를 상징해온 ‘촛불의 주기적 출몰’도 이러한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에 책은 ‘갈등’에 주목한다. 갈등은 보통 부정적으로 비치지만 정치의 본질은 갈등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있다. 저자들은 ‘민주주의 사회의 존속은 수많은 잠재적 갈등에 우선순위를 부여하며 갈등을 관리하는 일’이라는 미국의 정치학자 샤츠슈나이더의 말을 인용하며 열광과 환멸의 반복은 한국 정치가 갈등 관리에 완전히 실패했다고 짚는다. 이세영은 “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 모두 새로운 갈등 이슈를 던져 유권자 집단을 효과적으로 갈라치는 데 실패했다”고 진단하고, 신진욱은 “정당의 의무는 사회의 가장 중요한 문제를 포착해 진단과 해법을 명료히 함으로써 갈등을 가시화, 구체화하고 제도화하는 일”이라고 지적한다.

책은 정치양극화, 세대론, 포퓰리즘, 팬덤정치, 제3지대 등 12가지 열쇳말로 지금의 한국 정치와 한국 사회의 최전선으로 들어가 현상을 분석하고, 변화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이 최전선에서 저자와 독자는 하나의 질문과 만날 수밖에 없다. ‘더 나은 정치’ ‘더 나은 사회’는 가능한가.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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