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 싶다던 한국 학생에게 베르베르는 말했다 [책&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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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수벼룩 아빠와 암벼룩 엄마 사이에서 태어난 벼룩이다."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62·프랑스)가 밝힌 자신의 첫 픽션 첫 문장이다.
작가적 기질의 첫 발현을 거슬러 가보니 닿는다는, 8살 베르나르가 해간 학교 작문 제목은 '벼룩의 추억'.
양말을 빠져나와 사람의 발에서 온갖 역경-배꼽 우물, 거대한 새끼손가락의 공격 등-을 극복하고 머리 정수리까지 올라 빛을 보는 대장정을 1인칭 벼룩 시점으로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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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베르 씨, 오늘은 뭘 쓰세요?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전미연 옮김 l 열린책들 l 1만8800원
“나는 수벼룩 아빠와 암벼룩 엄마 사이에서 태어난 벼룩이다.”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62·프랑스)가 밝힌 자신의 첫 픽션 첫 문장이다. 작가적 기질의 첫 발현을 거슬러 가보니 닿는다는, 8살 베르나르가 해간 학교 작문 제목은 ‘벼룩의 추억’. 양말을 빠져나와 사람의 발에서 온갖 역경-배꼽 우물, 거대한 새끼손가락의 공격 등-을 극복하고 머리 정수리까지 올라 빛을 보는 대장정을 1인칭 벼룩 시점으로 썼다. 폭소하는 교사와 급우들 덕분에 소년의 상상은 더 과감해진다. 옛 성에서 거듭되는 관광객 실종 사건을 좇는 탐정물-범인이 살아 있는 생명체로서의 성 자체였다-이나 연인들이 나무껍질에 ♡ 모양을 새길 때마다 아파하는 ‘화자’ 나무의 이야기까지.
유년 시절 물고기, 거북도 기르며 작은 생물의 눈높이 세상을 궁리하는 기질은 결국 <개미>의 사실상 첫 버전까지 여덟살에 시도(유리병에 갇힌 개미들의 탈출기를 쓰고 그림)하게 한다. 당시 제일 흥미롭게 관찰했던 ‘개미떼’가 던져 준 질문과 함께. “우리도 …어떤 거대한 존재에게 관찰되고 있는 건 아닐까?” <개미>는 17살부터 본격 쓰이기 시작한다.
기억력이 나빠 열등생 취급받고 아이들의 서열을 가르던 축구에도 ‘젬병’이었으나, “학교에서 살아남”는 덴 ‘소년 구라’의 매력이 있었다. “모자란 기억력을 상상력으로 대체”한 결과. 그리고 수십 년째 오전 4시간30분씩 글쓰기, (필립 케이. 딕을 스승 삼아) 오후 1시간씩 단편 완성, 3시간씩 자료조사·기타 프로젝트 수행, (48살 관상동맥 협착 이후) 1시간씩 운동하는 하루 단위 성실함으로 그 모든 재능을 대체 중이다.
<베르베르씨, 오늘은 뭘 쓰세요?>는 데뷔 33년차 베르나르의 첫 자전 에세이다. <개미의 회고록>이 원제로, 연령순으로 작가의 ‘비밀’을 일기 쓰듯 풀어헤친다. 6년가량 <개미>의 출판이 거절된 사연, “죽지 않아야 할 이유를 한 가지만 말해”달라던 한국 학생과의 사연까지 유쾌하게 때로 따스하게.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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