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마을] 아픈 사람 - 김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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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병을 얻어서 나누어줄 게 없다.
아프다고 말하면서 아픈 마음을 나누고 아픈 마음을 덜어가는 사람에게 더 아프라고 채근하지는 못해도 은근히 바라는 마음이 병을 나눈다.
마음이 깊어야 병도 깊다.
병이 깊어야 나눌 수 있는 마음도 깊어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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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마을]
마음에 병을 얻어서 나누어줄 게 없다. 얻은 것이 하필 병이라면 병이라도 나누어야 한다. 아프다고 말하면서 아픈 마음을 나누고 아픈 마음을 덜어가는 사람에게 더 아프라고 채근하지는 못해도 은근히 바라는 마음이 병을 나눈다. 염치도 없이 병을 나누려면 병이 깊어야 한다. 마음이 깊어야 병도 깊다. 병이 깊어야 나눌 수 있는 마음도 깊어지는 법. 한없이 깊어지다 보면 병도 법이 되는가 보다. 그걸 생각하면 아프다. 아픈 사람이 아프면 아프지 않은 사람도 아프다. 그래서 아프다. 이 아픈 현실을 못 이겨서 떠나는 사람도 아프다. 남아 있어도 아프고 떠나 있어도 아픈 사람. 그가 아프다고 전갈을 보내면 나는 어디에 있어야 할까. 어느 쪽에서 그 소식을 듣고 움직여야 할까. 아픈 쪽에서 더 아픈 쪽으로 움직이다 보면 모두가 아픈 것처럼 아프다. 더 아프지 말아야지. 이런 충고를 하는 사람도 아프다. 아파서 여기까지 왔다. 어서 일어나라고 아픈 사람이 말했다.
-김언의 시, <엄브렐라> 2023 봄·여름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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