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사장과 교섭 요구하면, ‘불법 딱지’ 드밀며 손배 청구”

방준호 2023. 5. 26. 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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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규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장은 "아직도 사용자를 찾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김수억 비정규직이제그만 공동집행위원장(전 기아차 비정규직 지회장)은 "현재 노조법으론 비정규직이 노동조합을 만드는 과정이 쉽지 않다"며 "해고의 두려움을 안고 노조를 만들어도 실제 권한이 있는 원청과 교섭할 수 없고, 이를 요구하면 불법으로 규정해 되레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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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윤석열 정부 노조탄압]하청노동자들, 노조법 개정 촉구
비정규직이제그만공동투쟁 활동가들이 25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노조법 2·3조 개정을 요구하는 손팻말을 들고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이상규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장은 “아직도 사용자를 찾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저와 형식적으로 고용 관계를 맺은 하청업체는 고용과 안전을 보장하는 데 아무 힘이 없는 ‘바지 사장’이고, 원청은 법원 판결과 노동위원회 판정에도 자회사 설립 같은 방법으로 (직접 고용을) 피해가거나 버티고 있습니다.”

자신의 노동조건을 좌우하는 ‘진짜 사장’을 찾기 위해 십수년에 이르는 문제 제기와 법정 투쟁, 수백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를 당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25일 <한겨레>에 “노조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은 대통령의 거부권으로 막을 수 없는 절실한 법안”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씨를 비롯해 현대제철 비정규직 노조 간부와 조합원 또한 246억원의 손해배상을 짊어지고 있다. 전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사용자의 범위를 확대하고 쟁의행위에 대한 손배·가압류 범위를 제한하는 노조법 2·3조 개정안을 본회의에 직회부했다. 정부와 경영계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고, 윤석열 대통령도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김수억 비정규직이제그만 공동집행위원장(전 기아차 비정규직 지회장)은 “현재 노조법으론 비정규직이 노동조합을 만드는 과정이 쉽지 않다”며 “해고의 두려움을 안고 노조를 만들어도 실제 권한이 있는 원청과 교섭할 수 없고, 이를 요구하면 불법으로 규정해 되레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전날 노란봉투법에 대해 “소수 기득권만을 강화하여 다수 (노조) 미조직 근로자와의 격차를 오히려 확대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한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오히려 노조 없는 노동자의 노조 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노란봉투법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김현제 현대차 비정규직지회장 직무대행은 노란봉투법이 불법행위를 조장한다는 경영계 주장에 대해 “애초 불법 파견 같은 (갈등) 원인을 제공한 기업의 책임은 묻지 않고 불법을 고치라고 한 노동자 책임만 묻겠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또 “노동조건을 바꿀 수 있는 실질적인 권한이 있는 원청 사용자와 교섭할 수 있었다면 노사 간 갈등도 격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현대차는 불법 파견 문제 제기와 항의 과정에서 피해가 발생했다며 비정규직지회에 366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그러는 사이 노동자 두 사람이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

이들은 이날 민주노총 금속노조와 ‘비정규직이제그만 공동투쟁’이 연 집회에 참석했다.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 재능교육지부, 기아차 비정규직지회, 등 노조 조끼를 입은 하청·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이 한데 모여 ‘진짜 사장 책임져’ 구호를 외쳤다. 오수영 전국학습지노조 재능교육지부장은 “정부는 우리들의 처절한 마음의 백만분의 일도 모른 채, 우리가 단결해 스스로 권리를 찾는 것조차 막으려고 한다”고 했다. 재능교육 노동자들은 노조법상 노동자임을 인정받고 ‘진짜 사장인 재능교육과 교섭하기 위한 농성을 2007년부터 2014년까지 무려 7년7개월 동안 벌인 바 있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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