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숲] 당신 개 좀 안아봐도 될까요

관리자 2023. 5. 26. 05:02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친구에게 부고를 받았다.

반려견이 무지개다리를 건넜단다.

김금희 작가의 단편소설 <당신 개 좀 안아봐도 될까요> 는 반려견 설기를 떠나보낸 세미의 이야기다.

알고 보니 그녀도 얼마 전에 반려견이 무지개다리를 건넜다고 한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친구에게 부고를 받았다. 반려견이 무지개다리를 건넜단다. 만나서 한참 이야기를 들었다. 세상을 떠난 반려견은 13년 동안 함께했던 가족이었다. 갑자기 사료를 먹지 않고 무기력해진 개를 병원에 데려가니 심각하단다. 응급수술 후에 회복실로 돌아온 반려견을 입원시키고 집으로 돌아왔지만, 다음 날 아침 세상을 떠났다는 전화를 받았단다. 가족 모두 반려동물 장례식장에 함께 가서 장례 절차를 따르고 유골함을 받아 돌아왔다고 한다. 슬픔은 생각 이상으로 컸고, 준비되지 않은 이별을 다 큰 자녀들도 받아들이기 버거워했다. 나도 10년 전 떠나보낸 우리 집 반려견 쿠키의 이야기를 나누며 슬픔을 공유했다.

김금희 작가의 단편소설 <당신 개 좀 안아봐도 될까요>는 반려견 설기를 떠나보낸 세미의 이야기다. 세미는 설기를 잃고 난 후로는 경의선 숲길 공원에 앉아 지나가는 개들을 바라보곤 했다. 산책길에서 개를 데리고 나온 반려인들을 보고 있노라면 설기가 살아 있는 느낌을 받았다. 세미의 애도 방법이었다. 동네친구 양요가 세미의 그런 상황을 알고 찾아와 위로하며, 새로운 애도 방법을 제안했다. 아는 사람들에게 부탁해 반려견을 데리고 나와서 같이 만나고 한번 안아보면서 설기를 서서히 보내주라는 것이었다.

세미는 친구목록을 보면서 프로필에 개나 고양이 사진을 올려놓은 사람을 찾았다. 제일 먼저 이전 직장동료에게 문자를 넣었다. 반려견을 잃은 사연을 전하고, 오랜만에 보고 싶다고, 기왕이면 키우는 개를 함께 만나보고 싶다고 적었다. 흔쾌히 허락받고 약속 장소에 가보니 반려견이 보이지 않았다. 알고 보니 그녀도 얼마 전에 반려견이 무지개다리를 건넜다고 한다. 같은 아픔이 있어 그 둘은 하염없이 옛이야기를 나누며 슬픔을 덜어냈다.

반려인들은 자기 개를 보여주는 일에 거리낌이 없었다. 연락도 잘 안했던 친척의 건장한 불도그도 만나고, 한때 퍼스널트레이닝(PT)을 받았던 트레이너의 개, 런지도 만났다. 다양한 개를 만나는 것도, 그 시절 추억을 나누는 것도 위로가 됐다. 회사 앞 지하 매점에서 강아지 한마리를 우연히 데려와 키울까 말까 고민하는 사장님 이야기도 들어주고, 개를 다섯마리나 키우는 중학교 때 공부방 선생님도 만났다. 이런 애도 방법을 제안했던 양요를 다시 만나 이야기했다. “당신 개 좀 보자고 해서 사람들을 만나면 자꾸 내 얘기를 듣게 돼. 나라는 인간이 분명해져.” 설기가 세미에게 준 선물이었다. 설기가 떠나고 세미는 개들의 발소리가 크게 들리기 시작했다.

세상은 바뀌었다. 가축이던 개가, 애완견이 되고, 반려견이 되고, 이제 가족이 되었다. 젊은 세대들은 반려견이 세상을 떠나면 직장에 청원휴가를 신청하기도 하고, 동물병원 치료비가 부담스러워 보험에 가입하기도 했다. 반려견은 어떻게 인간의 마음에 둥지를 틀었을까? 브라이언 헤어와 버네사 우즈의 책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를 보면 개들이 이렇게 인간과 가까워진 이유는 그들 특유의 다정함 때문이란다. 인간끼리 나누는 다정함의 빈자리를 반려견들의 다정함으로 채우는 것 같아서 안타깝기도 하지만 삭막한 우리에게 다정함을 표현해주는 개들이라도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다. 개와 고양이들이 참 고맙다.

김재원 KBS 아나운서

Copyright © 농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