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실톡톡] "尹, 바이든에 이 말 전해달라"…韓 국제위상 바꾼 '그 순간'

최동현 기자 2023. 5. 26.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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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에 '바이든에 이 말 전해달라' 요청한 G7 정상…참모들도 '깜짝'
바이든 '절친' 각인시킨 '아메리칸 파이'…"尹 새로운 발견" 평가도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열린 국빈만찬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함께 어깨동무를 하며 손을 맞잡고 있다. 2023.04.26.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프레지던트 윤(Yoon), 바이든 대통령에게 이 말을 전해줄 수 있겠습니까?"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렸던 일본 히로시마. 윤석열 대통령에게 한 G7회원국 정상이 다가와 건넨 부탁이다. 다른 G7 회원국 정상은 "한국이 우리보다 미국과 더 가까운 것 아니냐"는 진담 섞인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고 한다. 대통령실 참모들이 화들짝 놀란 순간이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국제사회에서 달라진 한국의 위상을 느낄 수 있던 순간"이라며 "세계 최강대국들인 G7뿐 아니라 국제기구 수장들도 윤 대통령에게 '기회가 된다면 바이든 대통령에게 이 얘기를 해달라'는 요청이 쇄도했다. 윤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의 '베스트 프렌드'(Best friend)라는 인식이 각인된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의 G7 정상회의 '슈퍼 외교위크'를 기점으로 한국 외교가 큰 전환점을 맞이했다. 올 상반기 한미→한일→한미일로 이어진 연쇄 외교를 통해 미국의 실질적인 확장억제(핵우산) 보장과 한미 간 고위급 핵협의그룹(NCG) 창설, 한일 정상 간 셔틀외교 복원 등 한미일 삼각공조가 '새로운 수준'의 진전을 이뤘다는 평가다.

정작 대통령실 참모들이 한목소리로 강조한 대목은 구체적인 성과보다는 '한국 외교의 국제적 위상 회복'이었다. 윤 대통령이 정치적 부담과 비판 여론에도 한일관계와 한미동맹의 정상화를 끌어내면서, 한국을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인식과 대우가 180도 달라졌다는 것이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22일 인터뷰에서 G7 정상회의의 최대 성과를 묻는 말에 "어떤 의제라기보다도 전반적으로 받은 인상은 윤 대통령의 국제적인 인기가 상당히 좋구나 하는 걸 느꼈다"라며 "우리의 목소리, 국제무대 중심에서의 앞으로 역할에 대한 기대, 이것을 안고 온 것이 가장 중요한 성과"라고 했다.

김 차장은 구체적으로 "예전하고 다르게 G7 주요 정상국이나 참석국들이 우리 대통령만 보면 어떻게 와서 자꾸 얘기를 하고 싶어 하고, 미국 대통령도 다른 분하고 얘기하다가 달려와서 자꾸 얘기를 했다"며 "그 무게감이 전해지는지 우리나라하고 뭘 자꾸 하고 싶고 얘기하고 싶어하는 분위기였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0일 일본 히로시마 그랜드프린스호텔에서 열린 G7 정상회의 친교만찬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3.5.21/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외교가에서는 인식의 전환점이 된 사건으로 '아메리칸 파이'를 꼽는다. 지난해 9월 윤 대통령이 미국 방문 당시 불거졌던 욕설 논란을 일거에 해소하는 동시에, 능숙해진 윤 대통령의 '외교가 면모'를 재발견한 순간이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이 미국을 국빈 방문한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의 요청으로 아메리칸 파이를 부른 장면은 한미 언론을 비롯한 전 세계에 대서특필됐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이 윤 대통령과 어깨동무하고 환호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아메리칸 파이'는 이후 정상 외교에서도 긴요한 소재로 활용됐다. 지난 22일 윤 대통령이 유럽연합(EU) 두 정상과 가진 만찬 자리에서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아메리칸 파이는 아니더라도 '벨기에 파이'는 들을 수 있을 것"이라고 농담을 던져 좌중의 웃음을 자아냈던 것이 대표적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윤 대통령이 번번이 시달렸던 말실수 논란이 1월 아랍에미리트(UAE) 순방 이후부터는 사라졌다"며 "이후 한일·한미 정상회담과 G7 정상회의 등 빡빡한 일정에서도 특별한 사고가 없었다는 점에서 윤 대통령이 외교가로서의 면모를 갖춰가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엄 소장은 "국민들이 과거에는 몰랐던 윤 대통령의 '뜻밖의 외교적 능력'이 발견된 점도 소득"이라며 "미국 국빈 방문 때 백악관에서 '아메리칸 파이'를 불러 국내외적으로 호평을 받았는데, 이는 국제무대서 다소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문재인 전 대통령과의 차별화로도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어느 순간에 국제적 위상이 높아진 것이 아니라, 한국은 우리 스스로만 몰랐을 뿐 이미 국제적으로 매우 중요한 국가이고 굉장한 강국"이라며 "윤 대통령이 이를 정확히 보고 현실화를 했던 것뿐이다. 이제는 그 누구도 한국이 글로벌 중추국가라는 점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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