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의 '이유 같지 않은 이유'[MT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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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에는 재판의 심리와 판결 공개 원칙이 규정(제109조)돼 있다.
법원이나 판사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주로 '중대한 법령위반'이 문제가 되는데, 원심판결에 중대한 법령위반이 있다는 상고이유를 법리적으로 논증하지 못하면 그 주장이 맞는지를 심리하지 않고 상고를 기각한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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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에는 재판의 심리와 판결 공개 원칙이 규정(제109조)돼 있다. 예외(국가안전을 해치거나 풍속을 해칠 우려 등이 있을때 법원의 결정에 의해 심리 비공개)에 따라 결론에 이른 심리 '과정'은 비공개할 수 있지만, 그 '결과'인 판결은 공개해야 한다.
'판결을 공개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적어도 당사자에게 결론과 이유는 명확히 설명해 주어야 할 것이다. 결론 못지 않게 이유도 중요한데, 그래야 패소를 하더라도 수긍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의 재판을 '상고심'이라고 하는데, 심리를 하지 않고 판결로 상고를 기각(제4조 제1항)하는 사례도 있다. 심리를 거치지 않아 알기 어려운 상고 기각 이유를 적지 않는 예외를 두는 사례(판결의 특례, 제5조 제1항)에 해당하는 여부도 엄격하게 규정돼 있다.
그 사유는 내용에 '중대한 법령위반'이 있거나, 법원 구성이나 판사 자격과 같은 절차 문제에 관한 '절대적 상고이유'가 있을 때로 구분된다. 법원이나 판사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주로 '중대한 법령위반'이 문제가 되는데, 원심판결에 중대한 법령위반이 있다는 상고이유를 법리적으로 논증하지 못하면 그 주장이 맞는지를 심리하지 않고 상고를 기각한다는 취지다. 실제로 심리불속행 판단이 내려지면, 판결문에 '이유'가 기재되기는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법조문에 따라 상고를 기각한다는, 옛 유행가 제목과 같은 '이유 같지 않은 이유'만 확인할 수 있을 뿐이다.
이유를 적지 않을 수 있다는 특례 규정에는 위 규정과 함께 민사소송법 제429조도 언급되어 있는데, 이는 상고이유서를 제출하지 않은 때의 규정이다. 상고이유서가 제출되지 않으면 이유를 적지 않는 것은 너무나 당연할 일일 텐데, 상고이유를 기재한 경우와 동일하게 규정하고 있는 것도 법원이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삼고 있는 '형평의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
사법부는 민주정치의 기본인 삼권분립에서 한 축을 담당하고 있고, 헌법도 '국회', '정부'와 '법원'을 별도의 장에서 규정하고 있다. 헌법은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제1조)' 이외에 어디에서도 '권력'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있는데, 정부, 국회와는 달리 국민이 주요 판사를 직접 선출하지 않으니 엄밀히 따지면 법원은 '권력기관'이 아니다.
헌법과 법률이 보장한 권한만으로도 종전과 같은 법원의 기능은 다할 수 있겠지만, 민주공화국을 지탱하기 위한 삼권분립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려면 '권위'가 있어야 할 것이다. '권위'는 긍정('권위 있는'), 부정('권위적인')의 의미로 모두 사용되는데, 어떤 대우와 평가를 받을지는 스스로에게 달려있다.
1년에 4만건이 넘는 사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원의 고충은 충분히 이해한다. 다만 매년 70%가 넘는 사건이 심리불속행으로 종결되는 현실에서, 지금처럼 별 내용이 없어 볼 필요도 없는 '이유'만 기재된 판결문이 계속 양산된다면, '권위있는 법원'이 아닌 '권위적인 법원'이라는 인상만 가중될 것이다.
짧게라도 이유를 쉽게 풀어 써주는 것이 당장은 대법원의 업무부담을 더욱 가중시킬 수도 있겠지만, 최고법원의 '권위있는' 지위를 되찾고, 과중한 사건 부담이라는 당면 문제를 긴 안목에서 해결할 수 있는 효과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김태형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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