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년간 기소 3건, ‘1호 기소’는 무죄, 황당한 공수처 성적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출범 후 2년간 기소한 사건이 단 3건이라고 한다. 그중 첫 기소였던 전직 부장검사의 뇌물수수 혐의 사건은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고소·고발 사건 말고 공수처가 자체적으로 범죄 혐의를 포착한 인지(認知) 사건은 한 건도 없고, 체포·구속 실적도 전혀 없다. 2년간 283억원의 예산을 쓰면서 검사 20여 명, 수사관 40여 명이 수사한 결과로는 처참한 성적표다. 그동안 접수된 6185건의 사건 중 절반이 넘는 3176건은 다른 수사기관으로 이첩했다고 한다. 아무리 신생 조직이라고 해도 이런 기관이 왜 필요하냐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조직 내부도 어수선하다. 출범 당시 임용된 검사 두 명이 얼마 전 사표를 내면서 출범 때 임용된 검사 13명 중 8명이 공수처를 떠났다. 최근 검사 한 명이 또 사의를 밝혔는데 그 검사까지 떠나면 13명 중 4명만 남게 된다. 얼마 전 사직한 검사는 공수처 직원들에게 보낸 글을 통해 “공수처 근무 기간은 공직 생활 중 몸은 가장 편했던 반면 마음은 가장 불편한 시기였다”며 “내부 비판 의견을 외면하고 업무 점검과 평가를 하지 않는 조직은 건강한 조직이 아니다”라고 했다. 조직을 비정상적으로 운영하는 공수처 지휘부를 향해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마치 난파선 같은 모습이다.
이런 상황은 공수처 지휘부가 자초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 때 ‘검찰 권력 견제’를 명분으로 출범했지만 문 정권 입맛에 맞는 수사에만 집중했다. 친정권 검사는 ‘황제 조사’로 모시고, 지난 대선 때 야당 후보 사건은 무리하게 수사하다 정치 편향성 시비에 휘말렸다. 그래 놓고 수사 못한다는 비판이 나오면 인력 탓을 했다. 검사와 수사관 수를 배가량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검사 25명으로 공수처와 비슷한 규모인 광주지검 순천지청이 2021년 22억원의 예산을 쓰면서 1만건가량의 사건을 기소했다. 인력, 예산 탓에 수사를 제대로 못한다는 건 핑계일 뿐이다.
더 심각한 것은 이런 상황에서도 개선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진욱 공수처장 임기(3년)는 내년 1월로 끝나는데 그가 어떤 쇄신책을 마련하고 있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 이런 와중에 그는 다음 주에 수사 경험과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뉴질랜드와 호주의 반부패 수사 기관을 방문한다고 한다. 이제 와서 뭘 듣겠다고 해외 출장을 간다는 것인지 어리둥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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