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살아난 ‘한한령’ 악몽… 네이버·엔터株 제동 걸리나

김효인 기자 2023. 5. 26.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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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7 정상회의 이후 한중관계 ‘이상기류’ … 네이버 접속 차단 의혹

7국(G7) 정상회의 직후인 지난 22일 시작된 중국 내 ‘네이버’ 접속 불능 상태가 나흘째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 연예인의 중국 예능 프로그램 출연이 돌연 취소되는 등 한중 관계의 ‘이상기류’가 포착되고 있다. 이에 2017년 중국의 한한령(한류 제한령)으로 타격을 받았던 업종을 중심으로 다시 한한령 강화의 충격이 오는 게 아니냐는 걱정이 나오고 있다. 증시 투자자들은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그래픽=김현국

◇네이버 접속 차단, 주가 5% ‘뚝’

지난 22일부터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는 “‘네이버 사전’조차 접속이 안 된다”는 현지 교민들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현재 베이징, 상하이 등 대도시를 포함해 중국 전역에서 네이버의 정상 접속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2018년 10월 네이버의 카페·블로그 등 일부 서비스 접속을 차단했으나 그간 검색, 메일, 사전 등 서비스는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었다. 우리 외교부는 지난 23일 “상황을 확인 중”이라고만 밝혔고, 중국 정부는 차단 여부에 대한 답변을 거부했다.

중국 내 네이버 접속이 차단되자 네이버의 주가는 25일까지 나흘간 5% 하락했다. 특히 지난 24일엔 하루 만에 4.2% 급락했다가 25일 저가 매수세가 들면서 일부 하락 폭을 회복했다. 카카오 역시 24일 하루 2.07% 하락한 데 이어 25일에도 0.18% 하락했다. 카카오가 운영하는 포털사이트 다음은 2019년 1월부터 중국에서 접속이 차단됐다.

◇K콘텐츠 업계도 ‘노심초사’

지난달 미국 최대 음악 축제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패스티벌'에서 공연 중인 YG엔터테인먼트의 걸그룹 블랙핑크./뉴시스

최근 가수 겸 배우 정용화가 중국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위해 중국에 입국했으나 돌연 출연이 취소된 사실이 알려진 것도 한한령 강화에 대한 우려를 자아냈다. 중국 텅쉰망 등 지난 23일 온라인 매체들은 중국 네티즌들이 정용화의 출연 계획을 방송 주관 당국에 신고한 것이 출연 불발로 연결됐다고 보도했다.

콘텐츠 산업은 과거 한한령의 영향을 가장 직접적으로 받았던 업종 중 하나다. 중국은 K콘텐츠의 가장 큰 수출국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음악, 영화, 게임 등 콘텐츠 전반을 통틀어 2021년 기준 해외 수출액의 36%가 대만·홍콩 등을 포함한 중화권에서 발생한다. K콘텐츠의 대(對)중국 수출액은 2010년부터 꾸준히 증가하다가 중국이 한한령을 발동한 후인 2018년 한 해만 3억9545만달러(약 5200억원) 감소했다. 이후 한한령이 완전히 해제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수출액은 증가세를 보였지만 2021년엔 전년 대비 오히려 3억2141만달러 감소하는 등 이전의 상승세를 회복하지는 못했다.

공연이 완전 재개되면서 올 들어 급등세인 엔터테인먼트주의 경우 한한령이 완전히 재개된다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올해 JYP와 YG는 연초 대비 90%가량 급등하며 지난 18일 나란히 52주 신고가를 달성했고 하이브와 에스엠도 각각 60%, 40%가량 올랐다. 그러나 최근 한한령에 대한 우려가 나오면서 이틀 사이 JYP가 3.8% 하락하고 YG -1.6%, 하이브 -2.1%, SM -4.1% 등 하락률을 보였다.

지난해 말 중국 정부로 부터 판호(중국내 서비스 허가권)를 받은 넥슨의 '메이플스토리M' 이미지./넥슨 제공

◇중국 리오프닝 효과 못 보나

게임 업계도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게임 업계는 올 들어 중국이 게임 판호(중국 내 서비스 허가권) 발급을 일부 재개하면서 중국 매출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가 연초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1분기(1~3월) 성적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여기에 풀려가는 것으로 보였던 한한령이 다시 강화된다면 타격을 피하기 어렵게 된다. 크래프톤, 엔씨소프트, 넷마블, 카카오게임즈 등 주요 게임주로 구성되어있는 ‘KRX 게임 K-뉴딜지수’는 지난 24일 기준 연초 대비 3.5%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가 15.3%, 코스닥 지수가 27.3% 오른 것과 비교하면 상승세를 타지 못한 셈이다.

다만 콘텐츠 업체들의 중국 의존도가 줄어 있어 과거와는 달리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한령 강화 우려가) 시장의 두려움을 자극할 수는 있겠지만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 단기적인 조정에 그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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