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지은 UAE 바라카 원전, 세계 원전 산업에 큰 의미”
“UAE(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전 프로젝트는 한국 원전의 경제성을 전 세계에 입증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습니다.”
윌리엄 맥우드(Magwood)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NEA(Nuclear Energy Agency·원자력청) 사무총장은 최근 본지 인터뷰에서 “대부분 유럽 국가는 지난 30년간 신규 원전을 지은 적이 없다 보니 공급망과 시공 능력, 규제 등 다양한 부문에서 난관에 부딪히고 있다”면서 “한국과 같은 수준에 이르려면 오랜 기간 건설 경험을 축적하는 수밖에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우리나라는 2009년 UAE 원전 수출 계약을 따낸 지 12년 만인 2021년 바라카 1호기 상업 운전 개시를 시작으로 내년에는 4호기까지 차례로 가동에 들어간다. 그는 “많은 전문가가 경제성 등을 이유로 신규 원전 건설에 회의적일 때 한국은 제대로 된 공급망, 검증된 모델, 숙련된 인력이 있다면 원전 건설도 적기에 예산 범위 내에서 제대로 건설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NEA는 OECD 산하 기구로 원자력 에너지를 평화적·환경적 목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협력을 추구하는 정부 간 기구다. 원전 운영 22국, 비(非)운영 12국 등 34국이 회원으로 있다. 우리나라는 OECD 가입보다 3년 앞선 1993년 정회원국이 됐다. 맥우드 사무총장은 미국 에너지부(DOE)와 원자력규제위원회(NRC)를 거쳐 2014년부터 사무총장으로 재임 중이다. 최근 원자력 학술행사 참석을 위해 4년 만에 우리나라를 찾았다.
맥우드 사무총장은 ‘RE 100′(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을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100% 충당하자는 캠페인)에 대해 “탄소 중립 목표를 달성하려면 재생에너지뿐 아니라 원자력·수소·탄소포집(CCS) 등 무탄소 발전원까지 포함하는 ‘CF100′(Carbon Free 100%)이 올바른 방향이다”고 했다. 이어 “원전 업계에서도 혁신이 일어나고 있고, 풍력과 태양광도 점차 효율성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넷제로(탄소 순배출량이 0인 상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기술 중립적으로 다양한 기술을 혼합해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원전업체 웨스팅하우스가 “한국이 원전을 수출하려면 원천 기술을 가진 미국 허가를 받아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한 데 대해 “한국은 검증된 원전 수출국으로 세계 원전 시장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최대한 조속히 해결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맥우드 사무총장은 국토가 좁고, 인구 밀도가 높은 한국과 같은 나라에서도 SMR(소형 모듈 원전)의 활용도가 기대된다고 했다. 그는 “SMR은 특정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는 게 장점”이라며 “대형 제철소와 데이터센터처럼 대규모 전력이 안정적으로 필요한 곳에 SMR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2030년까지 5~6개의 SMR 기술이 상용화 단계까지 갈 것”이라고 말했다.
맥우드 사무총장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에너지 정책이 기후 변화 대응에 국한된 게 아니라 에너지 안보와 연관돼 있다는 것을 일깨워줬다”며 “4년 전 한국을 찾았을 땐 원자력에 대해 부정적이었지만 지금은 우호적으로 바뀌었고, 원전 산업에 대해 더 많은 논의를 할 수 있게 된 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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