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첫 여성 변호사 이태영의 삶, 다큐처럼 전할 것”

이지윤 기자 2023. 5. 26.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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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오늘날 우리가 알고 앞으로 계속 논의해야 할 이야기예요." 음악극 '백인당 태영'에서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변호사 이태영(1914∼1998)을 연기하고 있는 배우 이봉련(42)이 말했다.

"역경과 장벽 앞에서도 주저앉지 않고 세상을 바꾸려고 온 힘을 다했던 태영에게 몰입하는 관객들을 보면 연기에 더 집중하게 됩니다." 그는 2019년 결혼한 배우 이규회 씨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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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극 ‘백인당 태영’ 주연 이봉련
호주제 폐지 등 여성인권 개척
7세∼84세 생애 100분에 담아
음악극 ‘백인당 태영’에서 80대 태영(이봉련 분·오른쪽)이 숙원이었던 가족법 개정 과정을 돌아보고 있다. 태영은 “느리고 더디지만 세상은 바뀌고 있다”고 말한다. 우란문화재단 제공
“이건 오늘날 우리가 알고 앞으로 계속 논의해야 할 이야기예요.”

음악극 ‘백인당 태영’에서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변호사 이태영(1914∼1998)을 연기하고 있는 배우 이봉련(42)이 말했다. 그를 서울 성동구 우란문화재단 연습실에서 24일 만났다. 우란문화재단 우란2경에서 다음 달 18일까지 공연하는 ‘백인당 태영’은 여성에 대한 차별을 없애기 위해 애쓴 이 변호사의 일대기를 담은 2인극이다. 이 씨는 7세부터 84세까지 이태영의 생애를 연기한다. 배우 백은혜가 같은 역을 번갈아 맡는다.

2005년 뮤지컬 ‘사랑에 관한 다섯 개의 소묘’로 데뷔해 드라마 ‘일타 스캔들’에서 남행선(전도연)의 친구 김영주 역을 맡아 맛깔나게 표현하는 등 다채로운 연기로 호평받은 그에게 이번 작품은 “행복하면서도 고통스러운” 작업이었다. 태영의 드라마틱한 삶이 100분간의 공연에 밀도 있게 담겼기 때문이다. 그는 “태영의 나이와 상황이 쉴 새 없이 변해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고 했다.

태영은 일곱 살 때 웅변대회에서 자기 생각을 처음 말하며 하고 싶은 말을 끝까지 해야겠다고 결심한다.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던 남편 정일형(1904∼1982)의 옥바라지를 하고, 여성 최초로 사법고시에 합격했지만 판사 임용을 거부당해 변호사가 된다. 여성법률상담소(현 한국가정법률상담소)를 세우고 호주제 폐지 등 가족법 개정 운동을 하며 차별받는 여성들을 변호하고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애쓴다.

“대본을 외우는 동안 태영에 관한 책 3권을 반복해 읽으며 그의 삶을 헤아리려 했어요. 공연 첫날, 태영과 함께 기뻐하고 분노하는 관객들을 보며 행복했습니다.”

그는 연기할 때 자신의 감정을 싣기보다는 다큐멘터리처럼 사실을 전달하려 한다고 했다.

“역경과 장벽 앞에서도 주저앉지 않고 세상을 바꾸려고 온 힘을 다했던 태영에게 몰입하는 관객들을 보면 연기에 더 집중하게 됩니다.”

그는 2019년 결혼한 배우 이규회 씨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는다고 했다.

“남편은 컨트롤타워 같은 선배예요. 제가 배우로서 힘들어할 때마다 ‘네가 가고 있는 길이 틀리지 않았다’고 다독이며 용기를 주거든요.”

그는 요즘 하루하루 감사한 마음으로 무대에 서고 있다고 했다.

“공연 중 가장 짜릿하면서도 버거운 게 ‘이거 나 못 참아’라는 첫 대사예요. 마지막 날까지 최선을 다해 태영의 삶을 전하려 노력할게요.”

전석 5만 원.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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