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녹슨 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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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한 형태의 무기만이 평화를 지킬 수 있다고 강조한다. 녹슨 총이다. 그래서 총은 마땅히 녹슬어야만 한다고 주창한다. 모순의 대반전이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외국 대중가요가 있다. 프랑스 샹송 ‘녹슨 총’의 노랫말이 그렇다. 애수에 젖은 듯 부드럽고 굵직한 저음의 목소리가 가슴을 저민다. 알제리 출신 앙리코 마시아스가 불렀다.
그를 가수로 키운 건 ‘팔할(八割)’이 전쟁이었다. 미당 서정주 시인의 표현을 빌리면 그렇다는 얘기다. 열여섯 살 때부터 조국은 포화에 휩싸였다. 외세의 지배에서 벗어나려는 투쟁이었다. 초등학교 교사였던 청년의 삶을 처참하게 파괴했던 전쟁의 시작이었다. 그 와중에 어머니와 누이를 잃었다. 가수가 되기로 마음먹고 조국을 등졌다.
늦은 밤 프랑스로 향하는 연락선에 홀연히 몸을 실었다. 바다에는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있었다. 언제 다시 돌아올지 모르는 고향을 눈물로 바라보면서 노래를 만들었다. 데뷔작인 ‘안녕, 내 나라’는 그렇게 탄생했다.
이후 마흔이 훌쩍 넘어 발표한 곡이 ‘녹슨 총’이다. 1984년이었다. 당시는 영국 존 레넌의 ‘이매진’과 미국 밥 딜런의 ‘바람만이 아는 대답’ 등 강대국 출신 가수들의 반전가요가 우세했다. 그런 환경 속에서 제3세계 국가 출신 가수의 절규가 돋보였다.
주제는 명쾌했다. 인종과 종교, 국가와 이념을 초월한 사랑과 평화였다. 유엔은 1977년 그를 평화대사로 임명했다. 1980년에는 평화의 가수라는 호칭도 수여됐다.
노래의 울림은 묵직하다. “녹슨 총보다 아름다운 건 아무것도 없어요/한 병사가 집이 있는 마을로 달려가기 위해 어두운 수풀 속 어디엔가 버리고 온 녹슨 총보다 말이에요/누가 사랑보다 전쟁을 더 좋아할까요/녹슨 총보다, 더는 쓸모 없는 녹슨 총보다 멋진 건 아무것도 없어요.” 그의 읊조림은 그래서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허행윤 기자 heohy@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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