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철호의플랫폼정부] 국민의 신뢰부터 얻자

2023. 5. 26.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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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격차라는 말이 한동안 유행했었다.

국민에게 필요한 행정서비스를 선제적이고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데 있어 정부 운영 생태계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이다.

전 세계를 향해 K-혁신을 주장하거나 정부혁신의 초격차를 부르짖는 것도 좋으나 그런 주장이 레토릭(수사)에 그치지 않고 지속가능한 결과로 이어지기 위해선 국민의 신뢰를 얻는 것이 먼저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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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관행처럼 ‘前 정부 정책 지우기’
정부 혁신 외치지만… 국민은 ‘물음표’
초격차라는 말이 한동안 유행했었다. 민간기업들이 국제무대에서 경쟁기업들을 확실하게 따돌리는 전략으로 사용했다. 대표적으로 삼성전자의 반도체 전략이 떠오른다. 그렇다면 정부는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초격차를 벌릴 정도의 무언가를 가지고 있을까. 한동안 정부는 유엔 정부혁신 평가 세계 1위를 연속해서 달성했다는 등의 성과를 자랑했는데, 과연 그 당시 우리 국민도 그렇게 느꼈는지 아니면 지금도 우리 정부가 세계 1위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고 믿는지 궁금하다.

정권이 바뀌면 이전 정부의 주요 정책을 지워버리는 것이 언제부터인지 당연한 관행이 된 듯하다. 이명박정부 후반을 지배했던 녹색성장의 흔적을 지금 찾아보기 힘들다. 아이러니한 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기후변화나 환경오염에 따른 위기는 더 커지고 있는 현실이다. 누가 왜 그랬는지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그런 일이 반복되어도 ‘정권이 바뀌었는데 어때’라는 무책임해 보이는 정부 또는 공무원의 자세가 지탄받아야 한다.

이전 정부 정책이 모두 합리적이고 제대로 설계된 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옥석을 가린 후 정권에 상관없이 국민에게 필요한 행정서비스의 품질을 높이고, 제공해야 하는 정책들은 지속하고 더 발전시켜야 한다. 노무현정부에서 시작된 전자정부사업은 지속해 개선되고 발전하여 지금은 디지털정부를 거쳐 지능정부로 진화하고 있다. 전자정부 정책이 정권교체의 소용돌이 속에서 멈췄거나 축소됐다면 현 정부가 추진하려는 디지털 플랫폼 정부 구현은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렸을지도 모른다. 이명박정부 시절 공공데이터 개방 제도 정비, 박근혜정부 시절 플랫폼 기반 통합 행정서비스 제공, 문재인정부 시절 적극 행정 추진 등 정부운영과 행정서비스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굵직한 혁신정책들은 더 나은 서비스를 위해 지금도 진화하고 있다. 이런 정책들의 공통점은 정권 이념이나 정파적 주장이 아닌 국민 삶의 질을 높이는 데 필요한 것으로, 기본 서비스에 충실하고 지속적인 정책효과를 산출하며 미래지향적이다는 데 있다.

국민에게 필요한 행정서비스를 선제적이고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데 있어 정부 운영 생태계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이다. 불행하게도 우리 국민의 정부에 대한 믿음은 그다지 높지 않다. 국제 조사기관 ‘월드 가치 조사’(world values survey)의 7차 조사(2017~2022년)에서 일반적으로 사람을 믿는지에 대한 물음에 한국 응답자 중 32.9%가 믿는다고 답했다. 뉴질랜드(56.6%), 네덜란드(55.4%), 호주(48.5%), 캐나다(46.7%)보다 낮았다. 행정부에 대한 신뢰도는 12.9%로 캐나다(80.6%), 멕시코(51.3%), 일본(50.0%), 네덜란드(46.1%), 뉴질랜드(44.2%) 등과 비교해 볼 때 차이가 매우 컸다.

행정안전부가 지난달 발표한 2023년 정부혁신 계획의 비전 역시 일 잘하고 신뢰받는 정부를 표방하고 있다. 그동안 수많은 정부혁신을 해왔지만, 국민의 정부에 대한 믿음은 그다지 높지 않다는 절박한 심정이 드러나 보인다. 전 세계를 향해 K-혁신을 주장하거나 정부혁신의 초격차를 부르짖는 것도 좋으나 그런 주장이 레토릭(수사)에 그치지 않고 지속가능한 결과로 이어지기 위해선 국민의 신뢰를 얻는 것이 먼저가 아닐까 싶다.

오철호 숭실대 교수·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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