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참 김재호의 끝내기, 끝나지 않은 유격수 경쟁 “후배들 더 못돼졌으면 좋겠다, 나도 못되게 할 것”[스경xMVP]

심진용 기자 2023. 5. 25.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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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김재호가 25일 잠실 삼성전 끝내기 안타를 때린 후 취재진과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1군 콜업 사흘째, 3년 만의 끝내기 안타. 두산 최고참 김재호(38)가 팀 승리를 결정지었다. 박치국과 정철원이 3연투하고, 마무리 홍건희가 멀티이닝을 소화하는 등 모든 걸 쏟아부은 승부였다.

김재호는 25일 잠실 삼성전 3-3 동점이던 연장 11회말 2사 만루에서 홍정우의 4구째를 받아쳐 경기를 끝냈다. 프로 데뷔 후 4번째, 2020년 6월6일 잠실 KIA전 이후 3년 만에 나온 끝내기 안타였다.

김재호는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나 “뭔가 보여주고 싶었다. 그동안 자존감이 자꾸 떨어졌는데, 퓨처스에 다녀온게 제게는 그래도 좋은 시간이 되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재호는 이날 경기 전까지 불과 12경기 출장에 타율 0.200으로 부진했다. 지난 5일 1군 엔트리 말소 통보를 받았고, 18일 만인 지난 23일에야 복귀했다. 스무 살 가까이 나이 차이가 나는 어린 후배들과 퓨처스리그에서 부대끼는 게 말처럼 쉽지는 않았다. “야구선수한테 나이가 어디 있느냐”는 이정훈 퓨처스 감독의 이야기를 듣고 마음을 다잡았다고 했다.

올해 뿐만 아니다. 김재호는 2021시즌 타율 0.209를 쳤고, 지난해에도 0.215에 그쳤다. 두산 왕조의 주전 유격수로 7년 연속 한국시리즈를 이끈 천재 유격수도 세월의 바람을 온전히 비껴갈 수는 없었다. 김재호는 “결과를 못내니까, 사람들한테 잊히고 질타도 많이 받았다. 한 3년간 가시방석 같았다”면서 “어떻게든 (감각을) 찾으려고 노력했지만 몸이 예전같지 않았다”고 말했다. 나이가 들면서 크고 작은 부상이 이어졌고, 부상을 어떻게 이겨내느냐에 얽매이다 보니 더 안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김재호는 퓨처스리그에서 공격적인 부분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 했다. 수비로 정평이 난 김재호지만, 1군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타격은 해내야 하기 때문이다. 김재호는 “퓨처스 경기를 많이 뛰면서 어떻게 하면 타격 밸런스를 찾을 수 있을 지 많이 신경 썼다”고 말했다.

두산은 아직 김재호의 후계자를 찾지 못했다. 이유찬과 안재석이 경쟁했지만, 이유찬은 2루수로 출장 중이고 안재석은 이달 초 부상으로 엔트리 말소됐다. 최근 들어서는 박계범이 선발 유격수로 나오는 중이다.

김재호는 “후배들이 좀 못되게 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쟁 상대가 누구든 자기 포지션을 차지하려면 독하게 야구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 역시도 어린 시절 ‘못되게’ 야구를 하지 못했기 때문에 더 해주고 싶은 말이다. 김재호는 “어릴 때 (손)시헌이 형 보면서 그 형이 잘됐으면 좋겠다는 그런 마음을 먹었었다. 그런 마음 자체가 이미 지고 들어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호는 “후배들이 속으로는 이를 갈았으면 좋겠다. 너무 착하다 보니 실패의 두려움도 많고, 뭔가 보여주지도 못하고 끝나는 게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물론 그 역시 다시 1군에 올라온 이상 유격수 경쟁에서 물러설 생각은 없다. 김재호는 “저도 (유격수 후배들) 미워할 거에요”라며 옅게 웃었다.

김재호는 최후의 최후까지 1군 그라운드에 남고 싶다고 했다. “베어스 선배님들이 어떻게 보면 끝까지 (1군) 경기를 하지 못하고, 2군에서 생활하다가 끝이 나고 이런 부분들이 많았다”면서 “끝까지 1군 그라운드에서 함께 하고 싶다. 그렇게 하다가 끝낼 때 끝낼 수 있는 그런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잠실 |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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