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전 그날이 가장 힘들었다”...‘갓의선’이 MZ에 털어놓은 사연

정승환 전문기자(fanny@mk.co.kr), 박소라 기자(park.sora@mk.co.kr) 2023. 5. 25.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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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생한끼 1호 주자로 나선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왼쪽 셋째)이 2030세대 참석자들과 햄버거를 먹기 전에 담소를 나누는 모습. [사진 = 전경련]
“기아가 많이 어려웠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2005년 당시 할 수 있는 일은 다했다. 회사가 망하기 일보 직전이었기 때문에 은행을 찾아다니면서 돈을 빌려달라고도 사정했다. (위기 때) 제일 중요한 것은 팀워크다. 최상위 조직부터 생산, 판매 등이 서로 똘똘 뭉쳐야 위기를 이겨낼 수 있다. 그때 배운 것이 컸다. 회사가 어려워졌을 때 ‘중꺾마(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를 많이 느꼈다.”

MZ세대와 함께하는 한국판 ‘버핏과의 점심’ 1호 CEO(최고경영자)로 나선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이들에게 들려준 추억담 가운데 하나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25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갓생한끼’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날 MZ세대 30명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박재욱 쏘카 대표, 노홍철 (주)노홍철천재 대표와 만남을 가졌다. ‘갓생한끼’는 한국판 ‘버핏과의 점심’을 표방했다. 청년들이 내는 점심 값은 돈이 아닌 재능 기부다.

정 회장은 이날 청년들과 햄버거를 함께 먹으며 ‘꿈을 위한 갓생(God生)’에 대해 소통했다. 갓생은 목표 달성을 위해 생산적이고 계획적인 생활 루틴을 실천한다는 뜻을 담은 MZ세대 유행어다.

정의선 회장은 갓생한끼 참여를 결심한 이유에 대해 “여러분 세대를 만나 얘기를 듣는 게 제가 기업 경영의 방향을 잡는 데 도움이 된다”며 “여러분과 얘기하면서 앞으로 무엇을 해야하는지 등이 더욱 명확해질 수 있기 때문에 참여하게 됐다”고 전했다.

정 회장은 “저는 여러분 나이와 비슷한 자녀가 있고, 아이들 친구들과 술도 한잔한다”며 “오늘 기대가 크며, 많이 듣고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MZ세대들과 꿈을 주제로 대화를 시작했다.

그는 “차를 잘 만들어서 여러분 실생활에 도움을 줘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저의 꿈”이라며 “저는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사업을 하는데 여러분들이 사람과 사람의 만남, 그리고 A나 B 장소로 갈 때 안전하게 가서 일을 잘하게 만들어 드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하루 스케줄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그는 “저녁 9시30분에 잠자리에 들어 새벽 5시쯤 일어난 뒤 오전 6시30분 쯤 출근한다”며 “오전에는 회사에서 일하고 오후에는 현장을 가거나 사람을 만나 얘기를 듣는다”고 말했다. 그는 “하루 세끼를 먹지만 아침밥은 조금만 먹는 편”이라며 “운동은 하루에 세네번 정도 하려고 노력한다”고 전했다. 정 회장은 또한 해외사업장이 56개국에 있는 만큼 출장이 많다고 언급했다.

정 회장은 청년들과 갓생에 대해서도 대화했다. 그는 “갓생에 정답 없다고 본다”며 “본인이 원하는 가치에 달려있다고 생각하고 거기에 집중하는 게 갓생을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MZ세대와의 토크에 이어 점심식사 자리가 마련됐다. 점심은 멘토 1명과 10명의 청년이 한조가 됐다. 메뉴는 햄버거세트였다.

정 회장과 식사를 함께 한 A씨는 이날 만남에 대해 ‘갓의선’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평소 신문이나 TV뉴스 같은 곳에서만 접하다 보니 멀게만 생각했는데 오늘 직접 뵙고 대화하다보니 친근하게 느껴졌다”며 “대화할 때 소탈한 태도로 상대를 편안하게 해주면서도 미래 비전에 대한 인사이트와 확신, 열정 등 ‘정말 열심히 사시는구나’하는 점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정 회장과 같은 테이블에서 식사한 대학생 신민우씨(26)도 “자녀가 MZ세대인데 자녀 친구들도 자주 초대해 식사를 할 정도로 젊은층과 소통을 자주 한다고 들었다”며 “진심을 다해 참석자의 모든 질문에 답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 회장이 젊은 세대 유행에 상당히 밝다는 점에 놀란 모습이었다. 신 씨는 “오락 프로그램 이야기를 꺼내고 MZ세대도 잘 모르는 특정 브랜드에 해박할 정도로 상당히 ‘트렌디하다’는 인상을 받았다”며 “재벌그룹 총수라기보단 ‘아빠 친구’처럼 편하게 대해 주는 모습에 감명 받았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식사 자리에서 본인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과거로 ‘기아차 인수’를 꼽은 것으로 전해졌다. 초등학교 교사인 강시윤 씨(33)는 “누구나 인생에서 위기를 맞게 되는데 굴하지 않고 함께 일하는 동료와 화합하고 협동하면 성공적인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행사가 끝난 뒤 청년들에게 랩탑 파우치와 현대컬렉션 N기어봉 3단 우산을 나눠줬다.

이날 행사에는 깜짝 응원군도 있었다. 이웅열 코오롱 명예회장이다. 이 명예회장은 예고도 없이 ‘갓생한끼’ 행사장을 방문했다. 그는 전경련 미래발전위원장을 맡고 있던 지난 2월 갓생한끼를 기획했다.

앞서 지난 2월 전경련 미래발전위원회는 ‘뉴웨이 구상’을 발표했다. ‘갓생한끼’는 뉴웨이 구상 중 ‘국민소통’ 첫번째 프로젝트다. 목적은 MZ세대와 소통 강화다. 아울러 국민 속으로 들어가 국민과 함께 호흡하는 전경련으로 환골탈태하겠다는 의지도 담겼다.

전경련은 또한 이달 초 청년 전경련 자문단(청년전자) 1기 출범을 완료했다. 청년전자는 10대 1명, 20대 7명, 30대 2명으로 구성됐다. 청년전자 1기는 10월 말까지 활동한다. 전경련 사업에 대해 수시 모니터링 후 MZ 관점 의견, 관련 사업 아이디어 등을 자문할 예정이다. 김병준 전경련 회장직무대행과도 만나 의견을 나눌 예정이다.

전경련은 하반기에도 갓생한끼를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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