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위성 우리 손으로 쏴올려 … 뉴스페이스 열었다

고재원 기자(ko.jaewon@mk.co.kr), 박인혜 기자(inhyeplove@mk.co.kr) 2023. 5. 25.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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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25일 오후 6시24분 3차 발사
한차례 연기 진통 끝 결실
韓 우주 수송 능력 입증
尹 "G7 우주강국 진입 쾌거"
함께 실린 실용위성 8기
플라스마·기상 관측 임무
안착 뒤 작동 여부가 관건

우리 손으로 만든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11개월 만에 또다시 하늘문을 열어젖혔다. 지난해 6월 2차 발사에 이어 11개월 만에 3차 발사에 성공한 것이다.

누리호가 쏘아올린 위성 7개도 목표 궤도에 안착한 것으로 확인됐다. 1개는 25일 오후 9시 21분 현재 안착 여부가 파악이 안 되는데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연구진은 이 위성 역시 정상 안착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번 발사로 누리호의 발사 신뢰성을 높이고 우주 수송 능력을 입증하는 데 성공했다. 우주 과학기술의 불모지였던 한국의 우주개발 개척사에 또 한번 기록을 세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25일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프레스룸에서 "이날 오후 6시 24분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누리호 3차 발사가 성공적으로 완료됐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우리나라가 우주강국 G7(주요 7개국)에 들어갔음을 선언하는 쾌거"라고 평가하면서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화 에어로스페이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 연구진과 기술자 여러분의 노고를 국민과 함께 치하하고 축하드린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전 세계에서 대한민국의 우주 과학기술과 첨단산업을 바라보는 시각이 크게 바뀔 것"이라며 "누리호를 보면서 우리의 미래 세대가 멋진 꿈을 꾸고, 도전하길 바란다. 꿈을 갖고 도전할 수 있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더욱 열심히 뛰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누리호 발사 현장인 전남 고흥이 아닌 용산 대통령실에서 직원들과 함께 숨죽이며 지켜봤다.

이번 발사엔 위성 모사체를 탑재했던 앞선 두 차례 발사와 달리 총 8기의 실용위성이 실렸다. 누리호의 발사체 서비스 제공 능력을 확인하는 진정한 검증대였던 것이다.

위성 8기는 각각 우주 기상현상 관측, 북극 해빙 변화 탐지 등 임무를 띠고 우주 궤도에 오른다. 8개 위성 중 주 탑재 위성인 '차세대 소형 위성 2호'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개발·제작했다. 이 위성은 향후 2년간 북극 해빙 변화 관측과 산림 생태 변화 측정, 우주 방사선 지도 제작 등의 임무를 수행한다.

이날 누리호는 1단 분리, 페어링(위성 덮개) 분리, 2단 분리, 차세대 소형 위성 2호 분리 등 정해진 비행 계획을 완수했다. 25일 오후 9시 10분 기준 위성 8개 중 3개와 교신에 성공했다. 26일 오전 11시 위성 교신 상황을 종합 발표한다.

이날 오후 6시 24분 나로우주센터에선 굉음이 들렸다. 누리호 1단 엔진 4기가 불꽃을 내뿜으며 낸 소리였다. 엔진은 1~2차 발사 때와 마찬가지로 확실한 성능을 발휘했다. 누리호 1단은 75t 엔진이 하나 장착된 2단과 7t 엔진을 단 3단에 비해 추력이 크고 구조가 복잡해 기술적으로 개발하기가 가장 어렵다.

1단 엔진은 123초간 불꽃을 힘차게 내며 누리호를 64.5㎞ 상공까지 끌어올렸다. 불꽃이 꺼진 1단은 누리호에서 곧 분리됐다. 2단에 불이 붙고 누리호는 다시 고도를 높여 갔다. 발사 230초 후 고도 209㎞에서 위성을 보호하는 덮개인 페어링을 분리했다. 발사 260초 후 고도 263㎞. 이번엔 2단이 분리되며 누리호 마지막 단인 3단 엔진에 불꽃이 켜졌다.

위성 분리는 발사 783초 후 고도 550㎞에서 시작됐다. 지상 관측 임무를 수행하는 실용위성인 '차세대 소형 위성 2호'가 첫 주자로 나섰다.

803초 후부터는 지구 근처 플라스마 현상을 관측할 한국천문연구원의 군집위성 '도요샛', 국내 기업인 져스텍과 루미르, 카이로스페이스의 큐브 위성 등 위성 7개가 20초 간격으로 분리됐다. 목표 궤도에서 오차범위 5% 내에 위성들이 서로 부딪치지 않게 자세를 바꿔주며 순차적으로 사출하는 게 관건이었는데 이를 성공적으로 해냈다.

고정환 항우연 한국형발사체고도화사업단장은 "처음 시도하는 기술이어서 긴장했는데 계획대로 진행됐다"고 말했다.

차세대 소형 위성 2호와의 첫 교신은 발사 약 40분 후 이뤄졌다. 남극 세종기지와 첫 번째 접속한 후, 대전 KAIST 지상국과 접속했다. 송신받은 데이터를 분석했더니 550㎞ 상공에서 초속 7.6㎞ 속도로 위성이 궤도에 투입된 것으로 확인됐다. 3차 발사에 성공한 것이다. 항우연 연구진은 이 같은 데이터가 확인되자 서로를 얼싸안고 기쁨을 누렸다. 서류를 던지는 제스처도 보였다.

또 이번 발사는 민간이 우주개발을 이끄는 '뉴스페이스' 시대를 여는 첫발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민간 기술이전 대상 기업으로 선정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번 발사 때 준비와 운영 과정에 참여했다. 향후 4~6차 발사 땐 누리호 3기 제작을 주도하고, 발사운용 관련 기술도 습득한다. 한국판 스페이스X를 키우기 위한 밑작업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외에도 누리호 사업에는 약 300개 국내 기업이 참여했다.

[고흥 고재원 / 서울 박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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