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반도체 악재 속 홀로 웃은 엔비디아

이재덕 기자 2023. 5. 25.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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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매출 71억9000만달러 기록
당초 월가 전망치보다 10.4% 높아
2분기에는 110억달러 달성 전망
AI 붐 힘입어 전용 칩 GPU ‘불티’
대체재 없어 중 정부도 제재 못해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만드는 미국 반도체기업 엔비디아가 챗GPT 등 생성형 인공지능(AI) 붐에 힘입어 1분기에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 실적을 달성했다. 미·중 반도체 분쟁, 반도체 수요 악화 등 잇단 악재 속에도 올 2분기 실적 전망까지 밝아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엔비디아는 24일(현지시간) 2024 회계연도 1분기(2023년 2~4월) 실적발표에서 매출 71억9000만달러(약 9조5300억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당초 월가 전망치보다 10.4% 높은 수치다. 지난해 1분기 매출과 비교하면 13.2% 감소했지만, 직전 분기 대비로는 18.9% 늘었다.

특히 엔비디아는 오는 2분기에 110억달러(약 14조5800억원) 수준의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이날 뉴욕 증시 시간 외 거래에서 엔비디아 주가는 종가보다 35.71%나 뛴 383.88달러(약 50만8800원)에 거래됐다.

엔비디아의 실적을 견인한 건 AI용 서버시장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경기침체로 올해 서버 출하량이 전년 대비 2.85%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전체 서버시장은 불황기에 접어들었지만, AI용 서버시장만큼은 10% 이상 성장이 예측될 정도로 활황이다.

특히 지난해 11월 말 오픈AI가 챗GPT를 공개한 이후 많은 기업이 생성형 AI 서비스에 뛰어들면서 이들에게 서버를 제공하는 데이터센터들이 AI용 서버를 확대하기 시작했다. 이런 AI용 서버의 핵심 칩인 GPU를 공급하는 곳이 바로 엔비디아다. 예컨대 오픈AI는 챗GPT의 학습에 엔비디아의 GPU ‘A100’ 1만여개를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실적발표에서 “우리는 데이터센터 칩에 대해 급증하는 수요를 맞추기 위해 공급을 크게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엔비디아의 GPU는 원래 ‘3차원(D) 게임’의 그래픽을 빠르게 처리하도록 만들어진 프로세서였다. 하나의 계산이 끝난 다음에 다른 계산을 수행하는 중앙처리장치(CPU)와 달리, GPU는 단순 연산을 동시에 처리하는 ‘병렬연산’으로 다수의 픽셀이 모인 이미지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었다.

이후 병렬연산이 AI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엔비디아의 GPU가 AI 반도체로 이름을 떨치기 시작했다. 엔비디아는 GPU용 프로그래밍 언어인 ‘쿠다(CUDA)’까지 보급하면서 AI 반도체 분야에서 독점적인 위치에 올랐다.

미국의 최대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을 제재한 중국 정부도 엔비디아만큼은 건드릴 수가 없다. 이날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2020년부터 3년간 중국 정부 입찰에서 마이크론 메모리 제품의 구입은 줄고, 같은 미국 기업인 엔비디아가 생산한 GPU는 꾸준히 구매가 이뤄졌다. 이는 사실상 엔비디아 GPU의 대체재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이재덕 기자 du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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