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사부터 궤도 안착까지···숨막혔던 18분

김윤수 기자 2023. 5. 25.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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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분 만에 550㎞ 목표고도 도달
위성 8기 20초 간격으로 분리
주탑재 차세대 소형위성과 교신
이종호 "누리호 3차 발사 성공
우주탐사 가능성 다시 확인"
[서울경제]

“누리호 3차 발사가 성공적으로 완료됐음을 국민 여러분께 보고드립니다. 누리호의 신뢰성을 확보하고 발사 서비스, 우주탐사까지 우리의 가능성을 다시 확인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25일 오후 전라남도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누리호 3차 발사를 참관 하며 박수치고 있다. 사진 제공=한국항공우주연구원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25일 저녁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한국형 우주발사체 누리호가 3차 발사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고 선언했다. 인공위성 8기 중 주탑재 위성인 차세대 소형위성 2호는 궤도에 안착해 남극 세종과학기지와의 교신에 성공했다. 나머지 부탑재 위성 7기 중 6기도 정상적으로 분리됐음이 확인됐으며 나머지 1기는 아직 육안으로 확인되지 않았지만 역시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추가 분석에 들어가기로 했다.

정부는 누리호가 소기의 목표를 달성했다고 보고 위성들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판단하는 위성교신 결과를 이튿날(26일) 오전 발표한다. 이 장관은 “정부는 누리호의 기술과 경험을 토대로 (2032년 달 착륙을 위한) 차세대 발사체 개발을 추진해 국제적 경쟁력을 확보해나가겠다”며 “또 다양한 시도와 사업 모델을 펼칠 수 있는 뉴 스페이스(민간 주도의 우주개발) 시대의 기반을 마련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누리호는 나로우주센터 제2발사장에서 발사된 뒤 18분여 간 포물선 궤적을 따라 비행했다. 발사장에서 3㎞ 정도 떨어진 현장에서 직접 본 누리호는 굉음을 내 지상의 과학관 금속돔 건축물이 떨릴 정도였다. 지난해 2차 발사 때보다 발사 시각이 늦은 만큼 해가 어스름하게 저문 하늘에서 엔진의 화염 꼬리가 더 두드러져 보였다. 누리호는 이륙 2분 만에 구름 너머로 날아가 시야에서 사라졌다.

한국형 우주발사체 누리호가 25일 오후 6시 24분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제2발사장에서 발사됐다. 사진 제공=과기정통부

누리호는 이륙 약 2분 후 64.5㎞ 고도에서 1단, 3분 후 204㎞ 고도에서 페어링(위성을 감싸는 원뿔 모양의 덮개)을 분리했다. 이륙 4분 후에는 258㎞ 고도에서 2단 분리를 마쳤다. 목표 고도인 550㎞에 도달한 12분 후부터 16분 후까지는 완만한 경사를 유지한 채 8기의 위성을 20초 간격으로 분리했다. 시차를 둔 것은 위성들 간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서다. 이에 더해 누리호는 1초마다 0.2도씩 각도를 비틀어 위성들이 서로 다른 궤도를 갖도록 했다. 위성을 모두 분리하고 홀로 남은 누리호는 바다에 안전하게 추락하기 위해 2분 조금 넘게 더 나아간 후 오후 6시 42분 비행 임무를 종료했다.

발사장에서 1.8㎞ 떨어진 발사통제동에서는 이상률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 고정환 항우연 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 등 100여 명이 누리호가 비행하는 18분을 지켜보며 숨 막힐 듯한 정적을 유지했다. 비행 종료 이후 데이터 분석 결과가 나오기 시작하자 참았던 박수와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특히 고 본부장은 전날 발사 연기의 원인을 찾고 해결하기 위해 60여 명과 함께 이날 아침까지 뜬눈으로 지새웠지만 피곤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또 한화에어로스페스는 손 대표를 포함해 실무와 참관 인력 총 80여 명이 센터에 나와 이번 3차 발사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회사 관계자는 “예기치 못한 문제에 실무자들도 당황했지만 결과적으로 위기에 대응하는 방법을 자세히 배우는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이제 관심은 26일 위성교신 결과에 쏠린다. 이 관문까지 넘어야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발사 임무 성공으로 평가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발사체는 미국·러시아 등 선진국도 실패 사례가 많았고 누리호 역시 1차 시험발사 때 실패한 경험이 있는 만큼 연구진은 위성교신 결과를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다. 누리호는 24일로 예정된 발사가 하루 연기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던 만큼 마냥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연기 원인은 헬륨밸브 조절에 필요한 장치에 명령어가 잘못 입력된 소프트웨어 관련 문제였다. 전날 오후 점검에 들어간 연구진은 한나절이 지난 이날 새벽에서야 극적으로 원인을 발견해 복구에 성공했다.

한편 누리호는 1.5톤의 인공위성을 우리 스스로 쏘아 올리기 위해 12년의 도전 끝에 독자 개발된 3단 중대형 액체엔진 발사체다. 한국은 이로써 중대형 엔진을 독자 개발할 수 있는 세계 일곱 번째 국가가 됐다.

김윤수 기자 soo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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