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국힘 '출퇴근시간 시위제한'…헌재 결정문 보니
'집회·결사 허가제 금지' 헌법 위반·과잉금지원칙 위반
'야간 시위 24시까지 금지는 위헌', 야간 옥외 집회 금지는 '헌법불합치'
집시법 제10조 현재 효력상실 상태
SBS "전문가들, 집회시위 사실상 허가제로 운영, 위헌소지"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이 최근 민주노총의 1박2일 집회를 계기로 출퇴근 시간대 도심 시위 및 불법 전력이 있는 단체의 집회·시위를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혀 논란이다. 자칫 헌법재판소의 결정 취지마저 뒤집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헌법재판소가 야간 옥외집회와 야간시위를 금지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10조를 각각 헌법불합치와 한정 위헌으로 판단한 핵심 이유는 집회 결사는 허가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과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돼서는 안된다는 데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3일 국무회의에서 불법 집회와 시위를 용납하지 않겠다고 강경발언을 한 데 이어 당정은 규제 방안 마련에 나섰다.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25일 논평에서 “어제 국민의힘과 정부는 당정협의에서 불법 전력이 있는 단체의 집회·시위를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하고, 출퇴근 시간대 주요 도심 도로상에서 개최하는 시위 신고를 제한할 수밖에 없다는 데에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현행 집시법의 제10조(옥외집회와 시위의 금지 시간)는 “누구든지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후에는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두차례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판결로 현재 '실효(失效-효력상실)'된 상태다.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지난 23일 논평에서 헌재 결정의 취지가 명확하다면서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후'의 옥외집회 시위를 전면 금지할 경우에는 낮 시간이 짧은 동절기의 평일의 경우, 직장인이나 학생은 사실상 집회에 참가할 수 없기 때문에 옥외집회나 시위가 금지되는 시간대를 적절한 범위로 제한하여야 한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장 원내대변인은 “헌법재판소도 사회의 안녕질서 유지와 사생활의 평온을 보호하기 위해 야간 옥외집회와 시위를 금지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했다”며 “그러나 국회의 직무유기로 인해 사회의 안녕질서가 깨어지고 국민들의 평온한 생활은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헌법재판소는 어떤 근거로 야간 옥외집회와 야간 시위에 대해 각각 헌법불합치와 한정 위헌 결정을 했을까. 헌재는 야간 집회와 시위를 각각 따로 구분해서 결정했다. 집시법 제2조(정의)를 보면, '옥외집회'란 천장이 없거나 사방이 폐쇄되지 아니한 장소에서 여는 집회를 말한다. '시위'란 '여러 사람이 공동의 목적을 가지고 도로, 광장, 공원 등 일반인이 자유로이 통행할 수 있는 장소를 행진하거나 위력 또는 기세를 보여, 불특정한 여러 사람의 의견에 영향을 주거나 제압을 가하는 행위'라고 규정하고 있다.
헌재는 지난 2009년 9월24일 집시법 10조 위헌제청 사건에서 헌법재판관 11명 가운데 5명이 위헌, 2명이 헌법불합치 의견을 내어 '헌법불합치' 결정했다. 헌재 결정문을 보면, 위헌 의견을 낸 이강국, 이공현, 조대현, 김종대, 송두환 재판관은 헌법 제21조 제2항의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는 조항을 들어 “이는 헌법개정권력자인 국민들의 헌법가치적 합의이며 결단”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런데 집시법 제10조 '야간 옥외집회 금지' 조항은 헌법이 금지하는 허가제를 규정한 것으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했다.
헌법불합치 의견을 낸 민형기, 목영준 재판관은 “(야간 옥외집회 금지 조항의) 입법 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된다”면서도 △주간(낮)에 개인적 활동이 어려운 직장인이나 학생의 집회 주최 및 참가를 어렵게 해 집회의 자유를 명목상의 것으로 만들고 △국민의 주거 및 사생활의 평온과 공공질서 보호를 위한 보완장치를 (이미) 여러 규정을 통해 마련하고 있어 집시법 제10조처럼 광범위하게 규정하지 않더라도 입법목적 달성에 큰 어려움은 없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제10조의 집회 허용여부를 행정청의 판단에 맡긴 것 역시 적절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민형기 목영준 재판관은 “결국 집시법 제10조는 과잉금지원칙에 위배하여 집회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두 재판관은 위헌적인 부분과 합헌적인 부분이 공존하고 있어 “야간의 어떠한 시간대에 옥외집회를 금지하는 것이 집회의 자유를 필요최소한의 범위에서 제한하는 것인지에 관하여는 입법자의 판단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9개월 안에 개선 입법을 하고, 그때까지 안되면 효력을 상실하도록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나 대체입법이 이뤄지지 않아 제10조는 효력(야간 '옥외집회' 부분)이 상실돼 있는 상태다.
이후 헌법재판소는 야간 옥외집회와 별도로 야간 시위의 위헌 여부도 판단했다. 헌재는 지난 2014년 3월27일 헌법 제10조의 야간옥외집 및 집회 시위 금지 가운데 '시위' 부분을 두고 “'해가 진 후부터 같은 날 24시까지의 시위'에 적용하는 한 헌법에 위반된다”(한정 위헌)고 결정했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적합성은 인정된다면서도 “시위가 금지되는 시간대를 이 사건 법률조항과 같이 광범위하게 정하여 절대적으로 금지한 것은 목적 달성에 필요한 기본권의 제한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지 아니한 것으로서 '침해최소성의 원칙'에 반”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므로 헌재는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해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는 헌법 위반이라는 판단했다.
헌재는 또 대중교통의 운행시간, 도심지 점포·상가 운영시간 등에 비춰볼 때 24시(밤 12시)까지 금지하는 것은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반됨이 명백하다면서도 “24시 이후의 시위를 금지할 것인지 여부는 국민의 주거 및 사생활의 평온, 시위 현황과 실정, 국민 일반의 가치관 내지 법 감정 등을 고려하여 입법자가 결정할 여지를 남겨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
헌재가 24시 이후의 시위를 금지하라고 한 것이 아니라 국회가 국민의 법 감정을 고려해 결정하라는 뜻이다. 금지할지 여부조차 국민과 국회가 판단하라는 의미다.
SBS는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의 불법 전력 단체 집회 시위, 출퇴근 시간대 도심 시위 제한 방안 추진을 두고 위헌이라는 전문가 의견을 소개했다. SBS는 24일 저녁 <8뉴스> '제재 못하는 밤샘 집회…헌법 전문가들이 본 집회 제한'에서 “여러 헌법 전문가들한테 물어봤더니, 사실상 집회·시위 허가제로 운영될 가능성이 있고, 그럴 경우 위헌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정부·여당은 집시법 5조에 근거해서 불법 집회 전력이 있는 단체의 집회를 금지하겠다고 했지만, 이 조항은 쿠데타나 폭동에 준하는 상황을 가정한 거라는 게 헌법 전문가들의 설명”이라고 방송했다.
SBS는 “또 집시법 12조에 따라서 출퇴근 때 교통을 이유로 집회·시위를 제한하겠다는 방안도 과도할 경우에는 위헌 소지가 있을 거라고 봤다”며 “최근 법원이 대통령 관저 인근의 집회를 허용하는 등 집회와 시위에 대한 권리를 폭넓게 보장하고 있는데, 이런 추세와도 다소 거리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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