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 감독도 100만 성적표... 발길 끊긴 영화관 [만물상]
지난달 말 개봉한 영화 ‘드림’은 ‘극한직업’으로 1600만명을 동원한 이병헌 감독이 만들었다. 코로나 이후 썰렁해진 극장에 다시 관객을 불러모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100만명을 가까스로 넘겼다. 올해 개봉된 한국 영화로 ‘드림’ 이전에 100만명을 넘긴 작품은 황정민과 현빈이 주연한 ‘교섭’이 유일하다. 극장 주변에선 “참혹하다”는 말이 흘러 나돈다.
▶극장가에선 코로나 전인 2019년을 ‘극장이 가장 사랑받았던 해’로 꼽는다. 2억2600만명이 극장을 찾았다. 1000만 관객 영화도 5편 탄생했다. 칸과 아카데미를 거머쥔 봉준호의 ‘기생충’도 그해 제작됐다. 하지만 영광은 지나갔다. 영화계는 한국 극장가에 ‘2억 관객’ 시절은 다시 오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지난달 영화관을 찾은 관객은 697만명으로, 2019년 기준 절반에 불과했다.
▶영화관을 찾은 관객이 코로나 이전에 비해 반 토막 났다는 기사가 25일 자 조선일보에 실렸다. 한 조사에선 ‘티켓 값을 내려도 영화관 갈 생각 없다’는 응답이 20%를 넘어섰다고 한다. 이렇게 된 데는 티켓 가격이 크게 오른 것이 첫 이유로 꼽히지만, 근본적으로는 코로나 사태가 극장 이용 방식에 변화를 줬기 때문이란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1958년 문을 연 대한극장은 한국에 처음 등장한 ‘창문 없는 영화관’으로 인기를 끌었다. 코로나 사태 때는 오히려 이 조건이 극장을 기피하는 이유가 됐다. 각 가정마다 대형 TV를 장만하고 넷플릭스 등 OTT가 극장을 대신하게 된 것도 극장 가는 발길을 붙잡는다. 한 대형 가전 매장은 코로나 이듬해 초대형 TV 판매량이 두 배로 늘었다. 초대형 TV 구매층도 전엔 주로 5060세대였지만 2021년엔 구매자 절반 이상이 3040세대로 바뀌었다. 영화 주고객층인 3040이 극장 덜 가고 집에서 영화 본다는 의미다. 방해받기 싫어하는 청년들이 앞사람 머리 신경 쓰느니 집에서 편하게 보겠다는 것이다.
▶극장(theater)은 객석을 뜻하는 고대 그리스어 테아트론(theatron)에서 비롯됐다. 당시 객석은 연극만 감상하는 장소가 아니라 함께 모여서 신에게 제사 지내고 술과 춤을 즐기는 축제 공간이었다. 극장의 이런 모임 기능은 2000년 넘게 이어졌다. 최근까지도 극장은 영화만 보는 곳이 아니었다. 청춘 남녀가 처음으로 손을 잡아보는 데이트 공간이었고, 많은 가족과 친구들이 가족애와 우정을 나누는 곳이기도 했다. 수천년 지속된 극장이 코로나 복병을 만나 최고의 시련을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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