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박형준]사기범은 멀리 있지 않다
박형준 경제부장 2023. 5. 25.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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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중순 "제보를 하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다.
일본에서 교민들을 상대로 벌이는 400억 원대 사기 행각을 고발하겠다고 했다.
피해자들은 일본 경찰서에 사기 혐의로 고소장을 접수시켰다.
제보자는 "도쿄의 한국 교민 사회를 산산조각 내놓고 지금은 다른 곳에서 사기를 치고 있을 것이다. 하루빨리 잡아야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기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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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교민 400억 원대 사기 피해 입어
쉽게 돈 벌려는 ‘욕심’ 버리는 게 중요
쉽게 돈 벌려는 ‘욕심’ 버리는 게 중요
4월 중순 “제보를 하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다. 일본에서 교민들을 상대로 벌이는 400억 원대 사기 행각을 고발하겠다고 했다. 며칠 후 다단계처럼 투자자를 끌어모아 주가를 인위적으로 띄운 SG증권발(發) 주가조작 사태가 터졌다. 왠지 제보에 관심이 갔다.
문제의 인물은 박모 씨(51)였다. 그는 2018년부터 일본 도쿄에서 카페, 의류, 분식 등 매장을 운영했다. 매일 아침 일찍 출근해 청소를 했고 저녁까지 일했다. 수더분하게 생긴 얼굴이었고 술을 거의 입에 대지 않았다. 그런 성실함과 외모에 더 믿음이 갔다고 했다.
인테리어 업체를 운영하는 재일교포 L 대표는 지난해 박 씨의 의류 매장을 공사한 적이 있다. 박 씨는 “골프 의류 사업을 하고 있는데, 주문이 몰려 어쩔 줄 모르겠다”고 말했다. 전화 통화를 하며 “주문이 밀려 배송이 늦어졌다, 죄송하다”며 사과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박 씨는 한두 달 융통할 자본이 있으면 생산을 더 할 수 있다면서 L 대표에게 돈을 빌려줄 수 있는지 물었다. 12% 수익 중 8%를 이자로 주겠다고 했다.
L 대표는 우선 몇천만 원을 빌려줬다. 실제 8% 이자를 포함한 원리금을 받았다. 점차 투자 액수를 늘려 합계 28억 원을 건넸다. 거래하는 동안 별문제가 없었기에 계약서도 쓰지 않았다.
하지만 박 씨는 2월 중순 갑자기 모습을 감췄다. 그 후 피해자들이 대거 수면 위로 드러났다. 약 100억 원을 물린 교민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일본 경찰서에 사기 혐의로 고소장을 접수시켰다. 자체적으로 박 씨의 행적도 추적했다. 그 과정에서 과거 경남 거제, 광주 등지에서도 사기 행각을 벌인 사실을 확인했다. 제보자는 2015년 7월 거제경찰서에 접수된 고소장과 올해 3월 인천 중부경찰서에 낸 민원 접수증 사진을 보여줬다. 모두 사기 혐의였다. 제보자는 “도쿄의 한국 교민 사회를 산산조각 내놓고 지금은 다른 곳에서 사기를 치고 있을 것이다. 하루빨리 잡아야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기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2015년 이후 국내 범죄 중 부동의 1위는 사기다. 2015년 25만7000여 건이었던 사기 발생 건수는 2021년 29만2042건으로 늘었다. 사기 수준을 부동산이나 보험 사기, 보이스피싱 정도로 생각하면 안 된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사기도 갈수록 지능화되고 있다. 최근 음성과 영상을 인공지능(AI)으로 위조해 돈을 가로채는 신종 사기까지 등장했다.
순진한 사람이 사기범에게 당한다는 생각도 고치는 게 좋다. SG 사태를 보면 의사, 변호사, 연예인 등이 주가조작단에 거액을 맡겼다. 정계, 재계, 언론계 인사 등의 이름도 거론되고 있다. 일부는 속아서 돈을 건넸을 것이고, 일부는 주가조작을 알면서도 눈을 감고 일확천금을 노렸을 것이다.
사기 피해자가 돈을 돌려받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 사기꾼이 잡혔을 때는 사기로 얻은 돈을 이미 탕진한 경우가 많다. 법률 지식으로 무장한 사기꾼은 미리 돈을 빼돌려 놓기도 한다.
피해를 없애려면 ‘예방’이 최선이다. 법무법인 법조가 펴낸 저서 ‘사기꾼의 얼굴을 공개합니다’에 따르면 100% 확신적으로 말하는 사람, “둘도 없는 기회” “지금 안 하면 놓친다” 등 표현을 사용하는 사람, 안 되는 일 없는 것처럼 말하지만 실상 되는 일도 없는 사람을 조심하라고 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한 가지. 쉽게 돈을 벌고자 하는 ‘욕심’을 버리는 게 사기 피해를 막는 지름길이다.
문제의 인물은 박모 씨(51)였다. 그는 2018년부터 일본 도쿄에서 카페, 의류, 분식 등 매장을 운영했다. 매일 아침 일찍 출근해 청소를 했고 저녁까지 일했다. 수더분하게 생긴 얼굴이었고 술을 거의 입에 대지 않았다. 그런 성실함과 외모에 더 믿음이 갔다고 했다.
인테리어 업체를 운영하는 재일교포 L 대표는 지난해 박 씨의 의류 매장을 공사한 적이 있다. 박 씨는 “골프 의류 사업을 하고 있는데, 주문이 몰려 어쩔 줄 모르겠다”고 말했다. 전화 통화를 하며 “주문이 밀려 배송이 늦어졌다, 죄송하다”며 사과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박 씨는 한두 달 융통할 자본이 있으면 생산을 더 할 수 있다면서 L 대표에게 돈을 빌려줄 수 있는지 물었다. 12% 수익 중 8%를 이자로 주겠다고 했다.
L 대표는 우선 몇천만 원을 빌려줬다. 실제 8% 이자를 포함한 원리금을 받았다. 점차 투자 액수를 늘려 합계 28억 원을 건넸다. 거래하는 동안 별문제가 없었기에 계약서도 쓰지 않았다.
하지만 박 씨는 2월 중순 갑자기 모습을 감췄다. 그 후 피해자들이 대거 수면 위로 드러났다. 약 100억 원을 물린 교민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일본 경찰서에 사기 혐의로 고소장을 접수시켰다. 자체적으로 박 씨의 행적도 추적했다. 그 과정에서 과거 경남 거제, 광주 등지에서도 사기 행각을 벌인 사실을 확인했다. 제보자는 2015년 7월 거제경찰서에 접수된 고소장과 올해 3월 인천 중부경찰서에 낸 민원 접수증 사진을 보여줬다. 모두 사기 혐의였다. 제보자는 “도쿄의 한국 교민 사회를 산산조각 내놓고 지금은 다른 곳에서 사기를 치고 있을 것이다. 하루빨리 잡아야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기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2015년 이후 국내 범죄 중 부동의 1위는 사기다. 2015년 25만7000여 건이었던 사기 발생 건수는 2021년 29만2042건으로 늘었다. 사기 수준을 부동산이나 보험 사기, 보이스피싱 정도로 생각하면 안 된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사기도 갈수록 지능화되고 있다. 최근 음성과 영상을 인공지능(AI)으로 위조해 돈을 가로채는 신종 사기까지 등장했다.
순진한 사람이 사기범에게 당한다는 생각도 고치는 게 좋다. SG 사태를 보면 의사, 변호사, 연예인 등이 주가조작단에 거액을 맡겼다. 정계, 재계, 언론계 인사 등의 이름도 거론되고 있다. 일부는 속아서 돈을 건넸을 것이고, 일부는 주가조작을 알면서도 눈을 감고 일확천금을 노렸을 것이다.
사기 피해자가 돈을 돌려받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 사기꾼이 잡혔을 때는 사기로 얻은 돈을 이미 탕진한 경우가 많다. 법률 지식으로 무장한 사기꾼은 미리 돈을 빼돌려 놓기도 한다.
피해를 없애려면 ‘예방’이 최선이다. 법무법인 법조가 펴낸 저서 ‘사기꾼의 얼굴을 공개합니다’에 따르면 100% 확신적으로 말하는 사람, “둘도 없는 기회” “지금 안 하면 놓친다” 등 표현을 사용하는 사람, 안 되는 일 없는 것처럼 말하지만 실상 되는 일도 없는 사람을 조심하라고 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한 가지. 쉽게 돈을 벌고자 하는 ‘욕심’을 버리는 게 사기 피해를 막는 지름길이다.
박형준 경제부장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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