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해고 심문회의 이틀 전 300쪽 분량 증거자료 낸 테슬라코리아
제출 늦어도 막을 방법 없어 악용…“기한제한 등 정비해야”
지난해 12월 테슬라코리아 서비스센터에 근무하다 해고된 A씨는 지난 2월20일 경기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다. 두 달 뒤인 4월18일로 잡힌 심문회의는 테슬라코리아 측 요청으로 이달 11일로 밀렸다.
‘증거자료를 제출하라’는 요구에도 징계사유 및 회사내규 등의 자료만 제출한 테슬라코리아 측은 회의 이틀 전인 지난 9일 저녁 300쪽에 달하는 자료를 지노위에 제출했다. 증거자료는 다음날인 10일 A씨에게 전달됐다. A씨가 사측 자료를 검토하고 대응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은 단 하루였다.
A씨 측은 심문회의에서 ‘테슬라코리아가 회의 직전에 자료를 제출해 노동자의 방어권이 충분히 보장되지 않았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그러나 지노위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가 제기한 부당해고 구제신청은 기각됐다.
통상 사측과 노동자 측은 심문회의 전까지 지노위를 통해 자료를 주고받으며 상대방 주장을 파악하고 반론을 준비한다. 답변서 등 자료의 제출기한은 정해져 있지 않다. 양측이 심문기일 직전까지 공방을 벌이거나 필수 증거자료를 확보하느라 자료를 늦게 내는 경우도 있다.
김광훈 노무법인 신영 노무사는 25일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심문회의 직전에 자료를 대량 제출하는 것은 흔치 않다”고 했다.
문제는 상대의 방어권을 무력화하려고 핵심 자료를 늦게 제출하더라도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자료 제출기한 등에 관한 규정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전문대학원 교수는 “테슬라코리아는 상대방에게 반론 기회를 주지 않기 위해 제도를 악용한 것으로 보인다. 막을 방법은 없지만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행위”라며 “노동위원회 제도를 존중한다면 서로 가지고 있는 정보를 공유하고 화해 가능성을 열어둬야 하는데 그럴 생각이 없었던 것”이라고 했다.
이어 “부당해고 분쟁에서는 사용자 측이 핵심 자료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정보 우위를 점한 쪽이 일부러 이를 늦게 공개하면 심문 결과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심문회의 직전 자료 제출에 제한규정을 두는 식으로 제도를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세훈 기자 ksh371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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