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기업에 발사 운용 노하우 전수… ‘뉴 스페이스’ 서막 [누리호 3차 발사 성공]

이진경 2023. 5. 25.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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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에어로스페이스 첫 참여
항우연, 2022년부터 기술 이전
2025년 4차부터는 발사까지 총괄
우주산업 2030년엔 852조 규모
시장 급성장에 정부 주도 한계
과학·안보 넘어 먹거리 발굴 시급
기업 투자·고용 확산 효과 기대

한국형발사체 누리호 3차 발사에서 주목할 점은 민간 기업이 발사 운용 과정에 처음으로 참여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많은 민간 기업이 누리호 제작에 참여했으나 발사 운용까지 함께한 것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최초다. 민간 우주 개발 참여가 활발해지면서 민간이 우주 개발을 이끄는 ‘뉴 스페이스’ 시대에 한 발 더 가까워졌다는 평가다.

25일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번 누리호 제작 총괄과 관리, 발사 공동 운용 등 전 과정을 지켜봤다. 누리호 엔진을 생산·공급했던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10월 한국형발사체 체계종합기업으로 선정된 뒤 항우연과 발사체 제작 총괄 관리, 단조립 공장 구축·이송, 발사체 및 구성품 시험, 발사 운용, 품질 보증, 기술 이전 등의 세부 사항을 협의해 왔다. 이번 발사는 항우연이 주관했지만, 2025∼207년 누리호 4∼6차 발사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발사체 총제작부터 발사까지 총괄하게 된다.
가슴 벅찬 순간 25일 오후 전남 고흥군 우주발사전망대에서 한 아이가 우주를 향해 날아오르는 누리호를 바라보고 있다. 고흥=뉴시스
11명으로 구성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직원들은 이번 발사 준비와 운용 과정을 참관해 향후 누리호 발사를 위한 기술을 습득했다. 2명이 발사지휘센터에서 발사 준비, 발사임무통제, 발사 안전, 발사 지원 등을 배우고, 6명은 발사관제센터(LCC)에서 발사체 준비 및 시험, 발사 준비 및 운용을 참관했다. 나머지 3명은 발사대에서 발사체 점검, 엄빌리칼(발사체에 산화제와 연료, 전기 등을 공급하는 연결 장치) 작업 등을 배웠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누리호 발사 참여는 현재 추진 중인 ‘위성 제작→발사 수송→위성 서비스’ 밸류체인을 위한 것이다. 앞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21년 1월 국내 인공위성 전문 업체를 인수하고,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과 함께 우주연구센터인 ‘스페이스 허브’도 구축했다. 2025년 완공을 목표로 전남 순천시에 우주발사체 단조립장도 설립한다. 장기적으로 위성과 우주선, 각종 물자를 우주로 보내는 ‘우주 수송’ 사업을 상업화한다는 목표다.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는 이날 발사 성공 후 브리핑에서 앞으로 계획에 대해 “사명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며 “파괴적인 기술 개발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고, 현재 우리나라가 가지고 있는 인프라와 인력, 산업이 원팀으로 뭉쳐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민간이 우주 개발을 이끌게 하는 것이 미래 우주 시대에 대비해 꼭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국가가 국방이나 과학적 목적으로 우주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 관점에서 활용할 새로운 공간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우주 수송으로 돈을 벌고 있는 미국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대표적인 사례다. 우주 분야 시장조사 업체 유로컨설트는 글로벌 우주산업이 2021년 490조원에서 2030년 852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커지는 우주 시장에서 정부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민간 개발에 따른 파급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기업은 수익 창출이 우선이어서 필요한 기술 개발에 집중 투자한다. 이 과정에서 다른 기업들과 협력하기도 하고, 개발된 기술을 이용한 또 다른 서비스와 사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당장 누리호만 해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포함해 국내 약 300개 기업의 기술력이 합쳐진 결과다. 엔진의 경우 연소기는 비츠로테크, 추진기관 공급계는 하이록코리아, 네오스펙 등, 계측시스템은 이앤이 등이 나눠 맡았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총조립했다.

위성항법장치(GPS)나 추력기 시스템 등 유도제어 영역은 한화, 스페이스솔루션, 넵코어스 등이 참여했다. 탱크와 동체 등 구조는 에스앤케이항공, 이노컴, 두원중공업, 한국화이바, 하이즈복합재산업, 풍산, 라이노 등이 맡았다. HD현대중공업 등은 발사대와 엄빌리칼 타워 건설을 총괄했다.
25일 전남 여수시 낭도에서 바라본 고흥 나로우주센터 발사대에서 한국형 우주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발사돼 우주로 날아오르고 있다. 뉴시스
오현웅 항공대 우주시스템기술연구소장(항공우주 및 기계공학부 교수)은 “미래 우주는 신산업을 이끄는 중요한 영역”이라며 “지상에서 한계에 다다른 사업이 우주와 연결되면서 다른 산업으로 활성화할 수 있기에 민간이 많은 부분에서 매력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오 소장은 “정부도 민간의 상용화 노력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며 “기술 고도화 연구 등이 정부가 할 수 있는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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