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집시법 대결 영역으로…기본권 역주행하는 ‘법치 정부’
노조를 ‘부패집단’으로 규정…야당 등과도 소통 없어
윤석열 대통령 집권 2년차 내치의 첫 쟁점이 헌법상 기본권 논쟁에 집중되고 있다. 정부·여당은 25일 국회 본회의 직회부를 앞둔 노동조합법 개정안(노란봉투법)을 ‘불법파업 조장법’으로 규정하고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수순에 들어갔다. 허용 범위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집회·시위 제도 손질도 추진 중이다.
두 법안을 두고 여야가 충돌하며 헌법상 기본권인 ‘집회·결사의 자유’와 ‘노동3권’이 줄줄이 논란과 대결의 영역으로 불려 나왔다. 윤 대통령이 강조한 법치와 자유의 실체가 ‘기본권 논쟁’ 국면을 거쳐 선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노란봉투법 거부권 행사 여부를 두고 “국회 절차가 끝나면 여러 의견을 수렴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노란봉투법을 추진하는 더불어민주당을 겨냥해 “거부권 여부보다는 국회 내에서의 일방적인 (입법) 강행 문제가 시작”이라고 말했다.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될 경우 거부권 행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양곡관리법 개정안, 간호법 제정안처럼 국무회의를 거쳐 재의요구안을 재가할 것으로 보인다.
노란봉투법 논쟁은 노동3권 보장 문제와 닿아 있다. 개정안은 노동조합 파업으로 발생한 회사 손실에 대한 사측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고 간접고용 노동자의 교섭권을 보장하는 것이 골자다. 수십억원 규모 손해배상 판결을 받았던 2014년 쌍용차 파업 노동자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헌법 33조의 노동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게 노동계와 야당 주장이다. 정부·여당은 ‘불법파업 조장법’으로 규정해 반발 중이다.
여권은 민주노총 건설노조의 최근 집회를 계기로 야간집회를 제한하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개정안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0시~오전 6시 집회를 원천 금지하는 것과 함께 불법집회 전력이 있는 단체의 집회 개최를 제한하는 방침 등이 거론됐다. 이를 두고도 야당이 헌법 21조의 ‘집회·결사의 자유’ 침해 우려를 들어 반발하면서 기본권 훼손 논란이 일고 있다. ‘노사 법치주의’를 내세운 윤석열 정부 들어 노동 이슈에서 수시로 기본권 침해 논쟁이 벌어지는 상황이다.
이는 윤 대통령이 노동개혁의 핵심 기조를 ‘노조 압박’에 두면서 예견된 충돌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은 노동개혁 추진 과정에서 노조를 ‘부패집단’으로 규정하고 기업의 ‘자유’ 확대를 강조해왔다. 노동계, 야당과의 소통이 실종되며 노동 이슈는 완충지대 없는 대결 정국의 중심에 섰다. 앞으로도 여권은 노란봉투법과 집시법을 중심으로 노동 이슈에서 선명성을 부각하는 행보를 펼 것으로 보인다. ‘야당의 입법 강행 → 대통령 거부권 행사 → 법안 폐기’가 되풀이되며 각종 법안이 공중에 흩어지는 일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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