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특채 의혹’ 선관위 사무처 총장·차장 사퇴
잇단 논란에 ‘도의적 책임’
여당, 노태악 위원장 겨냥
사퇴 요구 등 공세 이어가
총선 앞두고 ‘다잡기’ 분석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박찬진 사무총장(사진)과 송봉섭 사무차장이 25일 사퇴했다. 자녀 채용 특혜 의혹과 북한 해킹 시도 등으로 여당과 여론의 질타가 이어지자 도의적 책임을 지기로 한 것이다.
선관위는 이날 긴급 위원회를 연 후 보도자료에서 “자녀 채용 특혜 의혹의 대상이 되어온 박 사무총장과 송 사무차장은 사무처 수장으로서 그동안 제기되어온 국민적 비판과 지적을 겸허히 수용하고 현재 진행 중인 특별감사 결과에 상관없이 현 사태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퇴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6월 나란히 취임한 박 사무총장과 송 사무차장은 관례상 임기인 2년을 절반도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게 됐다.
광주 남구청에서 9급 공무원으로 근무하던 박 사무총장 자녀는 지난해 1월 전남 선관위에 9급으로 채용됐다. 박 사무총장은 당시 사무차장으로 채용 결정을 승인한 최종 결재권자였다. 송 사무차장의 자녀는 충남 보령시에서 8급 공무원으로 일하다 2018년 선관위의 8급 이하 경력직 공모에 지원해 8급으로 채용됐다. 이후 선관위에선 이를 포함해 총 6건의 자녀 채용 사실이 드러났고, 선관위는 특별감사와 전직 직원까지 대상으로 자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선관위는 사무처 수장이 연달아 자녀 채용 특혜 논란으로 물러나는 불명예를 안았다. 앞서 김세환 전 사무총장도 대선 당시 ‘소쿠리 투표’ 논란에 이어 자녀 채용 특혜까지 터지며 지난해 3월 사퇴했다. 김 전 사무총장 자녀는 강화군청에서 일하다 2020년 인천선관위로 이직한 뒤 반년 만에 7급으로 승진하고 미국 출장 기회를 얻는 등 특혜 논란이 있었다. 선관위는 박 사무총장, 송 사무차장 자녀의 경우 김 전 사무총장 자녀와 달리 채용과 이후 직무 과정에서 특혜를 받지 않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지만 여당의 거센 비판에 밀려 사퇴를 결정했다.
선관위는 “이들의 사퇴와 상관없이 현재 진행 중인 특별감사 및 자체 전수조사를 통해 전·현직 공무원의 자녀 채용 관련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그 결과에 따라 징계 또는 수사 요청 등 합당한 모든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이미 합의한 대로 선관위 정보보안체계에 대한 국가정보원, 한국인터넷진흥원 등 외부기관과의 합동 보안컨설팅 절차도 신속하고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고 했다.
사무총장과 사무차장 동반 사퇴로 선관위를 둘러싼 여당의 공세가 잠잠해질지는 미지수다. 국민의힘이 노태악 선관위원장의 사퇴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노 위원장은 도대체 왜 그 자리에 앉아 있는 건가. 총체적 관리 부실에 대한 일말의 책임감도 느끼지 않는 건가”라며 “그러려면 차라리 그 자리를 내놓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여당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선관위를 다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당 일각에선 김명수 대법원장이 임명한 노 위원장이 총선을 공정하게 관리하겠느냐는 의구심도 보이고 있다.
조미덥·문광호 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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