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 첫 실전발사] “날씨·시간 안 가린다” 위성 영상 레이더 독자 기술 확보했다

이종현 기자 2023. 5. 25.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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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기 실용위성도 누리호에 실려 함께 우주로
차세대소형위성 2호, 레이더 지구관측 기술 국산화
스타트업 만든 큐브위성도… ‘우주 검증’ 기회 제공

한국형발사체 누리호(KSLV-Ⅱ)의 성공과 실패를 결정지은 건 발사 순간이 아닌 인공위성이 궤도에 진입하는 순간이었다. 이번 발사를 지휘한 고정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이 제시한 ‘성공 기준’은 차세대소형위성 2호의 안전한 분리였다. 이번 발사를 ‘첫 실전’이라고 표현하는 것도 누리호가 실제 실용위성을 싣고 우주로 갔기 때문이다.

그동안 한국이 개발한 실용위성은 다른 나라의 우주로켓에 실려 발사됐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우리 기술로 만든 발사체인 누리호를 이용해 실용위성을 쐈다. ‘우리 땅에서 우리 발사체로, 우리 위성을’ 우주로 쏘아 올린 셈이다. 국민적인 관심은 발사체인 누리호에 쏠렸지만, 누리호만큼이나 위성도 중요하다는 의미다.

8기의 위성 중 단연 핵심은 차세대소형위성 2호(NEXTSAT-2)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인공위성연구소가 만든 차세대소형위성 2호는 크게 세 가지 임무를 가지고 우주로 향한다.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위성보관동에서 한국형발사체 '누리호'의 3단에 탑재위성이 장착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가장 중요한 임무는 합성개구레이더(SAR)의 성능을 검증하는 것이다. SAR은 KAIST 인공위성연구소가 개발한 지구 관측 장비로 가시광선 대신 레이더를 사용해 지구를 관측한다. 가시광선을 이용한 관측 장비는 구름에 가려진 지역이나 어두운 야간에는 관측이 어려웠다. 레이더를 이용하면 날씨나 시간에 상관없이 관측 임무를 수행할 수 있어 환경이나 국방 분야에서 활용도가 클 전망이다.

특히 레이더로 지구를 관측하는 장비는 아직 국내 기술로 개발된 적이 없다. SAR은 해상도 5m,에 관측포이 40㎞에 달해 활용도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이철 KAIST 인공위성연구소 위성연구2실장은 “SAR은 해외 기술에 의존하고 있다”며 “이번 시험이 성공하면 국내 지구 관측 기술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산·학·연이 함께 개발한 위성핵심기술도 차세대소형위성 2호에 함께 실렸다. ‘상변환 물질 적용 열제어장치(PCM)’ ‘X밴드 질화갈륨(GaN) 기반 전력증폭기(XSSPA)’ ‘글로벌위치확인시스템(GPS)-갈릴레오 복합항법수신기(GPSR)’ ‘태양전지배열기(SAP)’ 등이 이번에 차세대소형위성 2호에 실린 위성핵심기술이다. 한국천문연구원이나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등 정부출연연구기관과 두시텍 등 국내 중소기업의 기술로 만든 기술들이다.

탑재체 기술 검증이 마무리되면 차세대소형위성 2호는 2년 동안 본격적인 지구 관측 임무에 나선다. 극지방의 해빙의 움직임을 쫓고,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산림지역의 생태계를 관찰하는 임무를 맡는다. SAR의 레이더 관측 장비를 이용하면 나뭇잎 모양을 분석해 활엽수와 침엽수까지 구분할 수 있다.

당초 차세대소형위성 2호는 해외 발사체를 이용해 쏠 계획이었다. 이미 성능이 검증된 해외 발사체를 이용하는 게 차세대소형위성 2호를 개발한 KAIST 인공위성연구소 입장에선 안전하다. 하지만 누리호의 첫 실전발사가 가지는 의미를 KAIST 인공위성연구소가 받아들이면서 발사체와 위성이 비로소 한 배를 탈 수 있었다. 권세진 KAIS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인공위성연구소가 대한민국 우주 프로그램이라는 한 배를 탄다는 점에서 대국적인 결정을 내린 것”이라며 “이번 발사는 누리호가 실질적인 임무를 수행하는 첫 단추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천문연구원 연구원들이 지난 3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위성보관동에 입고된 도요샛 위성에 대한 최종 점검 작업을 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차세대소형위성 2호와 함께 실린 큐브위성 7기도 각각 6개월에서 1년 동안 저마다 임무를 수행한다. 한국천문연구원이 만든 도요샛(SNIPE) 4기는 1년 동안 고도 550㎞를 편대 비행하며 근지구 우주날씨의 변화를 관측한다. 위성통신이나 GPS 신호를 교란할 수 있는 전리권 플라즈마 버블을 관측하는 것도 도요샛의 임무다. 미 항공우주국(NASA)도 도요샛의 관측 자료에 관심을 보여 도요샛 관측자료 수신에 도움을 주기로 했을 정도다. 위성 분리 과정에서 도요샛 1기가 제대로 분리됐는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일단은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 3기의 큐브위성은 국내 우주 스타트업인 루미르, 져스텍, 카이로스페이스가 만들었다. 국내 우주 스타트업의 ‘스페이스 헤리티지(우주검증)’를 늘리기 위해 뒤늦게 투입이 결정됐다.

루미르의 ‘LUMIR-T1′은 우주방사능량을 실시간으로 측정하고, 져스텍의 ‘JAC’는 큐브위성 플랫폼과 자세제어를 위한 반작용휠 등을 검증할 계획이다. 카이로스페이스의 ‘KSAT3U’는 한반도 지표면 편광데이터를 수집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특히 ‘KSAT3U’는 고장이 나거나 임무가 종료될 경우 자동으로 궤도를 이탈한 뒤 지구 대기권에 돌입해 소멸하는 기술을 실증하는 미션까지 가지고 있다. 스타트업 관계자들은 “우주 관련 기술을 국산화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며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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