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보다 심하게 망할수도 있다고?...“노동개혁 늦어지면 위험”

홍혜진 기자(honghong@mk.co.kr) 2023. 5. 25.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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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개발 60돌 콘퍼런스 25일 여의도서 열려
전 부총리·장관들, 재정건전성 강화 등 강조
진념 전 부총리 “노동, 교육 등 개혁 앞서
토론 통해 문제 인식하고 합의 이끌어내야”
25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호텔에서 열린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수립 60주년 기념 국제 콘퍼런스’에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 넷째)이 전직 장관들과 환담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재윤 전 통상산업부 장관, 이동호 전 내무부 장관, 전윤철 전 재정경제부 장관, 추 부총리, 진념 전 재정경제부 장관, 강경식 전 재정경제원 장관, 장병완 전 기획예산처 장관, 윤대희 전 국무조정실장. 한주형 기자
경제개발 5개년 계획으로 대표되는 지난 60년간의 압축성장으로 세계 10대 경제강국의 반열에 올라선 한국 경제가 장기 저성장 위기에 빠진 가운데 ‘잃어버린 30년’으로 신음했던 일본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경고가 전직 경제수장들의 입에서 나왔다. 특히 윤석열 정부가 3대 개혁과제로 내세운 노동, 연금, 교육개혁이 한발짝도 전진하지 못하면서 한국 경제의 체질을 업그레이드할 구조개혁이 표류할 경우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고언이 쏟아졌다.

2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페어몬트 호텔에서 열린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수립 60주년 기념 콘퍼런스에 참석한 전직 경제수장들은 “과거에 성공했으니 앞으로도 잘 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는 금물”이라며 규제, 노동, 교육 등 분야에서 그간 미뤄왔던 개혁을 단행해 재도약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현재 한국경제가 구조개혁의 갈림길에 서 있다며 노동개혁 등 구조개혁과 재정 건전성 확보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

김대중 정부에서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 장관을 역임한 진념 전 경제부총리는 매일경제에 “지금 구조개혁을 하지 않으면 일본의 잃어버린 30년보다 더한 경제 침체를 맞을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경고했다. 진 전 부총리는 “일본은 세계 최고 수준의 소재, 장비 기술력을 가진 상황에서도 경제가 서서히 가라앉아 잃어버린 30년을 맞았다”며 “지금 한국은 노동, 교육, 연금 등 사회 기초 분야에 구멍이 나 있는데 이를 바로잡기 위한 논의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나라 경제 상황이 어떻고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결단이 필요한지를 국회 등에서 치열하게 토론해 국민에게 알리고 국민 의견을 수렴한 뒤 개혁을 추진해야 동력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경환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지금은 대내외 여건이 워낙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경제 연착륙을 할 수밖에 없지만, 계속 이렇게 되면 결국은 일본처럼 축소 균형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구조개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진국치고 다 이런 구조적인 병 안 걸린 나라가 하나도 없는데, 사회·정치 역량 등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춘 나라는 선진국으로 계속 남아있는 것”이라며 “정치, 사회 등 각종 총체적 역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윤철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그동안 우리가 국가 주도의 개발 전략을 써왔는데, 그런 타성이 아직도 우리 사회에 남아있어서 이걸 빨리 극복해야 한다”며 “규제개혁을 포함해 공공부문의 과감한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역구 선심성 사업 문턱을 낮추는 예비타당성 면제 기준 상향은 만장일치로 통과시키면서 재정준칙은 제대로 논의하고 있지 않는 국회에 대한 쓴소리도 나왔다. 장병완 전 기획예산처 장관은 “재정 정책에 있어 포퓰리즘에 입각한 정책, 재정은 마르지 않은 샘물인 것처럼 생각하는 주장들이 정치권 일각에서 많이 제기되고 있다”며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궤도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재정 준칙을 법제화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일호 전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재정을 부채를 걱정하는 방향으로 운용하되 필요한 부분은 쓰고 대신 그만큼을 불요불급한 지출 쪽에서 줄이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며 “추경은 지금의 재정 환경에서 안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부의 정책들이 잇따라 발목이 잡히는 상황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진 전 부총리는 “한국 경제를 궤도에 재진입시키고 활력을 넣기 위해 뭘 할지 고민해야 해도 부족한 판에 정치권이 너 죽고 나 살자 식의 싸움만 이어가고 있어 생산성이 없다”며 “총선이 가까워올수록 정쟁이 더 심해질텐데,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차 경제개발계획 이후 한국은 세계사적으로 유례없이 빠른 경제성장을 달성하면서도 민주주의를 정착시켰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지난 60년의 자랑스러운 역사가 지금부터의 60년을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며 “국가채무의 빠른 증가로 재정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고 글로벌 스탠다드와 동떨어진 규제와 노동·교육분야 등 경제・사회 전반에 오랫동안 누적된 구조적 문제, 세계 최저의 출산률로 인한 인구 감소 등으로 성장잠재력이 급속히 하락하고 있다”고 짚었다.

추 부총리는 “민간・시장 중심의 경제운용을 통해 당면한 경제위기를 극복하면서 경제의 생산성 제고와 체질강화를 위한 구조개혁에 모든 정책적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컨퍼런스에서 연사로 나선 고영선 KDI 연구부원장도 구조개혁이 미진한 배경으로 사회적 합의구조가 결여된 점을 꼽았다. 고 부원장은 “개혁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양립하는 가치관을 놓고 토론이 필요한데 우리나라에서는 실효성 있는 토론보다 품질 낮은 갈등만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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