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형의 진심 “아들아, 불효자 돼라”
적으로 만난 이호재 2골 활약에
“다음엔 이길 것” 선의 경쟁 예고
지난 24일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선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는 말이 꼭 들어맞는 장면이 연출됐다.
현역 시절 ‘캐넌 슈터’라는 애칭으로 인정받았던 이기형 감독(49)이 이끄는 성남FC가 대한축구협회(FA)컵 16강전에서 이호재(23)에게 두 골을 내주면서 포항 스틸러스에 0-3으로 완패한 것이다.
이 감독은 기자와 만나 “축구인 2세들은 (내 아들인) 이호재처럼 아버지를 이길 각오로 뛰어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 성공한 아버지의 뒤를 잇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축구에 입문할 때부터 데뷔할 때까지 세간의 시선이 따라다닌다. 국가대표로 활약했던 차두리(현 축구대표팀 기술고문)가 2015년 유니폼을 벗은 그날에서야 아버지 차범근 전 축구대표팀 감독을 ‘차두리의 아버지’로 만든 것이 대표적이다. 다른 종목을 살펴봐도 크게 다르지 않은데,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의 두 아들은 미국프로농구(NBA)는커녕 대학 때 운동을 그만뒀다.
공교롭게도 이날 경기에서는 이 감독의 조언을 곱씹을 선수가 적잖았다. 김기동 포항 감독의 아들인 김준호(21·포항)와 신태용 인도네시아 축구대표팀 감독의 아들 신재원(25·성남)도 나란히 선발로 출전한 것이다.
김기동 감독은 “사실 이 감독하고는 평소에도 자주 대화를 나누는 사이”라면서 “사실 난 아들이 축구를 하지 않았으면 했다. 오늘 경기를 뛴 세 사람이 앞으로 잘해야 다른 (축구인) 자녀들에게도 희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감독은 김 감독을 포함한 아버지들에게 “단단히 각오하라”는 의미심장한 한마디를 남겼다. 김 감독이 아직까지는 아들과 한 팀이지만, 언제 또 적으로 만날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감독은 아들과 다시 만나고 싶은 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올해 K리그2(2부)에 머무는 성남이 승격의 꿈을 이룬다면 내년부터는 K리그1(1부)에서 부자대결이 일상처럼 변하기 때문이다. 아버지도 아들도 함께 웃는 그림이다.
이 감독은 “아들도 계속 성장하겠지만, 지도자인 아빠도 이대로 멈추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시 맞붙는다면 아들이 질 날도 올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성남 |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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