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부 부인 않는 우크라 살상무기 뒷거래설, 진상 밝혀야
윤석열 정부가 러시아 침공에 맞서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포탄을 우회 지원하고 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문은 한국이 미국으로 포탄 수십만발을 이송하고 있고, 미국이 이를 우크라이나로 보내도록 준비돼 있다고 전했다. 대통령실은 25일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았고, 국방부는 “그 보도 내용에 정확하지 않은 내용도 있다”고 했다. 보도 내용을 완전히 부정하진 않은 것이다.
우크라이나 포탄 지원 문제가 불거진 건 처음도 아니다. 지난해 국방부는 최종 사용자가 미국이라는 조건을 달아 미국에 포탄 10만발을 제공하기로 약속했다. 올 초엔 방산업체인 풍산이 미국 국방부와 포탄 대여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보도가 앞서 한·미가 맺은 약속 이행인지, 새로운 계약 체결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정부가 진실을 밝히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가 뻔히 우크라이나로 들어갈 포탄임을 알면서도 미국에 판다는 이유로, 살상무기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원칙만 내세우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일 뿐이다.
정부는 지난달 윤 대통령 방미를 계기로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직접 지원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윤 대통령은 당시 NBC방송 인터뷰에서 “최전선의 상황이 변할 때나 우리가 살상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해야 할 때가 된다면, 국제사회 노력을 외면하는 상황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조태용 국가안보실장도 전날 국회에서 “추후 전황을 보고 다른 상황을 고려해 검토할 예정”이라고 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한·미 정상의 워싱턴선언 채택 직후 살상무기 지원이 급진전됐다고 전했다. 한국이 북한 핵 위협에 대한 확장억제 강화를 얻는 대가로 미국의 살상무기 지원 요구를 들어줬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윤석열 정부가 미국 주도의 가치 외교에 올라탄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은 한·러관계를 포함해 동북아 지정학에 상당한 파장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러시아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까지 나서 한국의 살상무기 지원 시 “관계 파탄”을 경고한 상태다. 이런 민감한 사안을 대하는 정부 태도는 이해하기 어렵다. 윤 대통령은 외신 인터뷰에선 살상무기 직접 지원 문제를 불쑥 꺼내면서도, 국민들에게는 가타부타 제대로 얘기하지 않았다. 한국이 살상무기 지원으로 전쟁에 끼어드는 일은 최대한 피해야 한다. 해외 전쟁의 무기 지원은 국민에게 소상하게 설명하고 동의 여부를 구해야 할 중대 사안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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