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 3차발사] 누리호, 어엿한 우주발사체로 '우뚝'...위성 투입 기술도 확보

나로우주센터(고흥)=박정연 기자 2023. 5. 25.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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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25일 오후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25일 오후 6시 24분 세번째 우주 문을 두드린 누리호가 성공적으로 비행을 마쳤다. 이날 3차 발사에선 1·2차 발사와 달리 실제 우주에서 임무를 수행할 실용급 위성들이 탑재됐다. 누리호의 정상적인 비행은 물론 우주발사체의 임무인 위성의 궤도 안착이 성공하면서 한국은 자체 우주발사체 기술 역량을 실질적으로 입증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5일 오후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열린 누리호 3차 발사 결과 브리핑에서 3차 발사가 성공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앞서 오태석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은 3차 발사 성공조건에 대해 "발사체의 1단 분리와 페어링 분리 등이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목표 고도인 550㎞에 초속 7.6㎞로 진입하는 게 첫 번째 기준이며, 누리호가 실은 위성 8기가 정확하게 정해진 순서에 따라 사출되는 것도 성공을 판단하는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누리호는 성공 조건을 충족했지만 한국천문연구원이 개발한 큐브위성 '도요샛' 4기 중 1기의 사출 데이터에 '이상 데이터'가 확인돼 추후 정확한 계측 데이터 분석이 필요한 상황이다. 고정환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은 "목표 궤도에 누리호가 정확하게 투입됐다는 점, 차세대 소형위성 2호를 안전하게 분리했다는 점에서 성공적인 발사였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 실용위성 탑재하고 무사히 우주로…“첫 실전 발사 성공”

3차 발사는 성능검증위성이나 위성모사체가 아닌 실용위성을 탑재했다는 점에서 '첫 실전 발사'라고 불린다. 1·2차 발사에서 발사체 제작과 발사 기술에 대한 검증이 이뤄졌다면 3차 발사에선 위성 사출 기술도 확보하게 됐다. 

고도 550km의 태양동기궤도에서 임무에 착수하는 위성들은 실제 연구 현장에서 중요하게 활용될 우주 데이터를 보내올 예정이다. 기후변화 대응에 중요한 지구 관측 사진 등은 일반 국민들의 일상생활에 밀접하게 연관된 연구에 활용될 수 있다. 우주에서 측정한 우주방사선 데이터는 다가오는 유인우주탐사 시대에서 우주임무 환경을 가늠하는 중요한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3차 발사에 실린 실용위성은 총 8기다. 주탑재위성은 KAIST의 '차세대소형위성 2호'다. 주요 임무는 우주에서 지구를 관측하는 합성개구레이더(SAR)의 성능을 확인하는 것이다. 차세대소형위성 2호는 또 우주인의 임무 환경을 가늠할 수 있는 근지구 궤도 주변 우주방사선에 대한 정밀한 선량 지도를 작성한다. 국내 산·학·연이 국산화한 위성핵심기술 4종에 대한 우주 검증도 실시한다.

부탑재위성으로는 큐브위성 7기가 실린다. 큐브위성은 가로·세로 높이가 모두 10cm 이하이며 질량이 1~2kg 정도인 초소형 인공위성이다. 한국천문연구원이 개발한 '도요샛(SNIPE)'은 4기가 한 세트로 편대비행을 하며 지구자기장 등 우주날씨를 입체적으로 관측한다. 4기 중 1기의 정상 사출 관련 데이터 확인이 추가로 필요한 상황이다.

민간기업 루미르의 'LUMIR-T1'은 우주방사능에 의해 발생하는 위성오류에 대응하기 위한 기술을 검증한다. 져스텍의 'JAC'는 광학 카메라의 성능과 및 큐브위성의 자세제어 기술 검증에 활용된다. 카이로스페이스의 'KSAT3U'는 한반도 지표면에서 편광데이터를 수집하고, 고장난 위성이 스스로 대기권에 진입해 소멸하는 기술의 실증에 나선다.

위성 8기의 임무 수행을 통해 검증되는 각종 기술은 한국의 우주항공역량 제고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차세대소형위성2호 개발을 주도한 장태성 KAIST 인공위성연구소 사업단장은 "각 위성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기술은 국내 연구진이 개발을 주도했다"며 "3차 발사에서 쏘아올려진 위성들이 무사히 제 역할을 완수하면 한국의 우주기술은 한 단계 높은 평가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누리호 본체에서 20초 간격으로 ‘속사포 발사’…위성 사출 기술 확보

이번 3차 발사에서는 새로운 위성 사출 기술도 확보됐다. 누리호에 실린 위성 8기를 20초 간격으로 '속사포 발사'하는 사출 기술이다. 국내에선 처음으로 시도된 방식이다. 지상추적소에서 신호를 수신할 수 있도록 정확한 시간에 순차적으로 위성을 내보내는 것이 핵심이다. 고정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형발사체고도화사업단장은 "한번도 해보지 않았던 작업이기 때문에 보통 일이 아니다"라며 새로운 사출 방식을 성공시키기 위해 각별히 신경을 기울였다고 전했다. 

이 사출 방식은 단시간에 사출된 위성들이 서로 부딪치지 않게 자세를 바꿔주는 것이 중요하다. 항우연 연구팀은 발사 전 연구를 통해 이 방식에 최적화된 위성 배치를 고안해냈다. 지난 2차 발사 때는 위성들을 아래에서부터 겹쳐 쌓아올렸지만 이번 발사에선 주 탑재위성인 차세대소형위성 2호를 중앙에 두고 양 옆으로 부탑재 위성인 큐브위성 7기를 배치했다. 사출 직후 위성들의 동선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이다.

누리호 본체에서 직접 발사된다는 것도 이 사출 방식의 특징이다. 누리호 본체에서 분리되는 성능검증용 위성에 실려 사출된 2차 발사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모든 위성이 누리호에서 직접 발사됐다. 누리호가 우주에 도달하면 누리호 3단부에 설치된 사출 기계 안 스프링이 탄성을 이용해 위성들을 기계 밖으로 밀어내도록 했다.

이날 3차 발사에서는 주탑재체인 차세대소형위성 2호가 가장 먼저 누리호에서 분리됐다. 이어 20초 간격으로 져스텍의 큐브위성 'JAC', 루미르의 'LUMIR-T1', 카이로스페이스의 'KSAT3U', 천문연의 '도요샛(SNIPE)' 4기 등 나머지 7개 위성이 차례로 분리됐다. 

● 연이은 발사 성공…“자국형 발사체 신뢰성 점점 커져”

이번 3차 발사 성공은 6년에 걸쳐 진행되는 한국형발사체 고도화 사업의 반환점을 무사히 돌았다는 점에서도 고무적이다. 1‧2차 발사에 이어 3차 발사까지 연달아 성공하면서 발사체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를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2022년부터 2027년까지 6년에 걸쳐 진행되는 한국형발사체 고도화 사업에서 누리호는 이번 발사를 포함해 총 네 차례 발사된다. 국제무대에서 발사체의 신뢰도를 확보하기 위해선 이같은 반복발사를 통해 안정성을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해외 우주 선진국들 또한 첫 발사 이후에도 추가 발사를 거듭해 발사체의 성능과 신뢰성을 제고해왔다.

항우연은 “우주발사체는 초고도 기술의 집약체이기 때문에 반복적인 발사 운용을 통해 발사 프로세스를 최적화, 안정화해 발사의 신뢰성을 향상시키는 것이 필수적”이라며 “누리호의 반복발사는 성공과 실패 여부도 중요하지만 기술과 경험을 축적해 발사 성공률을 높여가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형발사체 고도화사업에 따른 누리호 4~6차 발사는 2025~2027년 예정됐다. 매년마다 각기 다른 위성을 탑재한 누리호가 발사된다. 2025년 예정된 4차 발사에서는 차세대중형위성 3호를 주 탑재체로 실은 누리호가 우주로 떠난다. 

[나로우주센터(고흥)=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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