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의 거장을 만나다] 소설가 공지영과 다시 읽는 ‘박경리와 토지’

진정은 2023. 5. 25.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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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창원] [앵커]

경남의 거장을 만나다, 오늘은 2008년 5월 타계한 통영이 낳은 한국 문학의 거목, 고 박경리 선생입니다.

우리 시대의 대표 베스트셀러 소설가, 공지영 작가와 함께 하동 평사리에서 박경리 선생의 대하소설 '토지'의 힘을 느껴보시죠.

진정은 기자입니다.

[리포트]

집필 기간 25년, 등장 인물 7백여 명, 원고지 3만여 장.

1969년 집필에 들어가 1994년 16권으로 완간한 박경리 선생의 대하소설 '토지'는 하동 악양 평사리에서 시작해 평사리에서 끝이 납니다.

지리산이 품은 너른 들판, 경상도 방언을 쓰는 구한말 만석지기와 민초들의 삶….

그리고 광복까지 이어지는 민족의 한을 파노라마처럼 담아내고 싶었던 작가는 운명처럼 평사리를 만났습니다.

[공지영/소설가 : "(박경리 선생이) 지나가시다가 여기를 보고 여기쯤이면 지주가 있겠다, 갈등이 충분히 생겨서 대하소설이 나오겠다고 생각을 하셨다고 해요."]

한국 문학사에 큰 획을 그은 '토지'는 여러 언어로도 번역돼 노벨문학상 후보로 오르내렸고, 완간되기 전에 드라마로도 제작돼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소설의 인기는 허구와 현실의 경계를 허물고 사람들의 실제 삶으로 들어왔습니다.

평사리와 섬진강을 품은 자락에 재현된 주인공의 고택은 현실에서 새롭게 재구성되는 문학의 힘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공지영/소설가/소설 ‘토지’ 1부 1권 낭독 : "사람들은 익어가는 들판의 곡식에서 위안을 얻기도 한다. 그러나 들판의 익어가 곡식은 쓰라린 마음에 못을 박기도 한다. 가난하게 굶주리며 살다 간 사람들 때문에…."]

작가의 이름을 딴 문학관에는 어린 시절 사진부터 '토지' 친필 원고, 직접 옷을 지어 입던 재봉틀까지 손때 묻은 유품들을 옮겨 왔습니다.

작가가 태어나지도, 살지도 않았던, 소설 속 무대에 지나지 않는 평사리는 문학적 울림을 넘어 많은 사람을 불러 모으고 상처를 치유하는 힘까지 품고 있습니다.

[공지영/소설가 : "사람들한테 받은 상처를 나무, 돌, 꽃 이런 것들이 치유해 주는 것 같았어요. 선생님이 묘사한 삶에 관해서 자연과 함께 많이 생각해요."]

본명이 '박금이'인 작가의 고향은 통영입니다.

통영은 '토지'를 비롯한 많은 작품의 지렛대가 됐습니다.

1955년 소설가 김동리가 지어준 필명 박경리로 등단한 뒤 50년 동안 고향을 찾지 않았지만, '김약국의 딸들', '파시' 등 소설 속에 통영은 끊임없이 등장합니다.

서문 고갯마루 좁은 골목에는 지금도 작가의 생가가 남아 있습니다.

[고 박경리/소설가/1998년 : "여러 가지 문학이 있겠죠. 자기 사상을 생각하는 수단으로서의 문학, 그게 문학의 본질은 아니거든요. 우리가 인생의 삶의 본질을 추구하는 그 자체가 나는 문학의 본질이라고 생각합니다."]

2008년 5월 폐암으로 눈을 감은 뒤에야 작가는 그리운 고향 바다 곁으로 돌아와 '토지'처럼 파란만장했던 소설 같은 80여 년 생을 마감했습니다.

KBS 뉴스 진정은입니다.

촬영기자:이하우/자막제작:박재희

진정은 기자 (chri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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