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 ISSUE]강등 '잔혹 동화' 앞까지 온 레스터, 토트넘-본머스 결기만 기댈 뿐

이성필 기자 2023. 5. 25.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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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16 시즌 프리미어리그를 뒤흔든 레스터 시티의 동화처럼 펼쳐진 우승
▲ 2015-16 시즌 프리미어리그를 뒤흔든 레스터 시티의 동화처럼 펼쳐진 우승
▲ 2015-16 시즌 프리미어리그를 뒤흔든 레스터 시티의 동화처럼 펼쳐진 우승

[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이 있다. 하물며 매일 투자자가 나타나 새로운 힘을 주며 팀의 규모를 달리하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라면 더 그렇다.

프리미어리그는 2012-13 시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우승을 마지막으로 아랍에미리트(UAE) 왕자이자 거부인 거부 셰이크 만수르 빈 자예드 알 나얀의 막대한 오일 머니를 주입한 맨체스터 시티가 2013-14 시즌을 시작으로 2017-18, 2018-19, 2020-21, 2021-22 시즌에 이어 올 시즌까지 6회 우승의 위엄을 과시했다.

러시아 재벌 로만 아브라모비치의 영향력 아래 있었던 첼시도 2014-15, 2016-17 시즌 우승으로 영향력을 유지했고 전통 명가 리버풀이 2019-20 시즌 우승으로 자존심을 세웠다.

그렇다면 2015-16 시즌 우승은 누구일까. 다들 이해하는 '동화 같은 우승'이라 불리는 레스터 시티다. 2013-14 시즌 챔피언십(2부리그) 우승으로 승격 기쁨을 맛봤고 2014-15 시즌 승점 41점으로 14위, 잔류에 성공한다.

클라우디오 라니에리 감독의 지도로 레스터는 케스퍼 슈마이켈 골키퍼가 최후방에서 선방쇼를 펼치고 공동 노동자의 기적으로 불리는 제이미 바디를 비롯해 가능성 충만했던 은골로 캉테, 리야드 마레즈 등이 포지션마다 리더 역할을 하며 우승을 이끌었다.

▲ 우승을 이끌었던 클라우디오 라니에리 감독의 얼굴이 새겨진 벽화(사진 위), 일본 국가대표 공격수 오카자키 신지(사진 가운데)도 우승을 경험했다. 우승 경험의 자본이 된 태국인 부호 비차이 구단주의 면세점 운영 그룹인 '킹 파워'(사진 아래).
▲ 우승을 이끌었던 클라우디오 라니에리 감독의 얼굴이 새겨진 벽화(사진 위), 일본 국가대표 공격수 오카자키 신지(사진 가운데)도 우승을 경험했다. 우승 경험의 자본이 된 태국인 부호 비차이 구단주의 면세점 운영 그룹인 '킹 파워'(사진 아래).
▲ 우승을 이끌었던 클라우디오 라니에리 감독의 얼굴이 새겨진 벽화(사진 위), 일본 국가대표 공격수 오카자키 신지(사진 가운데)도 우승을 경험했다. 우승 경험의 자본이 된 태국인 부호 비차이 구단주의 면세점 운영 그룹인 '킹 파워'(사진 아래).

레스터의 승격과 잔류에는 투자가 있어 가능했다. 태국 시티의 부호 비차이 스리바다나프라바가 인수하면서 거액의 자본이 들어왔다. 면세점 '킹파워'로 잘 알려진 사업가로 아낌없는 돈을 레스터에 퍼부었다. 비차이는 2018년 10월 헬기 추락 사고로 유명을 달리했다.

비차이의 사망에도 레스터는 끈끈한 조직력으로 매 시즌 생존을 보여줬고 2020-21 시즌에는 FA컵 우승까지 해냈다. 토트넘 홋스퍼도 하지 못했던 우승을 해냈다는 점에서 동화의 진행형이라 불렸다.

그런 레스터가 강등 위기에 내몰렸다. 딱 한 경기를 남기고 승점 31점으로 18위, 19위 리즈에는 골득실에 앞서 있지만, 무의미한 기록이다. 잔류권인 17위 에버턴(33점)과 2점 차이다.

최종전 상대도 어렵다. 에버턴이 이미 잔류를 확정한 15위 AFC본머스와 홈에서 만난다. 레스터도 잔류한 14위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와 홈, 리즈는 유럽축구연맹 유로파 컨퍼런스리그(UECL) 진출권을 노리는 8위 토트넘 홋스퍼를 홈으로 호출한다.

잔류를 위해서는 승리 필수다. 에버턴이 비기고 레스터, 리즈가 모두 이긴다면 골득실로 순위를 가린다. 에버턴이 -24, 레스터 -18, 리즈 -27이다. 모두가 절실하다 못해 처절하다. 전쟁 이상의 정신력과 냉정한 경기 운영이라는 두 가지를 실행해야 한다.

레스터의 운명은 아직 모른다. 에버턴은 라이벌 리버풀과 머지사이드 더비를 잃을 위기고 리즈는 소위 '리즈 시절'로 왔다가 회귀할 우려가 있다. 레스터는 축구단을 통해 도시 이름을 알렸을 정도로 잉글랜드 내에서 존재감이 크지 않았다.

영국 매체들은 레스터의 상황을 집중 조명했다. '데일리 메일'은 레스터 시내 건물에 새겨진 프리미어리그 우승 당시 라니에리 감독과 선수들의 모습이 담긴 벽화를 보며 '레스터를 인생에서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상징으로 만든 라니에리와 (우승을) 정복한 영웅들을 묘사한 것'이라며 영광의 시절에서 멀리 떨어진 레스터의 현실이 함께 투영되고 있음을 전했다.

무엇보다 레스터의 영광에는 고인이 된 구단주 비차이의 빠른 결단력과 행동이 있었다며 '비차이의 아들인 아이왓 스리바다나프라바는 아버지가 가진 본능적인 부분(=결단력 등)을 갖지 않았다'라며 구단이 강등권까지 떨어진 것을 아들 책임으로 분석했다.

레스터가 강등을 피하지 못하면 가장 먼저 제임스 메디슨이 이적 시장에 매물로 나올 것으로 보인다. 유리 틸레만스, 하비 반스도 우승권 구단의 표적이다. 최소 8명은 이적이나 계약 해지 등 구단의 규모를 줄여야 하는 일을 아이왓이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도 쏟아진다.

▲ 풀럼전에서 패한 뒤 고개 숙인 레스터 시티 선수들(사진 위), 챔피언십으로 강등이 된다면 이적 1순위로 꼽히는 제임스 메디슨(사진 가운데), 레스터 시티 관중들은 서서히 현실을 인정하고 있다. 기적만 바랄 뿐이다.
▲ 풀럼전에서 패한 뒤 고개 숙인 레스터 시티 선수들(사진 위), 챔피언십으로 강등이 된다면 이적 1순위로 꼽히는 제임스 메디슨(사진 가운데), 레스터 시티 관중들은 서서히 현실을 인정하고 있다. 기적만 바랄 뿐이다.
▲ 풀럼전에서 패한 뒤 고개 숙인 레스터 시티 선수들(사진 위), 챔피언십으로 강등이 된다면 이적 1순위로 꼽히는 제임스 메디슨(사진 가운데), 레스터 시티 관중들은 서서히 현실을 인정하고 있다. 기적만 바랄 뿐이다.

지난 두 번의 이적 시장에서 선수 영입을 무원칙하게 한 것도 문제로 꼽힌다. 우크라이나 명문 샤흐타르 도네츠크에서 브라질 출신 공격수 테테를 임대 영입했지만, 리그 16경기 1골이 전부다. 수비수 빅터 크리스티안센도 FC쾨벤하운에서 영입했지만, 큰 효과가 없었다. 투자 규모가 줄어드니 정상급 즉시 전력감 영입은 언감생심이었다.

4월 브랜든 로저스 감독을 경질하고 소방수로 영입한 애스턴 빌라 출신 딘 스미스의 지도력도 효과를 보지 못했다. 딘 스미스는 챔피언십 노리치시티에서 경질 이력이 있지만, 레스터는 깊이 있는 선택을 하지 못했다. 이겨야 했던 지난 23일 뉴캐슬 유나이티드전에서 0-0으로 비긴 것이 대표적이었다. 뉴캐슬에 수세적인 전략을 취해 승점 1점만 얻은 것은 패착이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뉴캐슬의 챔피언스리그 진출 희생양이 됐다.

비슷한 수준의 팀이지만, 그리스 부호의 지원을 받은 노팅엄 포레스트는 이길 경기를 확실하게 취했다. 우승 경쟁을 하던 아스널을 1-0으로 이긴 것이 대표적이다. 그 덕분에 잔류라는 선물을 얻었다. 전략적 모호성의 레스터가 실패한 원인이다. 동시에 챔피언십에서는 비슷한 지역의 코벤트리가 승격에 성공했다.

운명의 최종전에서 레스터는 모든 자존심을 내려놓고 싸운다. 동화가 잔혹한 강등이라는 비극으로 끝나느냐는 레스터에 달렸다. 물론 에버턴이 자멸해 줘야 하고 동시에 피오렌티나(이탈리아)와 유로파 UECL 우승 준비를 해야 하는 웨스트햄의 너그러움을 바라야 하는 곤궁한 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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